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트럼프 취임 앞두고 규제 준수 강조
산업 활성화 막는 규제…케이뱅크 IPO 불똥?
금융 규제 당국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고객확인 의무 소홀 판단을 이유로 제재를 통지했다.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취임을 앞둔 상황에서 국내 가상자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규제 당국이 업비트를 대상으로 강력한 제재안을 결정할 경우, (케이뱅크를 통한) 신규계좌 발급 영향이 큰 케이뱅크의 기업공개(IPO) 추진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 지나친 사업자 규제..트럼프 시대 경쟁력 약화
16일(현지시간 기준)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해 7월 가상화폐 연례 최대 행사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연설하기 전 가상화폐 업계 임원들과 비공개로 만나 비트코인 비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언급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비트코인을 핵심 국가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약속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가상화폐 옹호자인 공화당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내각 지명자들을 포함한 트럼프 당선인 인수팀과 5년에 걸쳐 비트코인 100만개를 구매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시장에선 트럼프 취임 시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알트코인 역시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상자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그의 후임으로는 친 암호화폐 성향을 가진 폴 앳킨스가 지명됐다. 미국 의회에선 21세기 금융혁신기술법(FIT21) 법안을 중심으로 한 암호화폐 산업 입법이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국내시장에선 트럼프 차기 정부 등장에 발맞춰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업계의 기대와 다르게 규제 완화 논의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틀 전 가상자산 정책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는 회의를 진행했으나, 법인계좌 허용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다. 가상자산위원회는 분기당 1회 회의 개최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의 법인계좌 허용은 최소한 1분기를 넘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선 이미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알트코인을 활용한 각종 상장지수펀드(ETF)가 활성화 됐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일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을 개발했으나 미국과는 다르게 금융감독원 규제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국제기준 1단계 적용을 받으며 업비트를 본보기로 제재하는 이슈까지 겹치면서,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글로벌 트렌드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체적인 규제 문제로 인해 암호화폐 산업 성장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당국의 업비트 제재와 같은 이슈는 사업자에게 추가적인 압박을 가중한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사업자의 FATF 기준 준수는 필수적이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산업 활성화를 저해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특히 업비트와 같은 주요 플랫폼이 규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시장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비트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빗썸과 코인원 등 경쟁사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며 “다만 이는 당국이 요구하는 FATF 기준을 각 경쟁사 플랫폼이 준수한 상황을 가정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 두나무 비상장 주식 하락..IPO 가능성 뒷걸음
증권플러스 비상장 플랫폼 공시를 보면, 두나무 비상장주식 주가는 가상자산 시장이 한창 호황을 누리던 2021년에 50만원대에 거래가 됐다. 그러나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세계 3위 거래소인 FTX의 파산 등으로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주가가 2년 가까이 계속 약세를 보였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관심이 다시 커졌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가상자산 앱 신규 설치 건수는 2024년 10월 39만 건에서 11월 151만 건으로 4배 가까이 급증했고, 12월에는 더욱 증가해 185만 건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증권·투자 앱 설치 건수가 99만 건에서 87만 건으로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2023년 11월 7만3000원까지 떨어진 두나무 비상장 주식도 반등하며 2025년 첫날 기준 19만30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최근 금융 당국 제재 소식으로 주가는 다시 17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현재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업비트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FIU는 임직원 등 신분(인적) 제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금융거래법 제7조에 따르면, FIU는 자금세탁 방지 조치를 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에 6개월 범위 내의 영업 전부 또는 일부 정지를 명령할 수 있다. 또한 특금법 15조에 따르면 FIU는 해당 법을 위반한 금융회사 임원 또는 직원에게 최고 해임권고와 면직까지 부과할 수 있다.
두나무 IPO 기대감은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 두나무는 아직까지 “IPO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상장 주식을 가진 일부 투자자는 여전히 두나무 IPO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당국이 강력한 제재를 가하면, 향후 두나무 IPO 추진 시 악영향이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IPO 추진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신뢰성을 보여주는 과정”이라며 “이번 업비트 사태로 두나무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규제 준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당국이 업비트 서비스 영업정지나 관련 임원 징역 등 강력한 제재를 결정한다면, 향후 회사가 상장 추진 시 북빌딩(가치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 케이뱅크 IPO 추진..영향 적지 않을 듯
업비트 서비스를 연계한 신규계좌 발급 건수가 많은 케이뱅크 역시 IPO 추진 뒷심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케이뱅크 고객은 1274만명으로 지난 한 해만 320만여 명이 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 역시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투자자 관심이 늘어나며 업비트 서비스를 가입한 이들이 실명인증 계좌를 만들기 위해 케이뱅크를 가입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6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고 IPO를 추진했다.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대출의 유형과 규모를 확대하고 ▲리테일 ▲중소기업대출/개인사업자(SME/SOHO) 대상 여신 ▲플랫폼 등 세 가지 부문에 투자해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케이뱅크 대주주인 BC카드는 2021년 회사 자본금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하는 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FI)와 7250억원 상당으로 동반매각청구권 및 풋옵션을 체결했다. 케이뱅크가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못하면 BC카드가 투자자들의 지분을 다시 매입하겠다는 조건이 핵심이다.
하지만, 케이뱅크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주식시장 부진으로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기로 했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비트 사용자 증가가 케이뱅크의 고객 유입에 큰 기여를 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비트가 고객확인의무(KYC) 위반과 같은 규제 문제로 신뢰를 잃을 경우, 업비트와 연계된 케이뱅크에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이될 수 있다”며 “이는 고객 증가 속도 둔화나 기존 고객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그는 “케이뱅크가 IPO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업비트 이슈가 크게 부각될 경우, 투자자 사이에선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연계 금융서비스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인식이 생길 것”이라며 “관련 리스크 부담을 반영해 기업가치를 더 낮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업비트 사태가 케이뱅크 IPO 이슈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주장도 있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사태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 케이뱅크가 IPO 계획을 잠정 연기했다”며 “케이뱅크가 업비트 이슈를 포함해 다양한 조건을 감안해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