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투자규제 혁신, 중산층 감세, AI
이재명, AI 등 신산업 육성, 가계 및 소상공인 지원
이준석, 국민연금 신구분리, 청년 지원 등 젊은 세대 공략

12일 대선후보들이 주요 공약들을 발표하며 22일간의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미국발 관세전쟁 등 어려운 경제환경을 타계할 경제대통령을 표방하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규제 혁신과 감세 등으로 민간에 좀더 방점을 둔 김문수 후보, 정부 주도의 AI 및 K컨텐츠 등 신산업 육성과 소상공인 지원을 내세운 이재명 후보, 강한 부처개혁과 연금 및 청년세대에 소구하는 이준석 후보의 경제정책이 유권자들의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인다.

12일 가락시장을 방문한 김문수 후보. 연합뉴스 제공.
12일 가락시장을 방문한 김문수 후보. 연합뉴스 제공.

 김문수, 투자규제 혁신 및 중산층 살리기


주말 사이 우여곡절 끝에 후보로 추대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새롭게 앞으로, 위대한 대한민국을 위한 10대 공약’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중 경제 관련 공약을 살펴보면, 투자규제 혁신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자유경제혁신 기본법’을 제정, 신기술·신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 철폐로 미래산업을 육성한다는 의지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 과거 경기도 지사 시절 삼성전자를 설득해 세계 최대규모 평택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경험을 내세웠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실기하고 있다는 비판을 인식한 듯 취임 즉시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관세 패키지 협상에 나서고, 현행 주 52시간 근로제에 관해 노사 합의에 기반한 개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화두인 AI와 관련해서는, 세계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AI청년 인재 20만명 양성, 100조원 규모 민관합동펀드 조성 구상을 담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강조해온 원자력 산업 강화 기조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중인 원자력 발전소 6기의 추진 및 한국형 소형원전(SMR) 상용화 및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을 통해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확보를 약속했다.

특히 경기도 지사시절 경험을 담아 임기 내 GTX노선 확대 및 수도권과 충청을 잇는 광역급행철도 추진 등 초광역권 메가시티 조성이라는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 밖에 예비 부부를 위해 매년 주택 20만호 공급, 청년층 주택 10만호 공급, 중산층 감세와 더불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지원 확대,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배당소득 분리 과세, 부부간 상속세 폐지,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 및 비수도권 주택 취득세 면제·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을 중산층에 초점을 둔 세제 부담 경감을 내세웠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단(가칭) 설치를 통한 지원도 덧붙였다.

경기도 화성시 동탄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는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제공.
경기도 화성시 동탄을 방문해 반도체 웨이퍼에 서명하는 이재명 후보. 연합뉴스 제공.

◆ 이재명, 신산업 육성 및 소상공인 지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12일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빛의 혁명’이라는 제하의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선거전에 돌입했다.

이날 발표된 10대 공약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 경제이슈를 비중있게 다뤘다.

무엇보다 강조해온 ‘잘사니즘’ 실현을 위해 AI 고속도로 구축, 고성능 GPU 5만 개 확보,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 AI 미래인재 양성 등 AI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더불어 새로운 산업인 K-콘텐츠와 관련해, 제작 과정에서의 국가 지원, K-컬처 플랫폼 육성, 문화 수출 50조원 달성 등 소프트파워 5대 강국 실현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상반기 통과된 12조2000억원 추가경정예산 외에 하반기 2차 추경을 공식화해 재정 확대를 예고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과 내수 침체 속 민생 안정을 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핵심 공약인 ‘기본사회’도 공약에 포함됐다.

이른바 '온 사회가 다 같이 돌보는 돌봄 기본사회' 실현을 위해 교육·보육비 지원 확대, 온 동네 초등돌봄 체계 구축, 간병비 부담 완화 등을 약속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급 불균형에 따른 주택 가격 상승이 이뤄지는 가운데, 주택 공급을 늘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원칙을 내세운다. 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을 늘리고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로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한편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노동조합법 2, 3조 개정(노란봉투법)을 명시,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체교섭권 보장, 포괄임금제 금지, 주 4.5일제 등도 명시했다.

