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반토막 ‘쉬쉬’…공모가 밴드 소폭 하향만 강조
예보 ‘1년 보호예수’ 내세워…오버행 이슈 변한 것 없어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서울보증보험 IPO 간담회. 서울보증보험 제공.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진행된 서울보증보험 IPO 간담회. 서울보증보험 제공.

2023년 상장 도전에 나섰던 서울보증보험이 IPO 재추진을 알리는 간담회를 19일 열었다. 다만 이날 간담회에서 회사 측은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투자위험 설명은 축소한 채, 첫 IPO 시도 당시 대비 약 30% 낮춘 공모가 밴드와 배당 확대 등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내용만 강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반토막 난 실적과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중장기 물량 출회 이슈는 여전해 ‘눈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서욻보증보험은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환원정책 등 회사의 투자 포인트와 중장기 성장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이명순 대표이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대표 배당주로서 시장투자자들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1969년 설립된 서울보증보험은 국내 유일의 전업 보증보험사다. 각종 이행보증과 신원보증, 할부보증, 중금리 및 전세자금 대출보증 등 지난해 3분기 기준 469조원의 보증 잔액을 보유하고 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번 공모를 통해 대주주 예금보험공사의 보유지분(93.85%) 중 전체 발행주식의 10%(698만2160주)를 구주 매출할 계획이다. 1주당 희망공모가는 2만6000원~3만1800원으로, 2023년 당시 공모가 밴드(3만9500~5만1800원) 대비 30% 남짓 가격을 낮췄다.

다만 낮아진 공모가 비율 보다 더 낮아진 이익 체력에 투자자들의 유의가 요구된다.

회사측에 따르면 2024년 순이익은 약 2100억원 수준으로, 2023년 거둔 4164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하지만 지난 18일 회사 측이 공시한 ‘정정 증권신고서’에서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보증은 상장사가 아닌 관계로 통상 회기 종료 후 45일 내로 실적공시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증권신고서 대부분의 실적 수치는 3분기 숫자로 표기돼 있고, 4분기 관련 실적은 영업수익(매출액)과 영업이익만 한쪽 구석에 표기했을 뿐 순이익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 관련 숫자를 가지고 있음에도 고의적으로 누락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회사 관계자는 “4분기 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을 부기해 넣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한 증권사 IR팀장은 “이미 회기 종료 후 충분한 시간이 지났고, IPO를 추진하는 입장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온기 실적을 보수적으로 설명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에서도 2024년 온기 실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마디로 상장을 추진하면서 직전년도 온기 순이익이 반토막난 사실을 투자자가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회사측은 2012년부터 2023년까지 53.5%의 높은 배당성향을 유지해왔고, 이번 IPO를 앞두고 신(新) 주주환원정책을 수립·발표했다며 이른바 밸류업 추진 홍보에만 집중했다.

서울보증 측은 2024년 연결산 배당금액을 2000억원으로 확정해 상장 이후, 오는 4월에 주주들에게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배당기준일이 4월 초로 예정된 만큼 공모에 참여한 투자자들도 배당기준일까지 주식을 보유할 경우, 2024년 결산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희망공모가밴드 기준으로 9~11% 수준에 달하는 배당수익률이다. 향후 3년간 총 주주환원규모 연 2000억원 수준을 보장한다는 게 내부 목표다.

하지만 지난 18일 기재정정돼 공시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회사 스스로 배당수익률 매력도 저하에 따른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회사측은 증권신고서에 "당사 보통주식이 공모가 기준 약 9.0%~11.0%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하며, 한국 10년물 국채금리 대비 6.126%p~8.135%p,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대비 4.473%p~6.482%p의 추가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 등에 따른 미국 국채 10년물 등 시중금리의 인상, 한국 및 미국 등 각국의 기준금리 인하 추세 지연이 발생할 경우 당사 보통주가 제시하는 안전자산 대비 추가 배당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상장 후 당사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으므로 투자자분들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적시했다.

한편 서울보증보험은 향후 주주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 최소배당금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결산 시 밸류업 공시를 통해 구체적인 금액을 공표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1월 정관개정을 통해 분기배당 근거규정을 마련, 상장 후 실적, 주가추이, 대외환경 등을 고려하여 분기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상장 후 최대주주의 소수지분 매각에 따른 오버행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도 병행하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회사측 설명과는 달리 상장 추진과 관련해 꾸준히 지적되는 ‘매도 물량 출회’ 이슈는 여전히 문제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지난 2023년도와 달리, 가격 및 주주환원정책 등을 상당 부분 보완했고, 대주주 예금보험공사 역시 향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잔여 지분에 대한 매각 물량 및 시점을 결정하기로 하면서 보호예수기간을 1년으로 연장했다”며, “현재의 국내외 DR(예탁증서) 분위기가 상장 시점까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선 상장 직후 상장예정주식 6982만1598주의 약 14.15%(기존주주 6.15%, 공모주주 8.00%) 가량이 당장 유통가능하다. 또 이번에 상장되는 물량의 약 6배에 해당하는 예금보험공사 주식 5854만6746주가 1년 뒤부터 물량 출회 가능하다. 과거 부실회사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회수의 성격이기 때문에 물량 출회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

회사 측은 IT등을 활용한 신규사업, 해외진출 등을 신 수종사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수익의 극적인 변화를 단기간에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업자가 이 시장에 뛰어들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측도 보증보험산업의 성장둔화 가능성에 대해 “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보증보험산업의 성장이 정체될 수 있으며, 당사의 영업실적 및 재무상태에 실질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어 “또한, 만약 보증보험 시장이 개방되어 보증보험 시장에 신규 경쟁사가 진출할 경우 당사의 사업적 지위와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선 증권사 IR팀장은 “지난해 코스피가 상대적 부진을 보였고 연초 IPO실적도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 시장에 신규 물량이 들어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다만 IPO 진행시 투자자들에게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이 이미 고평가된 기업 IPO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축적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 요소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기업 신뢰 제고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보증보험 수요예측은 2월 20일부터 26일까지 5영업일간 진행되며, 3월 5일과 6일 이틀간 공모주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상장예정일은 3월 14일이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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