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권선물위원회, 2023년 6월 규제 완화
현지 거래소 제휴 자뱅크, 지난해 순이익 76% 상승
최근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한 가운데 업비트 제휴사인 케이뱅크의 실적 향상과 기업공개(IPO)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홍콩 사례를 봤을 때 실제 거래소 제휴 은행의 실적이 눈에 띄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19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금융위원회는 제3차 가상자산위원회를 열고 2분기부터 현금화 목적 법인 가상자산 실명계좌 발급을 허용하기로 했다. 대상은 지정기부금 단체, 대학 등 비영리법인, 가상자산거래소 등으로 거래는 매도만 가능하다. 매수는 올해 하반기부터 자본시장법상 전문투자자에 해당하는 상장사 및 등록 법인을 대상으로 허용한다.
이번 법인계좌 허용이 침체된 국내 가상자산업계 전반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업비트 실명계좌 제휴사인 케이뱅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상자산 원화시장 점유율 1위는 업비트로 약 80%를 차지한다.
2017년 케이뱅크는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발했지만,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요건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이 당시 대주주였던 KT 예상보다 힘겹게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런 케이뱅크에 활력을 불어넣은 건 두나무의 업비트 서비스다. 업비트는 2020년 6월부터 케이뱅크와 제휴를 시작했다. 올해 1월 기준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예치금 규모는 약 7조7500억원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법집행기관, 지정기부금단체, 대학교 등 비영리법인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매도 거래가 허용된다. 하반기에는 상장회사 및 전문투자자로 등록된 법인 약 3500여 개 회사를 대상으로 매매 거래를 시범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만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실명계좌를 통해 입출금이 가능했으나, 법인 계좌가 허용되면 기관 및 기업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크다.
케이뱅크는 비대면으로 법인계좌 개설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지난해 말 기준 5000여 개의 법인고객을 확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매도 후 현금화가 가능한 지방검찰청·세무서 등 49개 국가기관이 케이뱅크 실명계좌를 갖고 있다.
케이뱅크는 2022년 6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며 첫 번째 IPO를 추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2024년 6월, 케이뱅크는 다시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하여 8월에 승인을 받았다. 이어 9월에는 공모가를 95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설정하고 총 8200만 주를 공모해 최대 984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이는 기업가치를 약 5조원으로 평가한 규모였다. 그러나 10월 수요예측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케이뱅크는 상장을 철회하고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 1월, 케이뱅크는 상장 예비심사 효력이 만료되는 2월 이전에 공모구조를 개선하여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었으나,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증시 부진으로 인해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상장을 다시 철회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사례를 놓고 볼 때, 법인 가상자산 계좌 허용으로 인해 케이뱅크 예수금 및 수익성이 개선되면 기업가치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홍콩에선 2023년 6월부터 금융투자상품 잔고나 총자산을 기준으로 법인의 가상자산 매매를 허용하고 있다. 홍콩 현지 디지털뱅크 ‘자뱅크(ZA Bank)’는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OSL 거래소, 해쉬키(HashKey) 거래소와 함께 협력해 실명계좌 개설 및 입출금 서비스를 지원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가 가상자산 법인계좌를 허용하기 전인 2022년과 2024년(시장 추정치)을 기준으로 자뱅크 실적을 비교하면, 2년 동안 순수익은 75.78% 오른 4억5000만 홍콩 달러(834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고객 수는 15만명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2022년 83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한 후, 2023년에는 충당금 적립 증가로 인해 128억원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2024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24억원인데, 2022년치와 비교하면 약 46.41% 오른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이 케이뱅크 상장 계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제도적 틀이 마련되면, 금융시장 전반에서 케이뱅크의 비즈니스 모델이 보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케이뱅크가 업비트와의 실명계좌 독점 계약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법인계좌 허용 효과는 상당 부분 상쇄될 여지가 있다.
업비트의 케이뱅크 계약기간은 10월까지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업비트가 하반기 중 실명계좌 제휴사를 하나은행으로 바꾼다는 풍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잘못된 소문”이란 입장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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