경제 성장에 방점을 두면서 동시에 재계가 부담스러워 하는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 등의 추진이 양립 가능할 지 여부가 유권자들의 판단을 기다린다.

오랜 기간 안정된 준비를 해온 이재명 후보는 홈페이지를 통해 추진 정책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홈페이지 내에 주식시장 활성화를 맨 앞에 둔 것도 눈길을 끈다. ‘K-주식 활성화, 경제강국의 길’이라는 소제목을 통해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 5000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향상을 위해 주주 충실 의무 ‘상법개정’ 재추진과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을 위한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 개인투자자들의 염원도 담았다.

특히 투자자들의 비난 대상이 돼온 ‘쪼개기 상장’에 대해 기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신주 우선 배정이라는 해법과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으로 주주 이익환원 제도화 등을 구체화했다.

12일 연세대학교 구내시당을 방문해 쳥년들과 대화하는 이준석 후보. 연합뉴스 제공.
12일 연세대학교 구내시당을 방문해 쳥년들과 대화하는 이준석 후보. 연합뉴스 제공.

▲ 이준석, 부처 축소, 국내기업 리쇼어링…청년층 소구 연금제도 제시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더 12일 발표한 10대 공약을 통해 ‘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들기’를 구호로 내세웠다.

트럼프 정부에서 일론머스크가 정부효율부를 통해 공무원 조직을 축소한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19개 부처 중 유사·중복 업무를 하는 부처를 통폐합해 13개 부처로 개편하고, 안보·전략·사회부총리 등 3부총리제를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해외로 간 국내 기업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을 통해 지역경제를 다시 활성화시킨다는 복안도 역시 바이든 정부부터 이어진 미국식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법인지방소득세를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운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 자치권을 확대 구상도 제시됐다. 노동 분야에서는 지자체가 중앙정부 소속 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기본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30% 범위 안에서 최저임금의 가감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젊은 후보인 만큼 청년층이 환호할 정책들도 선보였다.

국민연금의 수급을 둘러싼 형평 논란이 이는 가운데, 연금 구조개혁을 통해 신(新)·구(舊) 연금 재정을 분리하고, 확정기여형 구조의 신연금 도입으로 '낸 만큼은 반드시 받는' 연금제도 확립을 제언했다.

청년층을 위한 금융지원도 포함됐다. 만 19세에서 34세 청년이 용도 제한 없이 1분기당 500만원, 총 최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연 1.7% 고정금리로 사용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 활성화를 위해 특별 허가제 도입 등 불필요한 규제 철폐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여타 후보보다 규제 혁신에 따른 정부 효율화에 정책의 많은 부분이 배려됐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세 후보의 정책과 향후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다”며, “다만 경제를 살리고 주식시장의 밸류업을 이어가야한다는 대 원칙에는 차이가 없고 이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접근법이 상이한 것 갔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나온 정책은 큰 방향성만 나온 것이고 향후 3주동안 대선 레이스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유권자들의 반응과 밑그림이 구체화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금융권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캠프행을 선언한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SNS 프로필 사진 캡처.
                                이재명 캠프행을 선언한 이병태 카이스트 명예교수. SNS 프로필 사진 캡처.

한편 이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경제 책사로 알려진 카이스트 이병태 명예교수가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에 참여함을 공식화해 이목을 끌었다.

이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캠프가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통합과 정통 경제 원칙에 입각한 경제 운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설득을 계속해왔고 저를 아끼는 분들 중에 ‘호랑이 굴에 가서 문재인2를 막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주시는 분들도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제 삶의 주인공이 저이기에 모든 질책과 조롱도 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캠프를 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김 후보에 힘을 보탤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부정선거 음모론”이라며 “저는 이런 반지성 지도자를 수용할 수도 없고 경선 과정이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기에 그의 정통성도 수용하기 어렵다. 그의 노동 운동적인 경제관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다만 “오늘 당에서 정리한 10대 정책은 자유 시장 가치에 비교적 부합하는 것이라서 다행”이라며 “부디 김문수 후보가 그 공약을 이해하고 진심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매우 죄송하다”며 “꼭 멀지 않는 시간에 세대교체를 통한 건전한 한국 재건의 꿈을 이루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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