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청산소(CCP) 운영의 핵심은 상계와 담보우선권”
정은보 이사장 "신기술 도입 및 글로벌 공조 강화 중요"
세계거래소연맹(WFE)는 중앙청산소(CCP)의 글로벌 청산 리스크 관리 기준을 강조했다.
1일 한국거래소는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청산·파생 컨퍼런스인 ‘WFE CLEAR 2025’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리처드 메트칼프 WFE 규제정책 담당 책임자는 CCP가 갖춰야 할 최소 요건으로 ‘상계’와 '담보우선권'을 꼽았다.
메트칼프 책임자는 ”CCP가 단순히 거래의 중앙 상대방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서, 다자간 상계를 통해 거래 리스크를 크게 줄이고 시스템 내 투명성과 감시력을 확보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계가 단순한 관행이 아닌 법적으로 강제되는 구조여야 한다”며 “넷팅과 담보우선권은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산 상황에서도 CCP가 다른 채권자보다 우선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정책적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메트칼프 책임자는 “최근 CCP 리스크관리 이슈로 비부도 손실(non-default losses), 마진 운영 관행, 회복 및 정리 계획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런 주제는 작년에도 논의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살아있는 논쟁거리"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CCP에서 청산회원에게, 청산회원이 사용자에게 마진 정보 공개 의무가 새롭게 강화됐다"며 "이것이 CCP 조직 구조, 감독자, 최종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회복과 정리는 여전히 CCP 구조 설계의 최전선에 있는 이슈"라며 "WFE는 이와 관련된 정책적 함의에 대해 회원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WFE는 CCP가 위기 시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문제와 관련해 각국 중앙은행 접근성 문제를 제기했다.
메트칼프 책임자는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유럽중앙은행은 은행 라이선스가 있는 CCP에게만 중앙은행 자금 접근을 허용하고 있어 보편적인 접근이 되지 않고 있다”며 “CCP가 위기 시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기준을 갖춘 청산 시스템은 시장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고 투자자 신뢰를 높인다”며 “국제 표준의 도입은 결국 국제성을 강화하고, 위기 대응력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분진 탄 싱가포르거래소 규제기관(SGX) CEO는 “CCP는 회원사들이 반복적으로 추가 마진을 납부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규제 준수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내 자발적 균형도 작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탄 CEO는 “마진 조정 과정에서 지나친 세부 규정을 만들기보다는 CCP가 자체적으로 위험 커버 능력과 회원사의 만족도를 모두 고려해 균형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리스크가 높아지면 마진 요건도 올라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완전히 중립화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평소에 여유 마진을 쌓아두고 위기 시 갑작스러운 변동성을 줄이자는 접근은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회원사들이 더 큰 리스크를 부담하면서도 마진 부담은 낮게 유지하려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탄 CEO는 정보 공개 의무 확대에 따른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최근 CCP는 스트레스 테스트 모델과 마진 산출 기준을 더 자세히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라며 “다만, 스트레스 테스트는 본래 디폴트펀드 사이징에 초점을 맞추는 도구이지, 마진 산출용 모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그 정보가 실제로 유용하게 쓰이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양한 정보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회원사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변동성과 마진 간 관계는 수치 하나로 고정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요구는 이해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보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개회식에서 "글로벌 금융·기술 환경 변화에 발맞춰 CCP도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하고, 규제당국·정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글로벌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