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업권 초미 관심은 ‘PF 정상화’
‘낮은 자기자본 비율’...PF 구조 핵심 문제
부실 사업장 최소 500개소, 대출 512조원
경공매 정보 플랫폼은 “언발에 오줌 누기?”

2024년 부동산시장은 2~3년 전부터 시작된 침체의 연속이었다. 올해 역시 암울한 전망으로 가득하다. 스트레이트뉴스는 건설업 불황과 수익성 악화, 국내외 불확실성,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위기, 공급(착공·분양·입주) 물량 부족, 서울·수도권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 (악성)미분양 및 경공매 매물 증가 등 올해 부동산시장에 도사린 각종 리스크를 살펴보고 시장의 방향성을 가늠해 보는 특집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2025년 부동산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건설업 불황, 대내외 불확실성,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위기, 물량 부족, 시장 양극화, 미분양 증가 등으로 밝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2025년 부동산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건설업 불황, 대내외 불확실성,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위기, 물량 부족, 시장 양극화, 미분양 증가 등으로 밝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10월, 1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고 건설·부동산 금융 지표가 나빠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발 리스크가 금융권 전체로 번졌다. 건설·부동산 금융대출이 512조원을 돌파했고, 특히 비은행권의 연체율과 부실대출 비율이 2015년 금융업권별 통계 집계 이후 최악 수준으로 치솟았다.

해결의 관건은 저금리와 청약 순풍, 미분양 해소지만, 금리를 인하할 환경은 조성되지 않고, 청약 호성적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한파가 거세다. 그나마 미분양 해소가 당장 기댈 수 있는 언덕이지만, 정부가 추진 중인 ‘PF 경공매 정보 플랫폼’의 효과에 대한 업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업계 초미의 관심사...“PF 정상화”


“우량 사업장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위험을 줄이고,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중소건설업체에 PF 보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국토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탄핵 정국 등이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강조한 내용이다.

정원주 주택건설협회장(대우건설 회장)도 신년사에서 부동산 불경기 타개책으로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민간건설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 ▲주택법 통합심의 의무화 후속조치 이행, ▲기부채납 완화 등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PF 정상화를 위한 유동성 지원 방안을 요청한 바 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는 현재, PF 문제는 건설·부동산업계와 금융권 전체에 초미의 관심사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세 가지 리스크


대규모 건설사업에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투자자와 개발자가 수행하는 신디케이트론, 대출자와 개발자가 수행하는 조인트벤처, 부동산펀드, 리츠, PF 등이 있다.

PF는 미래 현금흐름을 토대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대출받는다. 금융기관은 리스크 방지를 위해 토지 또는 시행사의 시행권을 담보로 설정하거나 시공사의 연대보증, 책임준공(시공비), 채무인수 등으로 신용을 보강한다.

시행사는 자기자본에 브릿지론(고금리)으로 대출받은 타인자본을 더해 토지 비용을 마련한다. 이후 인허가, 용도변경 등 사업에 필요한 승인이 나면 브릿지론보다 금리가 낮은 본 PF로 갈아타고, 선분양에서 들어오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본 PF 대출을 갚아 나간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방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간 갈등으로 멈춰선 ‘강서 센트럴 I-PARK 건설 현장’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방화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간 갈등으로 멈춰선 ‘강서 센트럴 I-PARK 건설 현장’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이 과정에는 시행사의 ‘인허가 승인 실패’, 시공사의 ‘공사 거부’, 분양 실패에 따른 ‘대출금 미상환’ 등 세 가지 리스크가 숨어 있다. 인허가 승인 실패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시공사의 공사 거부와 분양 실패에 따른 대출금 미상환은 부동산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공사 거부는 시공사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재무 리스크 증가, 공사비 증액 요구, 시공사와 지역주택조합 간 갈등 격화 과정을 거쳐 현장을 멈춰 세운다. 소송이 진행되고 공사비 증액에 합의하거나 시공사가 교체되는 등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평균 1년 6개월이 걸린다.

기사가 다루려는 문제는 분양 실패에 따른 대출금 미상환이다. 본 PF 대출을 갚으려면 분양에 성공해야 한다. 청약자들의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대출금을 갚는 구조라서 그렇다. 분양에 실패할 경우, 은행,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구성되는 대주단에 문제가 생기고, 그런 사업장이 많을수록 부동산시장 전체가 흔들린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부동산 개발이 이런 구조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PF발 위기 해결...관건은 금리·청약·미분양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 개발 시 시행사의 자기자본 비율이 낮아 본 PF 차입금과 선분양 계약금 및 중도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이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금리와 청약 성적이라는 두 가지 변수가 관여한다.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높을 경우, 자금조달이 어렵고, 자금을 구한다 해도 사업 시행 초기부터 이자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난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다포스포럼에서 공개적으로 금리인하를 압박했음에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제롬 파월)는 이달 3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열린 첫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로 동결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금리인하 여력도 당분간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AP/연합뉴스
이달 2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AP/연합뉴스

아파트 분양 시장도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만5102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섰지만, 1순위 마감 비율은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45.5%(5만2403가구)에 머물렀다. 청약 경쟁률은 사회경제적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일부 인기 지역 외에는 청약 한파가 지속될 거라는 관측이다.

미분양 역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24년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6776호(지방 5만2828호), 그중 악성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464호였다. 정부가 1가구 1주택 특례, 미분양 주택 매입 시 CR리츠 혜택 강화 등의 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위기의 실체...부실 사업장 500개소, 대출 512조원


현재 금융권의 부동산업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한국은행의 ‘금융업권별 건설·부동산업 기업대출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현재 금융권의 건설·부동산 대출 잔액은 512조3000억원이다. 은행권이 325조2000억원, 비은행권(저축은행, MG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 보험회사, 캐피탈과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기관)이 187조1000억원이다.

