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기조 속 '미래대비' 가속화 뚜렷.. 부회장단 2인 체제는 그대로
LG유플러스 외 계열사 CEO 대부분 유임.. 미래 유망사업 강화 지속
LG유플, 4년 만에 수장 교체 '눈길'.. 신임 홍범식 사장, 'AX 컴퍼니' 지휘
LG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소규모 인사.. 조주완·정철동 승진 없어

지난 9월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 LG그룹 제공
지난 9월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 LG그룹 제공

LG그룹이 21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안정'을 기조로 각 계열사 승진 규모는 줄이면서도 주요 보직에 '성과주의' 인사를 실시해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에 적극 대비한 모습이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관심이 모아졌던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등의 부회장 승진은 이뤄지지 않았으며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시너지를 낼 부회장단의 변화도 없었다. 이번 인사에서는 큰 변화 없이 안정을 꾀하며 기존에 추진하던 미래사업 육성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LG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 3대장과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LG CNS 등이 이사회를 거쳐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가 부회장단으로 합류하지는 않지만 현재 보직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권봉석 (주)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만 내년에 구 회장을 보필하는 2인 부회장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대부분 계열사들의 최고경영진들도 자리를 지키면서도 일부는 '성과주의'에 따른 교체가 진행됐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왼쪽)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각 사 제공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왼쪽)과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각 사 제공

이 가운데 가장 큰 변화가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로, 4년 만에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LG유플러스는 이날 가장 먼저 서울 용산사옥에서 이사회를 열어 ㈜LG 경영전략부문장인 홍범식 사장을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선임했다.

홍 신임 사장은 2011년 글로벌컨설팅 기업인 베인&컴퍼니에 합류해 아태지역 정보통신, 테크놀로지 부문 대표, 글로벌디렉터,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특히 통신과 미디어, 테크놀로지 등 IT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졌으며 사업의 비전과 전략 수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략가로 꼽힌다.

2019년 LG에 합류했으며 ㈜LG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그룹 차원의 성장 동력 발굴은 물론 적극적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경쟁력 강화, 미래사업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며 사업 구조 재편을 추진하는 그룹의 경영전략을 총괄해왔다.

2022년부터는 LG유플러스와 LG헬로비전의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으며 그간 쌓아온 통신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왔다. LG그룹 내 전략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LG유플러스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어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통신 본업에서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하는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 및 B2B(기업간 거래) 사업개발을 통해 신사업에서 확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홍 신임 사장은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LG유플러스가 고객 경험 혁신을 통한 'AX 컴퍼니(Company)'로 도약하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밖에 LG유플러스는 부사장 2명, 상무 7명에 대한 승진 임원인사도 함께 실시했다. 이재원 현 MX/디지털혁신그룹장과 홍보 및 대외협력 조직을 총괄해 온 이철훈 현 커뮤니케이션센터장이 성과를 인정받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유플러스 홍범식 신임 대표.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 홍범식 신임 대표. LG유플러스 제공

전자계열 3사의 인사폭은 이전보다 좁은 편이었지만 맏형격인 LG전자는 조직 구조에 대대적인 변화를 줘 눈길을 끌었다.

LG전자의 이번 조직개편은 전사 중·장기 전략인 '2030 미래비전' 가속화에 초점을 맞춰 단행됐다. 제품 단위로 나눠졌던 기존 사업본부 체제를 넘어 ▲사업 잠재력 극대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강화 ▲B2B 가속화 ▲유망 분야 신성장동력 확보 등 포트폴리오 혁신 전략을 가속화하고 조직 간 시너지를 높이는 '사업본부 재편(Re-Grouping)'을 골자로 한다. 동시에 각 사업의 고객과 시장 특성을 고려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B2B(기업간 거래) 가속화의 한 축을 맡은 HVAC(냉난방공조) 사업의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해외영업본부에 해외 B2B 컨트롤타워 역할을 새롭게 부여했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의 확대를 위해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 디스플레이 기반 사업을 통합 운영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은 안정적인 지원이 가능하고 사업 간 관련성이 높은 사업본부로 전격 재배치했다. 

