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공격적 영업채널 확장

국내 금융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와 이를 맹추격하는 2등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1등을 쫓는 추격자는 새로운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된 전략을 선보이는 상황입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2등의 반격> 시리즈를 통해 금융업권별 시장 쟁탈전과 전략적 차이를 집중 조명합니다. <편집자 주>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경. 한화생명 제공.
한화생명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63빌딩 전경. 한화생명 제공.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이 업계 1위 삼성생명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한화생명은 보험대리점(GA) 역량을 확장하며 삼성생명을 추격하는 상황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끊임없이 GA 영업채널을 확장하는 추세다. 6월말 기준 한화라이프랩과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피플라이프 등 한화생명 계열 설계사를 모두 합친 숫자는 2만9184명이다. 현재 삼성생명의 전속 조직 규모(3만2738명)를 턱밑까지 쫓아왔다.

GA 채널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 판매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GA 운영 전략은 확장성에 있다. 삼성생명은 오랜 전통을 가진 전속설계사 조직을 바탕으로 주력하고자 하는 상품을 통제력 있게 판매하고 있다. 

한화생명 산하 GA 3개사 상반기 영업수익은 1조2247억원으로 전년 동기(9060억원) 대비 35.2% 성장했다. 한화생명 GA 계열사의 반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화생명의 GA 계열사 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된 회사는 한화라이프랩이다. 2007년 한화생명 복합(POM) 채널로 시작해 2014년 한화라이프에셋, 2020년 한화금융에셋 등을 거쳐 2021년에는 한화라이프랩으로 사명을 바꿨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 등 15개 회사의 보험상품을 취급한다. 한화라이프랩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반기순익으로 각각 755억원, 39억원 기록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한화생명이 보험사 상품의 제조(상품기획)와 판매를 분리하기 위해 만든 GA 영업회사다. 제판분리 2년 반 만인 지난해 첫 흑자를 달성했고 올해 1월엔 GA업계 6위 피플라이프를 약 2000억원에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7월에는 월납보험료 기준 167억원을 기록하며 월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같은달 설계사 가동률은 81%, 1인당 생산성은 73만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시장에선 한화생명이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후 상장(IPO)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2만2800명으로 GA 업계 1위 수준이다. 기존의 상장 GA인 인카금융서비스, 에이플러스에셋의 보유 설계사 기준 각각 업계 4위, 10위 수준이라는 점에서 기업가치는 이들 경쟁사보다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지난해 하반기 한국금융지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산정한 밸류에이션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9000억원 수준으로 평가한다.

한화생명은 상반기 당기순이익으로 6673억원을 달성했다. 단순 실적만 놓고 보면, 아직 1등인 삼성생명과의 실적 격차가 있지만, 연납화보험료(APE)는 보장성 상품을 중심으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보장성 상품이란 주로 생명보험, 건강보험, 상해보험 등 보험의 본래 목적에 가까운 위험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을 말한다. 보장성 APE는 이러한 상품의 연간 보험료를 표준화해 1년 단위로 환산, 상품의 판매 규모나 수익성을 측정한다. 업계 대표적 실적 평가지표 중 하나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전체 신계약 APE는 1조9199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신계약 규모에서 특히 보장성 APE는 80% 규모다. 보장성 APE는 전년 동기 대비 36.6% 성장한 1조5268억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화생명은 상반기 말 기준 보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으로 9조1537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만 새로 계약한 CSM 규모는 9965억원 수준이다. 이 중 일반보장성 상품의 신계약 CSM은 전년 대비 42.6% 증가한 6964억원을 기록했다.

CSM은 보험사가 현재 보유한 보험계약에서 미래 얻게될 것으로 기대되는 미실현 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가치를 말한다. 지난해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핵심 수익성 지표로 여겨진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상반기 보장성 보험 판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조직 규모 증대로 신계약 매출을 확대했다”면서 “고객 요구에 맞는 신상품 출시와 고능률 설계사 채용 역량을 강화하고 디지털 경쟁력 기반 영업효율성 증대로 장기적 회사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이 3분기 보험서비스 손익과 투자손익에서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이 3분기 보험서비스 손익과 투자손익에서 모두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삼성생명 제공.

삼성생명은 올해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으로 1조3685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지켰다.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9조8000억원에 달한다. 상반기 말 기준 신계약 서비스 마진(CSM)은 12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한화생명의 GA 채널의 성장세가 눈에 띄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의 영업채널 운영 방식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 GA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올 상반기 8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022년(-60억원), 2023년(-65억원)보다 손실 규모가 더 커진 결과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삼성생명이 장기적으로 유능한 설계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확보하려면, 전속채널 외에도 GA 채널을 적절히 활용하거나 디지털 전환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구구조 변화와 보험 설계사의 고령화는 두드러지는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하고 다양한 채널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의 해외 역량 확대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한화생명은 2008년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했다. 베트남법인은 2016년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시장에서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2019년 이후부터 5개년 연속 꾸준한 흑자를 달성한 결과 2023년 상반기 누적 결손을 해소했다. 

한화생명 인도네시아법인은 2012년 현지 생보사 인수를 통해 2013년 10월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한화생명은 올해 4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총 40.0%를 매입하기도 했다. 

삼성생명은 1997년 태국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 생명보험사 중 처음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했으며 태국법인을 거점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생명 태국법인은 2017년 5억원 순이익을 기록하며 진출 이후 첫 흑자를 낸 이후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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