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폭탄 우려 고조…車·반도체·가전 등 韓기업 위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이 점차 가시화되면서 한국에 큰 폭풍이 일어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것이 확정된 가운데 추후 자동차,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에도 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국내를 대표하는 4대그룹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4대그룹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정식 출범을 하기 전부터 공식적인 로비에 거금을 들였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미 폭탄 관세가 예정된 철강과 관련해 현대제철을 계열사로 둔 현대자동차그룹의 대책 마련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가전, 배터리 등을 핵심 품목으로 판매 중인 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이 트럼프의 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15일 미국 로비자금 정보 등을 공개하는 비영리 단체인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4대그룹은 지난해 공식적인 로비에 1699만달러(246억8000만원)을 투입했다.
가장 많은 금액을 들인 곳은 삼성이다. 삼성그룹은 총 678만달러(102억원)을 지출했는데,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주요 계열사를 통해 이 금액을 집행했다.
SK그룹은 삼성 다음으로 전년 대비 29% 늘어난 559만달러(81억원)를 사용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은 328만달러(47억4700만원), LG그룹은 114만달러(16억5600만원) 등을 각각 지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알루미늄과 철강에 25%의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겠다는 정책에 서명했다. 자동차와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 확대 방침도 재차 강조했다.
여기에 전기차 의무화 폐지, IRA(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혜택 축소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편 이전 바이든 정부때 확정 지었던 반도체 보조금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비관세 요인까지 고려한 상호관세 부과 방안을 수립해 시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상태다.
사실 자동차와 가전의 경우 이미 철강에 대한 고관세가 예정된 것부터 악재다. 자동차와 가전이 직접적인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철강을 사용하는 제품들인 탓에 원재료값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오른 철강값 탓에 자연스럽게 현대차그룹의 자동차와 삼성전자·LG전자 가전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현재 현대차그룹이 현대제철의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완공까지 일러야 2029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뾰족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SK그룹의 경우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출이 많은 탓에 좌불안석이다. 반도체가 철강 다음으로 유력한 관세 부과 대상 제품인 탓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에 고관세를 적용할 경우 SK하이닉스의 제품을 납품받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나 아직은 미지수다. 철강 고관세의 경우에도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한 상태다.
이처럼 4대그룹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정책으로 흔들리는 사이 오히려 재계 6,7위 기업들이 우려를 한층 떨친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대조적이다. HD현대와 한화그룹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수혜 산업으로 꼽히는 조선과 방산, 전력에너지, 태양광에너지 등의 산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별로 희비가 갈리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적자'를 빌미로 자국 기업 위주 정책을 펼치면서 한국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트럼프가 무역 적자를 야기하는 국가별로 접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4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국내 업계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회의를 열었다. 관계부처 및 업계과 긴밀히 소통해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대미 협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