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에피스 별도 상장해 자산 재평가
삼성전자 10조원 자사주 취득 중 금산법 이슈 발생
지배구조상 삼성물산, 삼성전자 지분 취득 유인 상존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로 자산가치가 오른 삼성물산이 미약한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충할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10조원 자사주 취득 와중에 금산법에 따라 금융계열사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이슈가 벌어졌다. 이런 지배구조 문제로, 시장에선 기업집단 지배기업인 삼성물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가치를 활용해 삼성전자 주식을 모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돼왔다. 이번 인적분할로 비상장 삼성바이오에피스 자산이 재평가돼 삼성물산 지분가치도 오르면 개편 가능성도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적분할 배경으로 고객사 기술 보안 유출 우려를 제기했지만, 분할해도 같은 그룹 계열사라서 우려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보다 비상장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별도 상장(모회사 삼성에피스홀딩스 재상장)해 자산 재평가로 지분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에 시장은 주목한다.
이동욱 IBK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말 이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20% 이상 상승하며 강세를 보였다”면서 “이는 바이오 부문의 수익성 방어, 배당 증가, 지분 매각 이익 등으로 세전이익이 분기 최대치를 기록하며 실적 호조를 나타낸 데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인적분할 결정으로 기업 가치 재평가에 따른 순자산가치(NAV) 증가 전망이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고 봤다.
삼성물산의 지분가치 상승은 현물출자나 지분매각 또는 주식교환가치 상승 등으로 이어져 지배구조 개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43% 지분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31% 지분을 가졌다. 별도 상장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에 대해서도 양사는 똑같은 지분을 가져가게 된다. 이에 따른 지분 정지작업이 후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1년 내 10조원 자사주 취득 계획을 진행 중이다. 그중 3조원은 이익소각했다. 또 3조원을 추가 취득해 그중 5000억원은 직원 보상분으로 할당하기로 했다. 이는 일종의 우호지분으로 소각 없이 보유될 전망이다. 나머지 6조5000억원은 소각할지 미정이다.
앞서 3조원 이익소각 때 금산법 문제가 발생(금산법상 10% 초과 지분 처분)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보유 주식을 합산 2800억원 어치 팔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6조5000억원 규모 자사주도 취득 후 소각할지는 오버행 이슈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6조5000억원 자사주를 계속 보유한다면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될 수 있다. 삼성전자 현재 시가총액 약 320조원 중 6조5000억원은 2%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은 5.5%에 불과해 2%를 흡수하면 지배력 향상에 도움 된다. 시장에선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삼성바이오에피스홀딩스 주식을 삼성전자에 현물출자하고, 삼성전자는 신주를 대가로 지급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신주를 발행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대신 자사주를 현물출자 대가로 지급하는 스와프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다만, 상법과 자본시장법, 공정거래법상 특정 주주(삼성물산)에게 자사주를 교부하는 방식은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쟁점화될 우려가 존재한다. 더욱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당내 자사주 의무소각 목소리가 커진 것도 부담이다. 그 때문에 자사주를 직접 활용하기보다는 제3자를 거쳐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관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 후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을 삼성에피스홀딩스로 현물출자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이후 “삼성물산이 중간지주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지분 매각을 검토해 볼 수 있는데, 29조6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