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위안화 연동 약세..엔화 대비 평가절하 이중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를 넘나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유예 발언 이후 1420원대로 급락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 한마디에 환율이 요동치면서, “외환시장과 한국 경제가 다시 불안정 국면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데자뷔…변동성 커지는 환율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3.5원 오른 1429.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오전 한때 1432.7원까지 상승하다 전 거래일 대비 0.16% 하락한 1426.7원으로 주간거래(오후 3시 30분)를 마쳤다.
장 초반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건 관세정책에 대한 백악관 입장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5개 이상의 제안이 테이블 위에 있으며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며 “일부 협상에 대해 매우 곧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레빗 대변인은 “중국의 경우, 다른나라처럼 미국 소비자를 원한다”며 “다른 식으로 말하면 그들은 우리 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입술 끝에서 널뛰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 원/달러 환율은 1470원 선에 근접했다. 그러다가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총장을 파면한 이후 2월 말 이래 최고 수준인 1434.1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언으로 환율이 다시 급등했다가 백악관에서 “한국은 관세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밝히면서 다시 1420~1440원대에서 거래되는 모습이다.
이번 환율 급등락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에서 1600원대를 넘어섰고, 2008년 금융위기 시기에도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해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코로나19 발발 초기인 2020년에는 원·달러 환율이 1570원대를 돌파하며 투자심리를 급랭시켰다.
2025년 3월 20일부터 같은 달 말까지 약 2주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3조448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5313억원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1450원대를 유지했는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고환율과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여진다.
◆ 중국 경기 둔화·엔화 강세..원화 양방향 압박
요동치는 환율은 ‘원화 가치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와 높은 연동성을 보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연간 평균 환율 기준으로 1위안화는 약 197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연초 약 181원에서 연말 199원 선까지 상승한 결과로, 1년 사이 약 8.9% 오른 수치다. 중국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위안화가 일정 수준을 유지한 반면, 원화는 그 영향을 그대로 반영해 동반 약세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1엔화는 지난해 평균 약 9.01원에 거래됐다. 이는 연초 약 8.81원에서 연말 9.03원까지 상승한 수치로, 연간 기준 약 2.3% 오른 수준이다. 일본 엔화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시기에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원화는 위안화에 연동돼 구조적으로 약세 압력을 받는 반면, 엔화 대비로는 지속적인 평가절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환율 변동성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율의 급격한 변동이 수출입 가격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기업의 투자 결정을 지연시키며, 전반적인 경제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수출입 물가 상승과 수출입 물량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을 높이고 금리 상승 및 주가 하락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선임연구원은 “1분기 원화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던 정국 불안 이슈가 해소됐지만 트럼프 관세전쟁 이슈라는 벽이 남아 있는 만큼 당분간 위·아래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 선임연구원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는 만큼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동맹국 무역협상이 조기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주식시장 반등에 맞춰 2분기 중에는 원·달러 환율도 하향 안정화할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혼선이 달러화 신뢰도를 떨어트리면서 '셀 USA' 현상을 촉발시키고 있다”며 “무역전쟁 혼란 속에 엔화는 안전통화로 재부각되면서 강세를 보였는데,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급락과 엔화 가치 급등이 맞물리면서 하락했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달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주요국 통화에 대한 절상 요구가 담겨있다면 유로화·엔화 가치 추가 강세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번주 원/달러 환율은 1400~1450원 사이를 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경기와 달러화 전망이 악화된다”며 “장기금리 상승과 재정지출에 보수적인 정부 스탠스(태세)를 고려하면 달러 가치 추가 하락 전망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 4월 금통위 주목..‘연속 인하냐 숨 고르기냐’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 진정세로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론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율이 낮으면 그만큼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출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기준금리는 2월 한차례 0.25% 포인트 낮추면서 2.75%로 내려왔다.
박석길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8일 ‘한국의 성장 둔화, 정책은 대응에 나설 것’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2월에 이어 4월에도 연속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후에는 한 차례 숨 고르기를 거친 뒤 8월부터 분기별 인하 사이클이 재개될 것”이라며 “결국 2026년 2분기까지 기준금리가 1.5%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위원 역시 “관세 적용으로 한국 경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4월 금통위서 한은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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