또 4개 사업본부는 모두 명칭 뒤로 '솔루션(Solution)'을 붙이기로 했다. 먼저 H&A사업본부는 '가사해방을 통한 삶의 가치 제고(Zero Labor Home, Makes Quality Time)'라는 지향점에 맞춰 HS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한다.

향후 LG 씽큐의 기획, 개발, 운영을 담당하는 플랫폼사업센터를 본부 직속으로 두고 집 안을 넘어 고객 생활 전반을 케어하는 AI홈 솔루션 사업을 주도해 나갈 예정이다. 기존 BS사업본부 산하 로봇사업을 이관받아 로봇청소기, 이동형 AI홈 허브 등 홈 영역 로봇 역량과 시너지를 낸다. HS사업본부장은 기존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이 이어서 맡는다.

HE사업본부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이라는 지향점에 맞춰 'MS사업본부'로 명칭을 변경한다. 기존 BS사업본부에서 IT(정보통신기술, 노트북/모니터 등) 및 ID(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 사이니지 등)사업부를 이관받아 TV 사업과 통합 운영하며 하드웨어 및 플랫폼에 시너지를 낸다는 방침이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TV 사업의 체질 전환을 주도해 온 박형세 사장이 MS사업본부장을 맡는다.

특히 MS사업본부는 스마트 TV 중심이던 웹(web)OS 적용 제품을 모니터, 사이니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더욱 빠르게 확대하며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의 영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웹OS는 실내·외 통합 콘텐츠/서비스 플랫폼으로 키운다.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차량용 부품 공급업체를 넘어 차량 전반에 걸친 혁신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역할을 명확히 하는 차원에서 명칭을 Vehicle component Solutions(차량용 부품 솔루션)사업본부에서 Vehicle Solution(차량용 솔루션)사업본부로 변경한다. 사업본부장은 은석현 부사장이 그대로 맡는다.

신설된 ES사업본부는 전사 B2B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온 HVAC 사업을 기존 H&A사업본부에서 분리해 별도 사업본부 체제로 꾸린 조직이다. 글로벌 탑티어(Top Tier) 종합 공조업체로의 보다 빠른 도약을 추진하기 위해 사업부 별도 분리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또 ES사업본부는 기존 BS사업본부 산하 전기차 충전사업도 이관받아 매출액 1조원 이상 규모 유니콘 사업으로의 조기 전력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ES사업본부는 LG의 미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클린테크(Clean Tech) 분야에서 B2B 사업 성장을 가속화하는 중책을 담당하게 된다. 신임 ES사업본부장은 HVAC 사업과 전략의 연속성 차원에서 기존 에어솔루션사업부장 이재성 부사장이 맡는다.

국내 5개 부서 외 해외에서는 해당 지역 B2B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영업본부 산하에 B2B사업역량강화담당을 신설한다.

미래전략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는 CSO(최고전략책임자) 자리에는 전사 AI 컨트롤타워 역할을 추가로 부여해 AI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기로 했다. 또 전사 디지털전환 총괄조직인 CDO부문은 DX센터로 재편해 CSO부문 산하로 두고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경영성과 창출을 추진한다.

아울러 이날 LG전자는 사장 1명, 부사장 4명, 전무 8명, 상무 29명 등 총 42명(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1명 포함)에 대한 승진 인사도 함께 실시했다. 국내 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한 가전구독 사업모델을 적극 확대하며 경쟁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온라인브랜드숍 기반 소비자직접판매(D2C) 사업 성과를 창출한 김영락 한국영업본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밖에 곽도영 리빙솔루션사업부장과 김병열 HS오퍼레이션그룹장, 이상용 VS연구소장, 조휘재 IP센터장이 부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성과주의'에 입각해 전무 승진 8명, 상무 승진 29명 등이 이뤄졌다.