이는 2023년 동기 493조원 대비 19조3000억원 증가한 수치로, 한은이 통계를 금융업권별로 구분해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최대 규모다. 구체적으로 은행권은 지난해 동기 299조2000억원에서 26조원 늘었고, 비은행권은 지난해 동기 193조8000억원에서 6조7000억원 줄었다.

비은행권 대출 잔액이 줄어 수치상으로는 은행권보다 나아 보이지만, 내막을 뜯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대출 연체율이 건설 8.94%, 부동산 6.85%로 2023년 동기의 4.81%, 4%에 비해 대폭 늘어나서다.

3개월 이상 연체돼 정상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더 심각하다. 건설은 24%, 부동산은 2023년 대비 14.42% 급증한 20.38%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역시 2015년 이후 최대치다.

부실이 우려되는 사업장 수 또한 사태의 심각성을 키운다. 금융당국이 2024년 3분기 부동산 PF 2차 평가를 실시한 결과, 부실 우려 사업장이 최소 500개소에 이르고, 금융권이 이들 사업장에 대출 또는 보증해 준 금액이 23~25조5000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해법은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


11월 정부는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 회의를 개최해 건설·부동산시장에 불어닥친 PF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PF사업장 평가 기준 개선, ▲PF 정리·재구조화 유도, ▲민간금융 공동대출 조성 등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달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융권 PF 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에서 인사말 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이달 23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금융권 PF 사업장 합동 매각설명회’에서 인사말 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특히 시행사의 낮은 자기자본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PF사업자의 자기자본비율을 20~40% 수준으로 높이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PF사업에 토지나 건물을 현물로 출자할 경우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및 납부 지연, 개발규제 완화, 컨설팅 등 행정지원을 제공하고,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용적률 및 공공기여 완화, PF보증료 할인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건설업계가 요청한 ‘정부의 PF 제도 개선 적용 시기 유예’ 방안과 대치된다. 하지만 당국은 PF 정리 및 재구조화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 전문가 간담회’에서 “정국 불안정성의 영향이 건설·부동산 등 실물경제에까지 미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PF 신규 취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PF 연착륙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부동산 PF시장의 리스크 요인으로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 ‘비아파트(연립, 다세대, 오피스텔 등) 거래 부진’과 함께 ‘사업 지연 시 건설사·신탁사로의 부실 전이 가능성’을 꼽으면서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이 적극 추진되면 부동산 PF발 리스크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종합하면 PF사업장 부실화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부실 사업장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재 당국과 금융권의 부동산 PF 정리·재구조화 방향은 부실화된 사업장이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 정상화될 수 있도록 ‘은행보험 신디케이트론 및 PF 신규 취급을 통한 건설·부동산업 자금 지원’에 맞춰져 있다.

2024년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6776호(지방 5만2828호) 중 악성 미분양이 1만4464호에 달하는 가운데, 준공 후에도 대부분의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지방의 한 아파트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2024년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6776호(지방 5만2828호) 중 악성 미분양이 1만4464호에 달하는 가운데, 준공 후에도 대부분의 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한 지방의 한 아파트 ⓒ스트레이트뉴스(김태현 선임기자)

PF 정리·재구조화, '경공매 정보 플랫폼'만으로?


금융당국은 25조5000억원 규모의 부실 사업장을 올해 상반기까지 정리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은 사업장을 양호(A), 보통(B), 유의(C), 부실 우려(D) 등 4단계로 나누고, 그중 20조 9000억원 규모인 유의(C)와 부실 우려(D) 평가 사업장을 재구조화한다는 계획하에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정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12월 16일(잠정) 현재 정리 및 재구조화된 사업장은 전체의 24.9%인 5조2000억원(수의계약·경공매 3조5000억원, 신규 자금 공급 1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리 속도는 지난해 9월과 10월 각각 1조2000억원, 11월 5000억원, 12월 6000억원으로 떨어졌다.

“최근 대내외 시장 요인 등으로 사업장 정리 속도가 다소 둔화해 다시 한번 정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부실 사업장 정리·재구조화 속도가 줄어들자, 금융감독원은 이달 23일 ‘PF사업장 정보 공개 플랫폼 구축 및 합동 매각 설명회’를 개최하고, 별도의 ‘PF 경공매 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부실 사업장 소재지와 용도지역, 면적, 감정가액, 경공매 진행 경과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 플랫폼은 부실 사업장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한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①금융사가 부실 사업장 정보를 플랫폼에 공개하면, ②이를 발견한 시행사가 매수를 추진하는데, ③해당 금융사로부터 대출 원금의 90%까지 대출받아 부실 사업장을 매수한다. ④금융사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이 개선되므로 신규 대출 취급이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사업장 정리 목표는 3월말까지 7조4000억원, 올해 상반기까지 8조8000억원 규모다. 이 플랫폼이 PF발 부동산시장의 위기를 잠재울 수 있을까?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의지는 좋아 보인다. 부실 사업장 정보가 더 많은 투자자에게 공개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는 괜찮아 보이는 매물보다 가격을 낮춰도 사업성이 보이지 않는 매물이 훨씬 더 많다. 이 플랫폼 하나로 PF발 위기를 잠재울 수 있다? 과연 그렇게 될까?”라며 고개를 저었다.

업계는 건설·부동산 분야에 대한 보다 전폭적이고 과감한 자금 지원책이 가장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기소 정국에 따른 정치 공백이 해소된 후에 움직인다면, 부동산시장은 이미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지 모른다.

후속기사에서는 공급(착공·인허가·준공) 물량 부족, 서울·수도권 vs 지방 부동산시장 양극화와 관련된 이슈들을 살펴본다.

[스트레이트뉴스 김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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