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효율와 중심 VS 자사 로열티
종신보험 판매망 효율화 영향 커
생명보험업계가 제판분리(상품 제조와 판매 분리) 전략을 통한 법인보험대리점(GA) 강화와 전속 설계사 중심의 영업 모델 유지 사이에서 각기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화·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를 통해 판매 효율화를 추진하고, 교보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강화했으며, 삼성생명은 양자를 혼합 운영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GA 시장은 성장성이 높지만 고객 유지율이 낮고, 전속 설계사 체계는 신뢰도가 높지만 운영 비용 부담이 크다.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 이후 최적의 수익 구조를 모색 중이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교보생명에 등록된 전속 재무설계사(FP) 수는 전년 대비 10.3%(1425명) 늘어난 1만51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8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전속 FP 수는 2022년 1만3563명에서 2023년 1만3716명으로 1.1% 증가했다.
교보생명은 설계사를 통해 고객에게 최적의 보장과 유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건 회사의 가치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재무설계사들의 고충을 지원하는 ‘컨설턴트 불편지원센터’ 운영, 우수 설계사 자녀 해외 어학연수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설계사들이 소속감과 자부심을 느낄 것으로 보여진다.
한화생명은 2021년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여 자회사형 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시키며 제판분리를 적극 추진했다. 이를 통해 판매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여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수익성 개선과 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한화생명의 경우, 자회사형 GA회사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보장성 보험 판매 경쟁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6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293억원을,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83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제판분리 전략은 판매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상품 제공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전속 설계사 수 감소와 내부 통제 약화 가능성 등의 단점도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 생명보험업계 전속 설계사 수는 2019년보다 2.69% 늘어난 8만9355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 말 기준으로 보면, 2020년 대비 33.65% 줄어든 5만9297명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통해 전속 설계사를 흡수하며 대형 GA로 성장했다. 이를 통해 판매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양한 상품 제공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전속 설계사와 GA 채널의 장점을 모두 활용해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전통적으로 전속 설계사 중심의 영업을 펼쳐왔으나, 최근 GA 강화 전략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우량 GA 인수나 지분투자, 제휴 등을 추진하며 판매 채널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제판분리 전략은 종신보험 판매망 효율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사의 대표적인 장기 보장성 상품으로, 보험사들에게 높은 CSM을 제공한다. 하지만 IFRS17과 K-ICS 도입 이후, 생보사들은 수익성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했다.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처럼 자회사형 GA 를 설립한 생보사들은 기존 전속 설계사 기반의 판매 채널을 줄이고, GA를 통한 상품 판매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했다.
GA 채널은 보험사 간 상품 경쟁이 심한 구조이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종신보험을 GA에 맞춰 경쟁력 있는 형태로 변화시켜야 했다. 단기납 종신보험 같은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GA 환경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처럼 전속 설계사를 강화하는 보험사들은, GA를 활용한 공격적인 판매보다는 고객 유지율과 장기 계약 유지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전속 설계사를 통해 고객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며, 종신보험의 유지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GA 채널은 보험사들에게 빠른 성장을 가져올 수 있지만, 브랜드 로열티가 상대적으로 낮아 장기적으로 고객 유지율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전속 설계사는 고객 신뢰와 유지율 측면에서 강점이 있지만, 운영 비용이 커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보험연구원은 ‘2025년 보험산업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
황인창 연구위원은 “2025년 보장성보험은 건강보험 판매 확대에도 종신보험 판매 축소로 작년 대비 8.5% 감소가 전망된다”며 “특히 저축성보험은 금리 하락 전망 등으로 일시납 연금보험 판매가 축소되어 7.0%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 연구위원은 “변액보험은 주가지수 회복 기대로 인한 신규수요 확대에도 기저효과로 45.9% 감소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