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5단체장과 외교·노동·상속세 민감 주제 논의
공급망 갈등엔 “같은 처지 일본 등과 연대 필요”
전통산업 위기엔 “제조AI, 문화산업화 수출에 집중해 달라”
상속세엔 미국 창업 비율 비교하며 “역동성 필요” 언급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가 8일 열렸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사진=대한상의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초청 경제5단체 간담회가 8일 열렸다. 왼쪽부터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윤진식 한국무역협회장,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사진=대한상의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경제5단체장의 외교·노동·상속세 등 민감한 경제정책 제언을 듣고 답했다. 이 후보는 대체로 경제계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사회적 합의에 도달해야 할 민감한 현안 부분은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긴급한 현안인 미중 갈등 국면에선 한미일 협력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등 거대 시장을 버릴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내놔 주목된다. 또 노동 문제에 대해선 정쟁이 섞여 불필요한 논쟁이 많다며 정부가 잘 중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재계의 상속세 폐지 건의에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당부하면서도 개인적으론 미국의 활발한 창업 환경을 들어, 상속세 폐지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에둘러 표현했다.


◆최태원 “일본과 경제공동체 전략” 제안


8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이 후보를 초청해 마련한 간담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먼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가까운 일본과 경제 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 회장은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 공동체를 생각한다”며 “2조달러밖에 안 되는 GDP(국내총생산)를 일본과 합하면 6조달러, 7조달러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연합을 통해 시장 규모를 키우면 미중 갈등 같은 공급망 패권 경쟁에 대처할 수 있고 노령화, 저출산 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또 내수진작을 위해 “고급 두뇌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며 “500만명 정도 해외 유입”을 제안했다.

아울러 “문화의 산업화, 일본처럼 수출·수입보다 해외투자 통해 본원적 수지가 늘어나는 경제구조를 만들자”며 기존 하드웨어 수출 전략에서 벗어나 “미래엔 소프트머니가 필요하다”고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중국 추격 위기, 석유화학과 철강 존폐 위기 등을 강조하며 “항공, 우주,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선박, 방위산업 신사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투자 지원, 유동성 지원, 금융비용 절감을 위한 정책 금융, 산업위기지역 한시적 전기요금 감면 등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법정 정년 연장 문제를 꺼냈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호봉제를 운영하는데 일률적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는 물론 청년 고용 약화에 따른 세대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4.5일제 문제도 변하는 수주 상황 대응이 쉽지 않고 연구개발 첨단분야 적응이 어렵다”고 했다.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국익과 실리 기반 능동적 통상 전략”과 “중소 수출기업 역량 제고를 위한 실효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 줄 것”을 건의했다.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문과생은 법학, 이과생은 의대로 쏠리는 현상”을 지적하며 교육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상속세 문제를 부자감세로 도외시하지 말라”며 기업과 국가 전체적 성장을 위해 상속·증여세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우선 최 회장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새로운 영역을 발굴해야 하고 우리는 그럴 역량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산업에 각별한 관심을 내보였다.


◆이재명 “최 회장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


그는 “화석연료를 엄청나게 수입해 기업활동하면 RE100(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글로벌 이니셔티브)이나 탄소국경세(유럽 무역 환경규제) 문제로 기업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재생에너지 산업이 정체, 심지어 위축됐는데 이 걸 복원하면 에너지 수입 대체도 가능하고 많은 일자리도 생기고 지방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소득원도 생길 듯하다”고 말했다.

