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시 안도랠리, 기각시 정치적 갈등 교착 장기화 예상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이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여 있다. 헌재의 판단이 정치권을 넘어 자산시장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탄핵 인용 시, 금융시장 ‘안도랠리’ 가능성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에 대한 결정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 12월 14일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이다.
재판관들은 지난 2월 25일 변론을 종결한 후 한 달 이상의 평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했으며, 최근에는 문구 조정 및 결정문 확정 작업을 마쳤다. 탄핵안이 인용되기 위해서는 9명 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인용 시 대통령은 즉시 파면되고, 기각 또는 각하 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오전 11시 선고가 시작되면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탄핵 인용 여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기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주요 경제 일정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탄핵 인용 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국내 증시가 단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됐던 3월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30% 오른 2,097.35에 마감한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으로 글로벌 자금 유입이 증가하면, 급등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도 안정될 수 있다. 현재 환율은 1470원대를 넘어서며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72.9원으로 마감하며, 2009년 3월 13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직후에는 원·달러 환율이 1157원까지 하락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2016~2017년에는 탄핵 정국 동안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베어 스티프닝(Bear Steepening)’ 현상이 나타났고, 이후에는 장기물 강세 흐름도 관찰됐다”며 “이번에도 금리 스프레드 변화가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 탄핵 기각 시, 갈등 교착 장기화로 불확실성 증폭 우려
반면 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정치적 교착 상태가 장기화되며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심화될 수 있다. 환율 상승 압박이 이어지고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높아진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만큼, 기각될 경우 시장은 새로운 형태의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며 “기각 시 대통령이 복귀하더라도 레임덕이 심화되고, 대외 압박에 대한 대응 여력도 떨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역시 “탄핵이 기각되면 정치적 교착과 대규모 추가 예산 편성 지연, 트럼프 관세 재개 등 외부 변수와 맞물려 원화 약세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 전반에서도 정치적 리스크에 따른 연쇄 반응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환율 급등, 금리 변동, 소비 위축 등이 은행·보험·카드 업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은 외화예금 수요 증가와 기업들의 달러 선매수 확대로 외환 포지션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국채 금리 등 시장 금리가 출렁일 경우, 은행의 조달 금리도 상승해 대출·예금 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변동금리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율 상승 리스크도 대두된다. 정치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대출 심사 강화, 신규 대출 승인률 하락 등 보수적 기조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는 주식·채권 등 운용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커질 경우 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소비심리 위축으로 연금·투자형 보험 상품의 신규 가입률이 낮아질 수 있다. 특히 중장기 저축 성격의 보험상품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카드업계는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승인액 감소가 우려된다. 카드사는 주로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시장 금리 상승과 신용 스프레드 확대 시 조달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특히 신용등급 A0 이하 카드사들은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도 있다.
◆ 금융당국, 비상 대응 체제 가동
정부도 헌재 결정 이후 시장 충격에 대비해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 중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4일과 7일 예정된 모든 일정을 연기하고 시장 상황 점검에 돌입했다. 매주 금요일 열리는 금융위 간부회의도 서면 보고로 대체됐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 긴급 회의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하는 ‘F4회의(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개최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위원회는 간부 회의를 수시로 소집해 상황 점검을 이어갈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4일 오후 2시 이복현 원장 주재로 ‘리스크 점검 회의’를 열고, 헌재 선고 이후 시장 동향을 모니터링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세훈 수석부원장이 F4회의에 대신 참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