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세 기조, 시장 불확실성 확대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이탈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픽사베이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픽사베이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번달 1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기준)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다. 1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해 예상치를 상회했다. 또한 2월 비농업 고용지수는 15만1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5만9000개를 밑도는 수치지만 전월 12만 5000개보다는 증가한 것이다. 2월 실업률은 4.1%로 상승해 전월 대비 4.0%보다 높아졌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12일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이에 캐나다는 미국산 수입품 300억 캐나다 달러 규모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으며, 유럽연합(EU)도 260억 유로 상당의 미국 제품에 대해 4월부터 보복 관세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감수하겠다”고 발언하며, 10일 나스닥은 하루만에 4% 넘게 빠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감독 담당 연준 부의장에 미셸 보먼을 지명하며 규제 완화 기조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동시에 그는 제롬 파월 의장의 교체 가능성도 시사하며 연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를 확인한 상태에서 신중함을 표했던 연준이 일부 완화적 통화정책 스탠스를 취할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탓에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

소날 데사이 프랭클린템플턴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는 전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은 앞으로도 견조할 것이며 연말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현재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사이 최고투자책임자는 “연준이 통화정책 완화에 이미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관세를 잠재적 인플레이션 위험 요소로 지목한 만큼, 시장의 두 차례 추가 금리 인하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완화 사이클이 끝났거나 거의 끝나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AP/연합뉴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주 뉴욕에서 열린 통화정책 포럼 행사 연설에서 “트럼프 현 행정부의 정책 변화의 영향이 좀 더 명확해질 때까지 통화정책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재정정책을 이끄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정책을 이끄는 파월 의장의 생각이 다른 구간이 고통의 구간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3월 FOMC에서 완만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바톤 터치가 나오지 않을 경우, 증시 저점은 4월 상호관세 부과 전후까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철강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 감소 및 기업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주요 한국 철강 기업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투자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부터 외국 금융기관이 외환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18억1000만 달러(약 2조6488억원)를 순유출하며, 7개월 연속 ‘셀 코리아(Sell Korea)’를 이어갔다. 코스피는 지난달 2650선을 회복했으나 이날 기준 259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엔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원화의 상대적 약세를 초래할 수 있으며,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엔화 강세로 인해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 한국 제품이 대체재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공존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는 유로, 엔화 등 선진 통화 대비 더욱 두드러진다"면서 “달러화 지수가 이달 초 107대에서 103대로 내렸지만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내수경기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지만, 금리 인하와 재정확대 기조가 뚜렷하고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점차 견고해지면서 상대적 강세로 나아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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