산업단지 ‘부산·울산·경남’ 악화 전망 62.2% 최고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은 트럼프 정부 2기 출범 시 한미관계가 지금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경제활동이 활발한 4050세대와 산업단지가 밀집된 지역에서 비관적인 시각이 더 강하게 나타났다.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금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 후 한미관계 전망을 묻는 질문에 개선이 8.6%, 유지가 25.4%에 그친 반면 악화는 58.1%로 과반을 넘었다.
악화 전망을 권역별로 살펴보면, 서울(55.5%)과 대전·세종·충청(54.0%)이 평균을 밑돌아 비관 전망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으나, 역시 과반을 기록했다.
반면 부산·울산·경남(62.2%), 인천·경기(58.3%) 등 공장이 몰려 있는 산업단지에서 부정적 전망이 크게 나타났고, 여당 지지 색채가 강한 광주·전라(60.9%)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인 대구·경북(58.4%)에서도 평균을 넘는 부정적 전망이 나와 지역과 정치색을 떠나 트럼프 정부 2기에 대한 걱정이 큰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50세대의 우려가 강하게 나타났다. 관계 악화 전망에서 40대(62.3%)와 50대(66.3%)는 평균(58.1%)을 훌쩍 뛰어넘는 비율로 관계 악화를 점쳤다. 산업 현장에서 왕성히 활동하면서도 정치적 지형 변화에 따른 영향력을 몸소 체험한 세대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된다.
성별로는 여성(60.4%)이 남성(55.7%)보다 우려가 컸고, 정치색과 무관한 중도 성향의 응답자들도 64.1%나 비관적으로 향후 양국 관계를 바라봤다.
트럼프 재집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건 국방, 통상, 산업 등 주요 부분에서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와 외교적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줄곧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강화하는 무역 정책의 대변혁을 예고해왔다. 미국이 중국과 함께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상황에서 자국의 무역적자 심화에 공공연하게 불편한 심기를 내비춰 온 트럼프 행정부와 충돌 가능성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10대 무역적자국으로, 이탈리아와 캐나다보다도 미국 입장에서 적자폭이 크다.
특히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기치로 내세우며 미국을 다시 과거와 같은 제조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야심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의 수혜를 기대하고 이미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투자한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자칫 해당 법 자체의 폐기를 주장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보조금 축소로 선회할 경우 당초 기대했던 혜택이 대폭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46년생이라는 고령임에도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다. 부동산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업가이자 와튼스쿨 출신의 엘리트이면서도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바로 관계를 정리하는 불 같은 성격 탓에 참모진들이 트럼프의 눈치를 보는 내각이 구성될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압도적으로 강한 국방력에 의한 자유, 평화, 번영을 주장해 왔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는 등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상황을 감안할 때 주한미군 방위 부담금 강화 등을 강조해온 트럼프 당선자와 협상력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도 우려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를 실시한 결과이며, 표본수는 2000명(총 통화시도 6만 6095명, 응답률 3.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이다. 통계보정은 2024년 10월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림가중)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