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연구원 “전체 적립금 87.2%가 원리금 보장상품 예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주식 비중 4.4%...장기수익률 제고 ‘회의적’

퇴직연금 적립금과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추계.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퇴직연금 적립금과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추계.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정부가 연초부터 일본의 사례를 본따 주식시장의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을 위해 기업들의 주주환원률 제고 유도, 관련 지수 및 펀드 설정, 해외IR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다만 해외 사례의 경우 연금을 통한 주식시장 수급 개선으로 시장이 성장한 효과가 우리나라에서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금 위주의 보수적 투자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20일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연구원이 내놓은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추계와 자본시장 영향’ 제하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약 400조원에 이르는 퇴직연금 적립금 중 주식 비중은 약 4.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 주식투자 비중은 1.6% 미만으로,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유입 금액은 6.3조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유형별 주식투자 비중 추정.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퇴직연금 적립금의 유형별 주식투자 비중 추정.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남 연구원에 따르면 통상 3층 보장시스템으로 불리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 윤석열 정부 들어 본격적인 수술을 준비중인 국민연금은 2055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금 감소는 연금으로 지급할 재원 마련을 위해 필연적으로 주식을 매도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국내주식 시장의 하방 압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퇴직연금이 국민연금의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남 연구원의 퇴직연금 장기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최대에 이르는 시기는 2040년으로 동 시점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국민연금기금의 67% 수준인 1172조 원이다. 현재와 같이 낮은 퇴직연금내 주식 비중이 이어진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퇴직연금 비중은 7.5%에 그친다. 기금 고갈로 주식을 팔아치울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을 받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최근에 논의중인 개편 방안이 원활히 진행돼 퇴직연금이 국민연금과 유사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에서 퇴직연금 비중이 국민연금을 넘어선 118%까지 확대될 거라는게 남 연구원 계산이다.

남 연구원은 “미국의 기업연금제도인 401K와 같이 연금자산의 증대가 자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견인한 사례는 다수”라며,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퇴직연금의 이러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수익률 제고를 포함해 다양한 퇴직연금제도 개편 방안이 원활히 추진된다면 국민연금의 급격한 감소기에 적어도 국내 자본시장에서의 수급 측면에서는 퇴직연금의 유의미한 시장 대체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디폴트옵션의 적격상품은 TDF 및 BF 같은 자산배분펀드 위주로 구성돼야 하며, 확정기여형 적립금은 대부분 디폴트옵션의 자산배분펀드로 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확정기여형 적립금의 집합운용(CDC)을 통해 외부 전문가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고, 사업자 이해관계로 중단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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