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가산금리 인하 시사
시중은행 “아직 구체적 계획 없어”
케이뱅크, 오히려 금리 인상

최근 경기 북부 한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 사전 설명회에서 시중은행 영업 담당자가 주담대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조성진 기자
최근 경기 북부 한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 사전 설명회에서 시중은행 영업 담당자가 주담대 개념을 설명하고 있다. 조성진 기자

“지금 집단대출 금리 전반이 올라가면서 거의 5% 후반에서 6%대로 왔다 갔다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실제로 집단대출 신청하는 시기는 2월이니까 지금보단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금리가 떨어질 수도 있겠죠. 만약 금리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여기 있는 예비 입주민들은 3월부터 입주하셔야 하니깐, 4%~5% 금리는 각오하셔야 합니다. 은행끼리 담합한 건 아닌데 아마 메이저 은행들은 5년 고정금리로 나갈 겁니다. 어디를 가시든 거의 비슷한 조건으로 대출이 나갈꺼에요.”

최근 경기 북부 한 신축아파트 입주예정자 사전설명회에서 한 시중은행 영업팀장이 한 발언이다. 집단대출 금리가 5~6%로 나갈 것이란 말에 입주 예정자들은 예상보다 높은 금리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2025년 초, 주택시장 기대와 달리 주담대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직접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하를 강조한 가운데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이 상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3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케이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가산금리를 각각 0.3%포인트(p)씩 인상했다. 15일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의 가산금리를 0.5%p씩 올렸고 21일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0.3%p 더 올린 이후 이틀 만에 추가 인상이다.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는 이달에만 1.1%p 높아졌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 가산금리도 0.05∼0.06%p 올렸다.

케이뱅크는 경쟁사 대비 비교적 저렴한 금리를 올린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사인 토스뱅크 역시 지난해 12월 중순 대출 관리를 위해 마이너스통장 가산금리를 0.1%p 인상한 바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최저 수준이었던 금리를 업계 평균수준으로 올린 것”이라며 “중저신용자 상품금리도 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은행업계에선 케이뱅크의 이번 금리인상 타이밍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다. 금융위원회가 시중은행에 가산금리 인하 신호를 보낸 상황에서 “왜 하필 지금 금리를 올렸느냐”는 지적이다. 가산금리란 대출, 채권, 또는 금융 상품의 이자율을 설정할 때 기준금리에 시중 금융기관에서 추가로 더하는 금리를 뜻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음에도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내려가지 않은 이유는 9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앞두고 주담대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각 은행의 가계대출 포트폴리오 강화를 주문했고, 그 일환으로 다수의 은행이 가산금리를 높게 잡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편집 조성진 기자
편집 조성진 기자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6월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4.28%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평균 3.69%에 순가산금리(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 차) 0.59%가 더해진 값이다. 기준금리가 두 차례 떨어진 지난해 12월,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가계대출 금리는 4.90%로 오히려 더 높아졌다. 평균 기준금리는 3.27%로 낮아졌지만, 순가산금리 1.62%를 기록한 탓이다.

전날 김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2025년이 시작됐고 기준금리가 떨어진 부분에 대해서 은행들이 이제는 반영해야 될 시기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측면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며 “기준금리가 내려오면 기본적으로 그건 대출금리에 반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케이뱅크와 반대로 지난해 12월 원가 요소 조정에 따라 대출 가산금리 하단을 0.1%p 내렸다. 이밖에 토스뱅크는 “아직 금리를 조정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수요자들은 은행업권에서 가장 규모가 큰 5대 시중은행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자체 주담대 신규 공급 규모는 23조7657억원을 기록했다.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픽사베이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픽사베이

부동산시장 실수요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실수요자 A씨는 “당장 3월에 입주하는 신축아파트 주담대 상품을 알아보고 있는데 집단대출 뿐만 아니라 디딤돌대출이나 보금자리론 같은 정책금융 상품 금리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 B씨는 “시중은행이 금융위 목소리를 반영해 금리를 내리겠다는 건인지, 만약 그렇다면 어느 시점에 얼마나 내릴 것인지를 알고 싶은데 뚜렷한 정보가 부족해 답답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중은행에선 “아직 금리 조정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물론 시중은행이 금융당국 고위직 간부 발언을 완전히 무시하진 못할 것”이라면서 “결국 금리는 시장 공급과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향후 흐름을 섣불리 예측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가산금리를 먼저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지방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를 이유로 지방은행에 대해선 대출 공급에 여유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방은행은 주담대 실수요가 수도권과 비교해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수도권 시중은행의 자체적 금리정책 강화로 마지못해 금리를 인상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은행업권이 가산금리를 내린다면 지방은행이 선제적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