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원, 결제규모 TOP50에 일부 레버리지 선물 ETF 이름 올려
현물ETF 거래 불가능...해외 직접 거래 규모 추정 어려워
국내에서 가상자산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지연되면서, 관련 제도 공백이 ‘국부 유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해 확대해석 하고 있다는 반론도 함께 제기된다.
◆ 국내선 막힌 가상자산 거래..유동성, 해외 고위험 선물 ETF로
15일 스트레이트뉴스가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공시된 톱(TOP)50 ETF 종목 국제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국내 투자자들은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Volatility Shares 2x Ether ETF’와 ’2X BITCOIN STRATEGY ETF’를 각각 6401만878달러(893억원), 5298만9888달러(약 747억원) 순매수했다.
‘2x Ether ETF(ETHU)’와 ‘2x Bitcoin ETF(BITX)’는 각각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선물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적하는 상품으로 단기적으로 공격적인 레버리지 베팅을 하고 싶은 고위험 선호 투자자에게 맞춰졌다. 실물 암호화폐를 직접 보유하지 않고,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선물 계약을 기반으로 구성됐다.
ETHU는 이더리움 가격 상승에 대해 2배 수익률을 추구하는 구조로, 투자자들이 단기간 내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마찬가지로 BITX는 비트코인 선물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확대하여 추적하는 방식이다.
2024년 1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 하지만 한국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 규정하고 있는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빠져 있어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행 자본시장법 4조 10항을 보면, ▲금융투자상품 ▲외환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등을 기초자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물 ETF는 실물을 담아야 하는 반면, 선물 ETF는 시카고상품거래소에 상장한 선물 계약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은 거래를 허용했다.
2x Ether ETF와 2x Bitcoin ETF 외에 국내 투자자의 투자가 가능한 선물 상품으로는 ▲Proshares Bitcoin Strategy ▲Proshares Ether Strategy ▲ARK 21Shares Active Ethereum Futures Strategy ETF ▲Bitwise Trendwise Ether and Treasuries Rotation Strategy ETF ▲Valkyrie Bitcoin and Ether Strategy ▲ProShares Bitcoin & Ether Market Cap Weight Strategy ▲ProShares Bitcoin & Ether Equal Weight Strategy ETF 등이 있다.
가상자산 ETF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이 같은 흐름을 “제도 미비로 인한 국부 유출”로 해석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만드는 자체가 금지되어 있고, 투자자들은 잠재적 손실 리스크를 감수하며 해외에서 선물 투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제에 막힌 시장이 글로벌 흐름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는 전날 한국핀테크산업협회에서 개최한 ‘K-비트코인 현물 ETF 컨퍼런스’에서 “선물 ETF가 법적으로 필수는 아니지만, 현물 ETF로 가는 제도적 테스트 및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궁극적으로 "비트코인 ETF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자본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조건”이라고 말했다.
한 가상자산 분석 연구원은 "가상자산ETF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현재 해외로 직접 투자하는 규모가 한정적인 상황에서 '국부유출'을 언급하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국내에도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가상자산 거래가 충분히 이뤄지는 만큼 ETF를 통한 거래 편의 증가가 얼마나 투자자들에게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지는 생각해볼 문제"라며, "다만 기관들의 참여 등을 통한 거래 활성화 측면과 가상자산시장 조성 관점에서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여·야 대선 후보, 가상자산 ETF 추진 공약
정치권에서도 대통령 선거 공약의 일환으로 가상자산 ETF를 추진하는 모습이다.
전날 이재명·김문수 대선 후보는 나란히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하겠다고 공약했다.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를 국내 증시에 상장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관련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물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는 별도의 가상자산 지갑이나 거래소 가입 없이 증권계좌만으로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돼 투자 편의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은 투자자 접근성과 시장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여러 가지 잠재적 부작용을 내포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가령 현물 ETF는 실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의 실물 자산을 보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 유입 시 실물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급하게 오르고 내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ETF 출시 초기에는 투자자 기대감으로 인한 급등 이후 급락 등 과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가상자산 ETF가 국민연금 같은 투자기관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면, 가격 급락 시 그 손실이 레거시 금융권에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ETF라는 이름 탓에 자칫 투자자들이 이를 ‘안전한 상품’으로 오해할 수 있으며, 투자 경험이 부족한 개인들이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에 무분별하게 자산을 투입할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진다. 특히 장기저축이나 연금 계좌와 연계될 경우 노후 자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기관투자자의 시장 지배력 확대도 우려된다. 규모가 작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을 추종하는 ETF 상품이 나올 경우, 운용사가 실물 가상자산을 대량 보유하면서 시장의 유동성과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우려가 제기된다.
이밖에 커스터디(자산 보관) 리스크다. 가상자산은 보관 과정에서 해킹이나 기술 오류 등에서 완전히 안전한 수준이 아니다. 안전한 자산 관리에 대한 신뢰도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국내 시장에서의 투자 접근성과 소비자 보호, 상품 선택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가상자산 ETF에 대한 균형 잡힌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신용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항의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을 포함해 해석의 불명확성을 제거해야 한다”며 “비트코인의 기초자산 가격 또는 지수 요건 충족을 위해 금융당국의 적극적 해석 또는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헀다.
신 변호사는 “가상자산 보관 능력이 있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재위탁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보관 시 기술적·관리적 보안에 대한 감독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