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ST안티에이징포럼 개최에 부쳐
실질적이고 과감한 AI 정책과 인식의 전환 시급
포럼, AI통한 저출생 고령화 극복 모색 시의적절
지난 3월말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활용한 퇴직연금 로보 어드바이저(RA) 일임서비스가 오랜 진통 끝에 출시됐다. 지난 2023년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서비스산업의 디지털 전략’의 일환으로 시작돼 1년 8개월 만에 서비스가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그동안 코스콤에 설치된 로보 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심사를 거쳐 이를 통과한 알고리즘에 한해 시범 서비스를 하게 됐다. 기존에는 퇴직연금(IRP) 가입자가 직접 펀드나 ETF 등을 사거나 파는 운용지시를 직접 해야 했다. RA 일임서비스는 투자 일임업 회사의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신해서 운용을 해준다. 시범 서비스 기간 중 수익률 현황 등 운용성과를 살펴보고 성과가 확인되는 경우 법률 개정 등 제도 개선을 본격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연금시장에서도 이미 AI를 통해 새로운 변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어렵게 시작된 국내 연금시장의 AI 시대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길 마음 깊이 기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연금시장을 비롯해 금융 산업 내 AI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AI를 활용한 RA일임서비스는 구체적 계획 없이 갑자기 시작되다 보니 정부 부처 간의 다른 이해 탓에 서비스가 출시되기까지 무려 2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게다가 IRP에 한해 연간 900만원으로 한정했는 데 이때문에 수십 억원대의 막대한 개발 비용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연금 자산운용이라는 본업보다 떡고물에 눈이 먼 일부 RA업체들도 책임이 적지 않다. 기술 개발을 통해 운용능력을 키워 나가기 보다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단기 성과를 언론에 공표하며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업체들이 여럿이다.
코스콤에서 운영하는 테스트베드 사이트에 가서 운용정보만 살펴봐도 그들이 내세우는 고수익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금새 확인할 수 있다. RA 일임서비스는 본래 고수익 보다는 장기 안정적인 성과를 특징으로 한다. 적은 비용으로 가입자의 투자 목표나 성향 등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해외에서는 AI가 투자운용 뿐만 아니라 재무목표 달성을 위한 자산관리나 세금관리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우리도 시장상황에 따라 주식 등을 사고 파는 데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 스탠포드대 앤드류 응(Andrew Ng)은 “AI는 새로운 전기다. 전기가 모든 산업을 바꿨듯이 AI도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에릭 브린욜프슨(Erik Brynjolfsson) 스탠퍼드대 교수는 “기술의 발전은 필연적이지만 그 결과는 선택 가능하다. 우리는 AI를 어떻게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쩌면 AI는 먼 훗날 연금시장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경제, 그에 따른 노후 빈곤과 이를 대비한 연금의 문제는 AI에 의한 엄청난 생산성 혁명으로 인해 극복돼 버릴 지도 모른다. 학습기-노동기-노후생활기라는 전통적인 라이프사이클도 AI에 의해 완전히 바뀔 것이다. 더 이상 노후라는 시기가 없어질 수도 있다.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IRP에 제한된 연간 900만원’이라는 퇴직연금 RA에 대한 규제가 훗날 구시대적인 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라도 보다 실질적이고 과감한 AI 정책과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이런 관점에서 스트레이트뉴스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출생 고령화 문제를 AI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시도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한국은 미국, 중국 등 주요국에 비해 AI 산업 후발주자다.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의미있는 결과물들이 도출되길 기대한다.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경영학(연금금융) 박사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