또 문화산업에 대해 “지금은 K팝, K컬처 등 한류라는 게 멋있다는 수준이라면 이제 하나의 산업으로서 K뷰티, K푸드, 영화 같은 건 말할 것도 없고 앞으로 관광에서도 강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지난해) 12월3일 기점으로 6월3일 지나가며 민주주의, 현대 직접민주주의의 성지 같은 것으로도 (세계인에게) 보여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것은 문화의 최정점으로, 이런 강점을 살려서 중간재도 필요 없는 문화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주항공산업, 바이오산업도 우리의 새 기회 요인”이라며 “지금 공대 안 가고 의대를 너무 많이 가서 문제인데 그런 인력도 우리가 바이오 분야에 활용하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급 해외 인력 유입에 대해서는 장려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내 고용 문제와 충돌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일본과 연합대응체계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한다며 “미국 통상 외교 정책이 각개격파 전략에다 매우 거칠다”면서 “각 국가가 따로 대응하면 격파 당해, 국내에서 기업과 정부도 연합하고, 국가단위로도 이해관계가 비슷한 일본과 같은 국가들과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전통산업의 위기에 대해선 “우리 제조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AI 첨단산업 새 발굴도 중요하지만 제조업에 AI를 도입하는 제조AI에 주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또 규제 개혁에 대해선 행정편의를 위한 불필요한 규제가 많다는 데 동의하며 “마음만 먹으면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정년연장 노동시간 문제에 대해선 “어느 일방이 옳고 모두 타당하지 않다”며 “조정이 필요한데 당사자끼리 하면 싸움밖에 안 나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세부적 대화를 정말 많이 해야 한다”며 “반도체 업계 52시간 문제도 양쪽 얘기 들어보니 별로 차이가 없는데 차이 만들어서 싸우고 의심하더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종안은 노동부 고시를 바꿔 3개월 단위 기간 유연성을 6개월로 늘려달라는 거였는데, 그러면 노동부가 늘리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욕을 먹기 때문에 반도체 특별법에 ‘반도체 산업 특성을 고려할 수 있다’ 이런 글자를 넣어달라고 했다”며 “그건 대통령 권한대행과 노동부가 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 실익도 없는 것 가지고 싸우고 있었다”며 “결국 노동부가 6개월 늘렸지 않냐, 왜 이런 걸로 싸우냐, 대화가 끊기고 정치적으로 악용해서 그렇다”며 사례를 들었다. 4.5일제에 대해서도 “갑자기 계엄 선포할 것처럼 걱정 안 하셔도 된다, 그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며 “그럴 수도 없고 필요하면 단계적으로, 영역별로, 할 수 있는 데 먼저 충분한 대화를 거쳐서 할 것”이라고 했다.

공급망 수출 난관에 대해선 “실사구시적 외교를 해야 한다”면서 “진영논리나 감정, 이념 이런 데 경도 돼 공연히 가진 시장을 잃거나 새 시장을 개척해야 할 기회를 잃을 수 없지 않냐”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문화산업, 문화수출, 문화용역 수출 등 그 부분에 기업들이 집중해 주면 좋겠다”며 “정부 방향도 결국 그리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상속세 문제에는 “가업상속공제 (대상) 매출을 5000억원까지 상당히 완화돼 있는데 대상 늘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또 늘리기는 국민들도 납득하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 든다”며 “세제 문제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즉흥적 결정이 쉽지 않고 충분한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대기업 전체 상속세 문제에 대해선 “큰 사회적 의제인 것 같다”면서 “다만 저는 그런 생각이 있다, 대한민국의 100대 대기업 중에 신규 창업한 대기업 비율 얼마나 되냐, 미국 내 100대 대기업 신규 창업 비율, 이런 걸 고려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 "경제의 지속성장 그 중심에 기업 있다는 걸 부정 못해"


그는 “(현재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라면서 “사회 문화 차이일 수도 있고, 그러나 사회가 좀 역동적일 필요도 있고, 상속세제 대대적으로 손 대면 국민적 거대한 논쟁이 촉발될 수 있어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경제계) 여러분들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끝으로 이 후보는 “저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힘들어도 분명 내일은, 내 자식들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며 “지금은 우리 자식이 나보다 더 힘들 텐데, 미래는 암울할 텐데 걱정하는데, 근본 이유는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마이너스 성장한 게 거의 처음 아니냐”며 “5천만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 자식까지 낳아 기르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기회가 지속적으로 생겨나야 하는데, 그 중심에 기업이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도 기업가형 국가로 변모해야 한다”며 “규제나 하고, 마음대로 정하고, 자원배분도 일방적으로 특정기업에 몰아주고, 이런 방법으론 지속적 성장이 어렵다”면서 “공정 경제 생태계를 보장해 주고 북돋아 주고 새 영역 개발하고, 그게 정부 역할 아닐까 생각한다, 정치도 많이 변해야겠고, 기업인들도 잘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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