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를 놓고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도체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율 발표 시기는 원래 14일이라고 했다가 다시 다음주로 변경됐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가 "머지않은 미래에 시행될 것"이라면서도 반도체 관세율이 얼마나 될지 묻는 질문에는 "다음주에 발표하겠다"고만 답했다.
관세 부과는 예고됐지만 관세 범위와 시기 등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지 않아 당분간 반도체 시장의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관세는 명확한 목표를 두고 사용할 때 유용한 도구이지만 현재 우리가 목도하는 것은 그저 혼돈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 관세에 대해 "일부 기업에 유연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확실하진 않다"고 덧붙인 상태다.
대신 유연성에 대해서는 "기업들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관세율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같은 반도체 관련 업종이더라도 기업에 따라 영향 정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국 내 투자를 강요하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기업 등이 예외나 차등 관세율을 받아내기 위한 로비의 창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많은 경영자가 사저가 있는 마러라고로 몰려들었고, 취임식에 수백만달러를 기부했다"고 꼬집었다.
반도체가 주력 수출 산업인 한국은 민·관 외교 채널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야할 전망이다.
한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응에도 눈길이 쏠린다. 양사 모두 별도의 입장은 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미국 내 추가 투자 진행 등 여러가지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중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시스템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인디나주 웨스트라피엣에 HBM(고대역폭메모리)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