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 이어 토스뱅크 등 AVM 참여 늘어
농협은행 금융위 투자자문업 등록...해외 자문 검토
최근 은행업계에서 부동산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부동산 자산관리(WM) 사업이 핵심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며, 부동산 투자 및 컨설팅을 금융과 결합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경쟁력 확보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14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전날 NH농협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자문업 등록 허가를 받았다. 농협은행은 해외 부동산 투자자문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투자자문업 등록을 통해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전반에 걸친 맞춤형 투자자문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고객의 다양한 투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은행권에서 독보적인 부동산 강자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구 주택은행)은 1986년부터 주택 가격 통계와 시세를 발표해왔다. 당시 주택은행이 발표한 부동산 시세는 정부 통계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부동산원이 공식 통계를 제공하지만, KB시세는 민간 통계로서 여전히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를 개설하기도 했다.
특히 KB부동산의 부동산 자동가치평가모델(AVM)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고 있다.
AVM은 정형화된 아파트 매물뿐만 아니라 주변 유사 매물의 실거래가, 교통·입지, 면적·사용승인일자·구조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과 결합해 정형화되지 않은 부동산의 가치를 자동으로 추정하는 시세 산정 모델이다.
AVM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 거주 및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일반인부터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금융기관, 그리고 부동산 정보가 필요한 건설회사 및 자산운용회사까지 다양한 수요층이 존재한다.
AVM은 2015년 국내 시장에 도입됐으나, 금융 규제에 따른 샌드박스 취득 의무 등으로 인해 경쟁사들의 진입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금융사들은 실거래가 기반의 KB시세(일반평균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AVM을 활용한 시세 제공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경쟁 은행들의 AVM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
특히 온라인 대출 갈아타기(대환대출) 대상이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연립·다세대)로 확대되면서, 금융권 내에서 부동산 자동가치평가모델(AV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주거용 오피스텔과 빌라 담보대출 온라인 대환대출 서비스에는 신한·하나·국민은행 등 은행권 17개사, 삼성생명·현대해상 등 보험사 9개사, 저축은행 3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토스뱅크도 AVM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AVM 업체 선정을 위한 모집 공고를 내고 현재 업체 선정을 진행하고 있으며, 종합 평가 및 우선협상 대상자는 오는 24일까지 선정될 예정이다. 선정된 업체는 토스뱅크와 함께 주거용 및 비주거용 집합건물 부동산 시세를 수집하고, 담보대출 상품 출시를 준비하게 된다. 금융당국 심사 과정 등을 고려할 때 실제 AVM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기까지는 최소 1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핀테크 기업들의 부동산 비즈니스 확장도 눈에 띈다. 네이버부동산은 KB부동산과 협력해 오는 5월부터 농촌 빈집 거래 서비스를 론칭한다. 은행이 소유자 동의를 받아 농촌 빈집을 매물로 등록하고, 관련 정보를 민간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전북 부안군, 충남 예산군이 우선적으로 빈집 은행 사업에 참여하며, 추가 참여를 원하는 지자체는 오는 10~24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그러나 AVM 오남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프롭테크업계 관계자 A 씨는 “금융위원회가 AVM 후발주자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만들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보다 정교한 데이터를 통한 리스크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프롭테크업계 관계자 B 씨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AVM을 부동산 감정평가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부동산 가치 쇼핑’이라고 불리는 AVM 오남용 문제가 불거진 적이 있다. 국내에서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선제적인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