LG전자의 신설된 ES사업본부를 맡게된 이재성 부사장(왼쪽)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LG디스플레이 최현철 부사장. 각 사 제공
LG전자의 신설된 ES사업본부를 맡게된 이재성 부사장(왼쪽)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LG디스플레이 최현철 부사장. 각 사 제공

LG디스플레이는 부사장 2명, 전무 1명, 상무 선임 7명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사업 근본 경쟁력 강화에 기여가 크고 성과가 탁월한 인재를 중용했다는 설명이다. 중소형 OLED 사업의 핵심 역량을 제고해 사업 성과 개선에 기여한 최현철 전무(SC 사업부장)가 부사장으로 승진했으며 중소형 OLED 생산 혁신과 생산성 개선에 기여한 김흥수 상무(SC PANEL CENTER장)는 전무로 승진했다.

LG이노텍은 전무 1명 승진, 상무 5명 선임 등 전자 3사 중 가장 적은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규모는 작지만 핵심사업 성공 경험, 미래 혁신 주도 역량 및 글로벌 감각 등을 두루 갖춘 인재를 발탁해 지속성장을 위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카메라 모듈 신제품의 적기 공급을 주도해 글로벌 카메라 모듈 사업 1등 입지를 확고히 하고 AI 기반 생산공정 혁신을 통해 광학솔루션사업 제조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고대호 상무가 승진했다.

화학 업황 불황과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다소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는 LG화학, LG디스플레이도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심으로 인사를 단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근본적 경쟁 우위 확보 및 미래 준비 강화에 초점을 맞춰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2명, 상무 선임 10명, 수석연구위원(상무) 선임 1명 등의 총 14명의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임원 인사 승진 규모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 등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지난해 24명(부사장 1명, 전무 4명, 상무급 19명) 대비 대폭 축소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인사의 특징에 대해 근본적 경쟁 우위 확보 및 미래 준비 강화를 위한 ▲R&D 경쟁력 제고 ▲제품/품질 경쟁우위 확보 ▲구조적 원가 경쟁력 강화 ▲미래기술 및 사업모델 혁신 관점의 조직역량 강화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불황에 따라 바이오 등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고 있는데 따라 '3대 신성장동력 육성 가속화', '사업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부사장 승진 2명, 전무 승진 4명, 상무 승진 7명 등의 인사를 실시했다.

녹록치 않은 사업환경 속에서도 3대 신성장동력 사업 성장에 기여한 인재와 R&D(연구개발)·마케팅·생산·품질 등 사업 본원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인재를 발탁해 미래를 대비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OLED 소재·반도체 소재 등 전자소재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김동춘 전무와 최고 인사책임자(CHO)를 맡고 있는 장기룡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화학은 이번 인사에 대해 사업환경 변화에 기반하여 조직별 R&R(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조직 운영을 최적화하는 동시에 3대 신성장동력 중심의 미래 준비를 가속화하는데 방점을 뒀다고 밝혔다.

다른 계열사들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성과주의'에 초점을 두되 안정을 택한 소규모 인사를 실시했다. LG생활건강은 전무 승진 2명, 신규임원 선임 3명 등을 포함한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임원에 대한 승진 인사를 실시하고 마케팅, R&D 등에서 글로벌 리더십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신규 선임했다.

LG CNS도 사장 승진 1명, 부사장 승진 1명, 전무 승진 1명, 상무 선임 3명, 계열사 전입 2명 등 소규모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DX 핵심역량을 고도화하고 고객의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성과를 창출한 인재들을 선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대표 리더십 강화를 위해 현신균 LG CNS 대표이사가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간 추진해왔던 디지털전환(DX) 전문기업화 전략에 더욱 힘을 싣기 위한 포석이다.

한편 이날 실시된 LG그룹의 정기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의 시행일자는 각각 내년 1월 1일과 올해 12월 1일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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