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 강화 주문..실수요자 볼멘소리

올해를 두달 여 남긴 가운데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에서 목표한 수주액을 달성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픽사베이 제공.

“저희도 내년에 입주할 때 거의 대부분을 대출 받아야 하는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되면 더 힘들어지겠네요.” 

“아니에요. 청약당첨자는 잔금대출시 입주자모집공고일(분양일) 당시 DSR을 따르기 때문에, 크게 신경 안쓰셔도 괜찮습니다.”

내년 상반기 경기도 양주 A 신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최근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은행이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고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제 수요자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9월부터는 수도권은 1.2%포인트(p), 비수도권은 0.75%p 가산된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5000만원이면 기존에는 변동형 한도(30년 만기 분할 상환)로 3억2900만원까지 빌릴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2억8700만원으로 줄어든다.

스트레스 DSR은 기존 DSR 규제에 스트레스(가산) 금리 1.5%를 더하는 방식이다. 올해 2월 26일부터 이번달까지 적용된 스트레스 금리는 0.38% 수준이었으나 2단계가 적용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높아진다.

다만 이번달 31일까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한 차주에 대해선 종전 규정인 1단계 스트레스 금리(0.38%)가 적용된다. 2단계 DSR 대상자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수도권 매물을 계약한 이들이 많아졌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26일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6% 올라 2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점차 오름 폭을 키워 8월 둘째 주(0.32%)엔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매물 거래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주담대 중심의 가계부채가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22일 주담대 잔액은 565조8957억원으로 7월 말보다 6조1456억원 증가했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보통 월 순증액 5조~5조5000억원 정도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는데, 8월은 지난달(7조1660억원)보다도 증가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당국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끓자 시중은행은 2분기부터 주담대 금리를 인상했다. 6월 최저 2%대에 진입했던 일부 은행의 주담대 금리 하단은 현재 4%대에 진입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주담대 고정기간(5년) 금리를 3.571~5.836%에서 4.074~6.338%로 상승했다. 

금리 인상이 되레 기존 차주들의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당국은 은행에 금리 조정 외 관리 방안을 주문했다.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힌 이복현 금감원장. 방송 캡처.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 나설 뜻을 밝힌 이복현 금감원장. 방송 캡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최근 은행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수도권 집값과 관련해 개입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다주택자 대출과 갭투자 등 투기 목적 수요에 자금이 흘러가는 것을 통제하길 기대한다”며 “수도권 투기 목적 지역의 부동산 대출이 늘어나면 강력한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KB국민은행은 전날부터 수도권 소재 주택에 대한 대출 만기를 30년으로 제한했다. 당초 50년 만기 제한에서 20년을 줄인 것이다. 주담대 만기가 줄어들게 되면 연 소득에서 대출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상승하게 되어 대출한도가 줄어 든다.

또한 주택을 담보로 해서 빌리는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한다. 다음 달 3일부턴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제공하지 않는 등 전세대출 관련 추가 규제를 실시한다.  

신한은행은 앞선 26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조건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조건 ▲주택 처분 조건 등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도 취급을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소유권 이전 ▲신탁등기 말소 등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중단한다. 오는 2일부턴 다주택자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한다. 하나은행 역시 생활안정자금 한도를 1억원으로 제한한다.

이 밖에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26일, 29일부터 모기지보험 상품인 MCI·MCG 취급을 중단했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일 수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경우 5500만원, 지방의 경우 2500만원의 대출 한도가 감소한다. 

비은행권 중 보험업계 역시 주담대를 옥죄고 있다. 삼성생명에서 3억원 시세의 아파트 매물에 대해 1억원 규모의 대출을 30년 동안 받기를 희망할 경우, 최저 연 3.39%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28일 고정형 주담대 금리를 평균 0.2%p 인상하며 적용받을 수 있는 최저금리는 3.59%로 올라갔다.

삼성화재도 27일 주담대 금리를 최저 연 3.19%에서 연 3.68%로 0.49%p 올렸다. 

같은 조건으로 ▲농협손해보험 3.98~6.17% ▲KB손해보험 4.07%~6.08% ▲한화생명 4.18~4.91% ▲교보생명 4.23~5.44% 등의 금리가 적용 중인데, 이들 중 일부도 주담대 금리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은행권에 이어 비은행권까지 주담대 조건이 상향 조정되면서 실제 수요자 사이에선 우려와 걱정이 커지는 상황이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30대 김모 씨는 “연초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예정이었으나, 한국은행이 3분기 중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란 이야기를 듣고 미루고 있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동산을 매매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어 시름이 깊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시장에 유동성이 잔뜩 풀린 시기와 비교해 현재는 금리도 비싸고 규제도 엄격해졌다”며 “당시 주택 매입을 하지 않았던 이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드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물론 건전성 차원에서 부채 총액을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코로나19 시기 부동산 거래를 한 이들과 현재 수요자 간의 형평성을 염두한 정책을 펼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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