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낮은 주주환원률..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답보
지난해 102개 기업 밸류업 공시...주가는 반대로

지난해 9월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지난해 9월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발표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한국거래소 제공.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날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이 밸류업에 중요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상장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촉진하고, 투자자의 투자를 유도하여 한국 증시의 도약을 이끌기 위해 2024년 2월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정책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상장유지를 위한 시가총액과 매출 요건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상장폐지 사유 발생 시 최종 결정까지의 기간을 축소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밸류업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기업들의 주주환원율은 여전히 낮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기업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최근 3년간 하락세를 보이며, 2021년 평균 10.1%에서 2023년 5.2%로 감소했다. 

또한,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안으로 기관투자가의 의무보유확약을 확대하고,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는 IPO 시장이 단기적인 이익 추구보다는 기업의 가치에 기반한 투자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정책이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4년 5월 28일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총 102개 코스피·코스닥 상장사가 밸류업 공시에 참여했다. 그러나 밸류업 공시 기업의 주가는 역방향으로 가고 있다. 

밸류업 공시 기업 중 대표적인 주가 급락 사례로 카카오뱅크가 있다. 이날 오전 9시 40분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24.78% 떨어졌다. 신세계(-15.68%)를 비롯해 SK(-7.80%)와 LG전자(-3.73%)도 1년 동안 주가가 떨어졌다. 

또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신한지주, JYP엔터테인먼트, 에코프로에이치엔, 메가스터디교육 등 100개 종목을 포함시켰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KB금융 등이 지수 편성에 빠져 논란이 일었다.

자본시장연구원 밸류업 계획 발표자료.
자본시장연구원 밸류업 계획 발표자료.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거래소는 12월 20일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을 통해 KB금융,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KT, 현대모비스 등 5개사를 추가했다.

그러나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특별변경 계획에 대해서도 증시 상승을 이끄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기업들이 형식적인 공시에 그치며,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거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미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 전반의 지배구조 변화와 법·제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은 강제성이 없고, 세제 혜택과 같은 핵심 인센티브도 포함되지 않아 동력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학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의사에 밸류업 공시 참여를 맡기는 것 보단 강제성이 있는 정책이 주주환원율을 높이고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과 거래소가 비판 여론을 수용하여 실질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밸류업 프로그램과 별개로 저평가 상장기업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압력을 강화하고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2월 발간한 ‘국내 상장기업 저평가에 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장기간 해소되지 않는 극심한 저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법제적 접근이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상당수 자산주는 청산가치보다 매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이 지속되는데, 이를 해소하는 제도적 보완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주주권리 보장과 효율적 자원배분 측면에서 M&A 압력을 더욱 강화하고, 그 과정에서 합병 대가, 공개매수 가격 등이 공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며 “또한 주주 행동주의를 활성화하여 건설적이고 응집력 있는 관여를 통해 경영진의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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