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7개월 만에 최고치
미 경기둔화 우려에 달러 약세 영향

일본 엔화 지폐(왼쪽)와 미국 달러화 지폐(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일본 엔화 지폐(왼쪽)와 미국 달러화 지폐(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엔화 가치가 7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당 140엔선을 장중 위협하는 등 달러 약세와 일본의 외환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엔화 강세(엔고)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1일 도쿄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3분 기준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0.6엔을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약 1.2% 하락한 수치로, 엔화 가치가 그만큼 상승했다는 의미다. 엔화가 달러당 140엔대를 회복한 것은 2024년 9월 중순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엔화 강세의 배경에는 미국발 불확실성이 자리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관세정책을 잇달아 예고하면서 미국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고, 이는 달러 매도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게 사실상 사퇴 압박을 가한 것도 시장에 불안을 더한 요인으로 꼽힌다.

닛케이신문은 “미국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보였고, 그 반작용으로 엔화가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또한 미·일 간 무역·관세 협상에서 환율 문제가 주요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엔화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달 하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회의에 맞춰 가토 가쓰노부 재무상이 미국을 방문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회담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엔화가 강해지면, 상대적으로 원화는 약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특히 엔/원 환율에서 엔화가 오르면 한국 제품이 일본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또한 엔화 강세는 일본 투자자들이 환차손 우려 탓에 국내 주식이나 채권에서 자금을 뺄 수도 있다. 

한편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1488.3원까지 치솟아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 후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이날 오전 1418.1원까지 내렸다. iM증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1400~1450원으로 제시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상호관세 및 달러화와 관련한 논의 여부와 함께 미-일 그리고 한-미 재무장관회담에서 엔화와 원화에 대한 언급이 있을지가 (외환시장의) 주요 변수”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의 재무장관이 상호관세와 관련해 엔저 현상 시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미-일 재무장관 회담 결과와 이후 외환시장이 반응을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홍철 DB증권 연구원은 "달러의 지위 훼손에 대한 끈질긴 주장은 수십년 간 제기돼 왔으나 금융위기 이후 달러의 지위는 날로 공고해지기만 했다”고 말했다.

문 연구원은 "신흥국은 자국 내 투자가 저축보다 크기 때문에 대미 투자가 적었고, 이에 따라 자본 이동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현재 달러의 약세는 안전 자산 여부와는 무관하며, 대미 투자 비중이 큰 선진국 투자자들의 리밸런싱일 뿐"이라고 해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