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 겪은 韓기업들, 오너일가 전면에 나서며 '책임경영' 강조
등기 임원 아닌 경우 아직도 많아 4명 중 1명꼴.. '모순' 지적 이어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 경영환경 불확실성의 이유로 실적 부진의 성적표를 받은 가운데 올해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등기이사로는 선임돼 있지 않아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구매 둔화와 이차전지 불황, 철강·석유화학 등의 사업부문에서 중국의 글로벌 공세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새로운 전략과 새 성장동력으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목표를 내놓고 있다.
특히 글로벌 복합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너일가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책임경영' 강조와는 달리 주요 기업 등기 임원으로 등재되어 있지 않은 오너일가 총수들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용진 신세계 회장은 2006년 부회장에 오른지 18년 만에 회장으로 승진했지만 부회장 재임 당시 경영 성과는 저조했다"며 "승진보다는 신음하는 이마트 주주에 대한 사과와 '기업 밸류업' 대책을 내놓는 것이 옳다"고 강조하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이어 "정 회장이 등기이사 선임을 피함으로써 이마트 주주들이 정용진 부회장 시절의 경영성과에 대해 아무런 평가를 하지 못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이마트 거버넌스 기본을 정립해야 한다"며 "주주ㆍ경영진ㆍ이사회와 얼라인먼트를 만들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서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했다.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등기이사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평 발표 전인 지난 10일 정회장이 '책임경영' 일환으로 이마트 지분을 사들인 것을 저격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집단 총수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와 관련된 논란은 재계에서 계속 거론 되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 집단 내 개인 총수들의 등기 임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기준 총수 78명 중 21명(26.9%)이 등기 임원을 맡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총수 4명 중 1명은 등기 임원이 아니라는 의미다.
주요 그룹에서 살펴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정몽준 HD현대 명예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미등기 임원이다.
다만 한화의 경우 오너 3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4개 계열사 등기이사로 합류해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으며, HD현대는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회장이 이끌고 있는 가운데 오너 3세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지주사 HD현대와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면서 경영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여부를 놓고서도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로 2019년 10월 임기 만료 이후 등기이사 자리에 다시 오르지 않았다.
이에 이 회장은 삼성전자를 이끄는 수장이지만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은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며 "(책임경영의) 전제로서 빨리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었으면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지난해 11월 말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저희가 맞이하고 있는 현실은 그 어느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각오를 보였다. 이에 올해 주주총회 전 이사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돼 책임경영 의지를 보일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국내 주요 그룹 총수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주)와 솔리다임 등기이사이며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회장 선임 후부터 쭉 (주)LG 등기이사에 올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롯데케미칼과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에 등기이사로서 책임경영을 펼치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