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쇠락, 사모펀드 MBK 인수 후 10년 경영 악화
유동성 악화, 피할 수 없었던 선택…변화의 갈림길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다만, 회생절차 신청과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익스프레스·온라인 등 모든 채널의 영업은 정상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스트레이트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금융 비용 절감과 현금 수지 안정화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금융채권 유예 외 일반 상거래 및 임금 지급 등 영업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이익 창출력 약화와 과중한 재무 부담을 이유로,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서민호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단기간 내 유의미한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자산매각 등에도 재무안정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며, 현금창출력 대비 재무부담이 과중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 사업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대형마트 2위인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에서 출발해 1999년 영국 테스코에 인수됐다. 이후 2008년 이랜드 홈에버 인수를 통해 몸집을 키웠고, 2011년 테스코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2014년에는 매출 8조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5년 테스코가 경영난으로 홈플러스를 매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7조2000억원을 투자해 홈플러스를 인수했고, 이 중 5조원을 홈플러스 명의 대출로 조달했다. 이후 점포 20개를 매각하며 4조원의 부채를 상환했지만, 지속적인 금융 비용 부담과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위기가 심화됐다.

특히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하고 내수 경기 침체는 홈플러스의 실적 악화의 핵심 요인이었다. 2023년 연결 기준 영업손실 1994억원, 당기순손실 5743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가 지속됐다.

지난달 한신평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가결산 기준 매출액은 5조3000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손실은 1571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기조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영업적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확대된 모습이다.

그렇지만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면서 일부 납품업체 대금 지급이 지연되는 등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BK파트너스 인수 10년 만에 홈플러스는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부족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를 막지 못했다.

홈플러스는 부채 감축을 위해 점포 매각을 단행했지만, 이는 오히려 임대료 부담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한 조직 내 혼란을 초래했다. 이에 협력업체들이 채권 추심 절차에 들어가는 등 시장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한편, MBK파트너스는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슈퍼마켓 사업 매각을 시도 중이나, 현재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자금 경색이 이미 예견된 문제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기업회생 신청은 MBK파트너스의 과도한 레버리지 전략과, 대형마트 업계 변화 속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또 국내 대형마트 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홈플러스는 최근 '메가푸드마켓'을 중심으로 고객 체험형 매장 도입과 배송 시스템 개선을 통해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홈플러스는 최근 '메가푸드마켓'을 중심으로 고객 체험형 매장 도입과 배송 시스템 개선을 통해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최근 대형마트 업계는 온라인 시장 대응, 물류 혁신, 오프라인 차별화 전략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마트는 신규 점포 개설과 프리미엄 매장 도입을 추진 중이고, 롯데마트는 온라인 유통 강화와 자동화 물류 시스템 도입에 집중하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메가푸드마켓’(Mega Food Market) 등 고객 체험형 매장 도입과 즉시 배송 시스템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하려 했으나, 자금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자체적인 물류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경쟁이 어려울 것"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을 살려 신선식품 품질 유지와 차별화된 소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서민호 한신평 애널리스트 역시 “주력사업인 대형마트의 실적 회복 여부가 중요하다”며 “점포 매각으로 악화된 수익기반과 이에 따른 고정비 부담 등의 수익성 제약 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메가푸드마켓을 중심으로 한 점포 개편(Refit)과 비용 효율화 전략의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메가푸드마켓 리뉴얼뿐만 아니라, 온라인 확장을 통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출 증대 전략을 추진 중”이라며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1조5000억원으로, 이는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했으며, 식품 품목 매출은 최대 9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임소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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