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폐지 우려 부각..배터리 업계 “걱정 기우”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코스피는 연초 대비 3% 가량 떨어지는 등 국내 자본시장은 여전히 경색되어 있습니다. 당초 금리 인하가 유동성 확대를 기대하게 만들지만, 경제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투자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내 기업상장(IPO)을 추진 중인 기업들이 있습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도 외다리에 서서 상장을 꿈꾸는 기업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외다리 선 IPO>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기업들이 어떻게 상장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 뿐만 아니라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관점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자 합니다.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SK온 제공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 SK온 제공

SK온이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추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2차전지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지 가능성이 부각 됐기 때문이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온은 2022~2023년 프리 IPO(상장 전 기업공개)를 통해 전환우선주 2조8000억원을 발행했다. SK온은 이 과정에서 당시 투자자들과 약정을 통해 2026년 말까지 IPO를 실시하기로 했다. 

SK온은 이달 1일 기업 가치 3조6700억원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합병을 마쳤다. 회사는 이달 초에도 미래에셋증권을 대상으로 5000억원 규모 신주를 발행하기로 협의했다. 내년 2월에는 1조400억원 규모 SK엔텀과 합병이 종료된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했을 때 예상되는 SK온 기업가치는 약 31조7400억원 가량이다. 

SK온 관계자는 “2026년 말까지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경영실적 및 전망,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IPO 시점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성장률 측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SK온의 전년 동기 대비 연간 성장률은 13.3%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삼성SDI 5.7%, LG에너지솔루션 4.0%보다도 높았고, 글로벌 배터리 1위 기업인 중국의 CATL(7.4%)보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SK온은 2021년 10월 출범 후 올해 2분기까지 1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3분기에 흑자를 기록했다. 회사는 3분기 매출액 1조4308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하며 첫 분기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이는 배터리사업이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지 3년 만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은 4분기에 적자 전환이 예상되나, 내년부터 북미 중심 전기차 시장 회복 등으로 기초여건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는 일회성 수익 기저 효과로 적자 전환이 추정되나, 점진적인 가동률 상승으로 2025년 2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북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기차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에서 대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이오닉 9을 비롯해 제네시스 GV60, eGV70 리프트 등 다양한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인데 이에 따라 SK온의 현지 배터리 출하량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다만 트럼프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 우려가 실현될 경우 SK온에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정책으로,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전기차를 만들면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현대차·기아 등 자동차 업체와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업계는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해 왔다. SK온은 IRA 보조금으로 6000억 원 정도 받았다.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인수위원회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배터리 기업의 실적이 전기차 업황과 직결된다는 것을 근거로 SK온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SK온이 2025년 혹은 2026년에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흥행을 이끌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배터리업계에선 아직 IRA 폐지 이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IRA는 전기차 생산 회사에 대한 보조금과 친환경 제품 생산기업 보조금 지원이라는 2개의 축이 있다”며 “엄밀하게 따졌을 때 트럼프 인수위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만 밝힌 것이지, 아직 배터리사를 정조준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지아, 캔터키 등 전기차 공장이 있는 주를 기반해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일부 공화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IRA 폐지를 반대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IRA 폐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선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공화당 상원위원은 53명이고 해당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민주당 소속 7~8명이 찬성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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