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상자산 ETF 도입 1년 넘었지만 리테일(개인투자자) 미미
“ETF 상장 이후 소액 지갑 보유자 비중은 전체의 7%에 불과”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

NH투자증권은 “알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시 중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알트코인 종목 리플, 투자자 사이에서 인기


30일 NH투자증권은 여의도 파크원 사옥에서 ‘2025 FICC 전망 : 비트코인 괄목상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가상자산 ETF가 알트코인까지 확대되는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없을지”에 대해 질문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알트코인 사례로 리플(XRP)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이 아직 일부 존재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암호화폐로 자리 잡은 사례는 아직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아직까지 리플이 인기”라며 “만약 리플 기반 ETF가 출시된다면 상당한 자금 유입이 발생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자금이 건설적인 방향의 코인에 더 많이 몰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ETF 출시나 신규 상장(IPO), 서클이나 크라켄 같은 기업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자금이 산업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성욱 연구원은 “마이크로스트래터지가 나스닥100에, 코인베이스가 S&P500에 편입되면서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을 사들이겠다고 선언한 소프트뱅크 계열 트웬티원, 비벡 라마스와미 전 공화당 대선후보의 스트라이브 에셋매니지먼트 같은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비트코인을 실물로 사들이는 종목이 증시에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서클의 상장, 알트코인 ETF 출시 등도 예정돼 있다”며 “특히 리플의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 ETF가 등장하면 의외로 큰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인식될수록 투자자 기반은 넓어진다”며 “금의 민간 투자용 시가총액이 비트코인과 같다고 가정할 경우, 중기적으로 비트코인 시총은 금의 약 22%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비트코인 선물 ETF가 양당의 공통 공약으로 거론되는 만큼, 하반기엔 제도화 진전과 함께 디지털 자산 시장이 한층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비트 거래소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종목들. 조성진 기자 촬영.
업비트 거래소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종목들. 조성진 기자 촬영.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의해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고 디지털 자산이 더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구제금융과 양적완화에 대한 반발 심리로 탄생한 자산이며, 이후에도 달러의 지위나 미국 정부의 신용도가 흔들릴 때마다 수혜를 입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엔 이른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과 함께 8달러 테마의 대표 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과거엔 ‘달러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여겼다면, 이제는 ‘달러도 좋지만 다른 자산도 있다’고 탐색하는 구간”이라고 분석했다.

대체자산 후보군으로는 유로(EURO), 위안(CNH), 금, 비트코인(BTC)이 떠오르고 있다. 

홍 연구원은 “미국 경제의 세계 경제 비중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달러가 글로벌 무역이나 보유 외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과도하게 높다”며 “이 괴리가 줄어들 경우, 비트코인이 대표적인 대체 가치저장 수단으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미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최근 무디스가 하향한 건 ‘기폭제’가 아니라 이미 이전부터 누적된 리스크의 상징적인 발화점”이라며 “CDS 스프레드가 뚜렷한 외부 요인 없이 상승하고 있는 건 시장이 처음으로 ‘미국도 언젠가는 망할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 미국 정부는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사람 나이로 치면 허리가 아프기 시작하고 보험을 고민할 시기에 접어든 것과 같다”며 “달러나 국채에 대한 해지(Hedge) 수요가 자연스럽게 디지털 금, 즉 비트코인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비트코인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달러의 지위 자체를 흔드는 언행이 시장의 심리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미국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의심하는 것이 의미 없는 질문이었지만, 2023년부터는 ‘미국 정부 재정은 정말 괜찮은가’라는 질문이 더 이상 비주류적이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 10X리서치 “한국시장, 비트코인 보다 알트코인 선호”


마르쿠스 틸렌 10X리서치 설립자는 “한국 시장의 리테일 거래량을 보면 비트코인이 주요 거래 종목이 아니다”라며 “한국 투자자들은 비트코인보다는 더 자극적인 알트코인에 집중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거래량이 감소하는 구간은 매수 타이밍이 아니다”라며 “암호화폐 시장은 워런 버핏의 투자방식처럼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의 관심과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종목에 올라타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틸렌은 “알트코인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7000억 달러 수준인데, 이 중 연간 570억 달러에 이르는 언락 물량이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의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일일 240억 달러로, 당시 전체 주식 거래(150억 달러)를 넘었다”며 “이처럼 리테일 자금이 몰릴수록 펀딩비용이 높아지는데, 이는 롱(매수) 포지션에 대한 대가로 나타나며 시장의 과열을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마르쿠스 틸렌 10X리서치 설립자
마르쿠스 틸렌 10X리서치 설립자

이어 “2021년 상승장 당시 벤처캐피탈 기관들이 늦게 투자에 뛰어들어 2022년 약세장까지 자금을 투입했고, 그로 인해 손실을 본 후 인공지능(AI)으로 관심을 옮긴 사례가 많다”며 “이들은 최근 비트코인 랠리에서 소외됐고, 이는 알트코인 신규 프로젝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틸렌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의 경우, 비트코인 보유분 대비 최대 세 배 이상 고평가됐으며, 리테일 투자자들은 본질적 가치보다 비싼 가격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비트코인 직접 보유가 아니라, ETF나 MSTR 주식을 통해 간접 보유한 투자자는 평균 18억 달러 가량 초과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틸렌은 “ETF가 도입된 이후 가상자산 자금 유입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는 대부분 헤지펀드의 차익거래 수요이며, 리테일은 더 이상 핵심 플레이어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TF 상장 이후 소액 지갑 보유자 비중은 전체의 7%에 불과하다”고도 밝혔다.

틸렌은 “2023년 기준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된 자금은 총 2100억 달러에 달한다”며 “그 중 ETF 유입 440억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대 960억 달러, 영구선물 레버리지 증가 360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자금 흐름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압박하고 있으며, 알트코인은 여전히 제한적 자금 흐름 속에 고전 중”이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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