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계열사에 편중된 '이익 기여도 분산' 노려
M&A 통해 그룹 내 빈 자리 채워…시너지 극대화

고착화되는 저출생과 고령화, 여기에 경제성장율이 한 자릿수 아래로 내려갈 거라는 안팎의 전망에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금융에 대한 수요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요 금융사들은 이익 변동성 축소와 리스크관리, 외형 확장을 위해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고 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한국금융 제공.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한국금융 제공.

◆ 보험업 진출로 그룹 시너지 확대 노리는 한국투자금융


투자업계에서 미래에셋그룹과 선두 경쟁을 벌이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투지주)는 현재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28일 김남구 한투지주 회장은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 인수를 위해 여러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하는 중”이라며 그룹의 보험사 인수를 공식화했다.

한투지주는 증권사, 운용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을 보유하고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카카오뱅크 2대주주로서 간접적으로 은행업까지 관장하고 있다. 다만 경쟁사인 미래에셋이 2006년 SK생명을 인수해 미래에셋생명으로 변신시키며 투자형 보험 시장의 새 장을 여는 동안 이렇다할 보험 라인업을 갖추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투그룹이 보험업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했던 것 뿐”이라며, “롯데손보와 KDB생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실사를 진행했으나 인수 후 떠안아야 할 부실이 기대치에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보험, 특히 생보사는 증권과 달리 장기상품 운용이 가능하고 전통적으로 운용업이 강했던 한투지주 입장에서 증권과 보험을 모두 가져간다면 상품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교보생명 신창재 의장. 교보생명 제공.

◆ 사모펀드 發 분쟁 끝내고 저축은행 인수로 금융지주 도약하는 교보생명


한편 오랜 기간 사모펀드 어피니티와 분쟁을 벌이며 ‘잃어버린 10년’을 보내며 성장의 기회비용을 써버린 교보생명도 1위 저축은행 SBI 인수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변신을 꾀하며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2012년 당시 어피니티 측이 포스코인터내셔널(舊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중이던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인수한 뒤 IPO실패 시 지분을 신창재 교보생명 의장 측이 되사가는 풋옵션 계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었다. 상장이 여의치 않자 어피니티 측이 풋옵션을 행사하고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양측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를 수 차례 거치는 동안 교보생명은 막대한 소송비용만 날린 채 이렇다 할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다만 지난 3월 주요 주주들과 주당 23만4000원이라는 가격에 분쟁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2018년 당시 어피니티가 요구한 가격이 41만원임을 감안하면 그간의 배당과 이자, 기회비용 등을 감안할 시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태의 해결과 더불어 교보생명 측은 성장의 고삐를 당기고 있고, 그 선택은 업계 1위 SBI저축은행 인수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 4월 28일 이사회에서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 인수를 결의했다. 다만 원샷 인수가 아닌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 인수가 눈길을 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우선 대주주적격 승인을 득한 후 연내 30% 취득, 이후 내년 하반기 중 의결권 58.7%를 확보하는 일정”이라며, “회사를 1등으로 키워낸 현 경영진과 주요 인력들의 고용을 보장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상권 저축은행 관계자는 “적지 않은 부동산PF 익스포저 등으로 저축은행은 위험한 영업을 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SBI는 업계 1위를 유지하면서도 성장을 일부 포기하면서까지 보수적인 영업 행태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과 고령화 기조 속 내수 시장의 확대를 기대하기는 쉽자 않은 가운데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며, “키움이 증권사에서 대출이 쉽지 않은 고객들을 계열 저축은행 고객으로 유치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보생명도 자체 소화가 어려운 저신용 고객들을 인수 저축은행에서 흡수하는 방식의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보생명은 국내 1호 증권사인 교보증권도 보유하고 있다. 60개 증권사 중 10위권 초반의 교보증권은 중형IB시장에서 특화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고, 자산관리 영업에서도 중견 증권사로서의 저력을 가진 만큼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시 보험, 증권, 저축은행으로 이어지는 그룹 시너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우리금융 제공.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 우리금융 제공.

◆ 증권, 보험 장착 우리금융…수익 극대화 및 미래 먹거리 찾는 NH금융


이 밖에도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등도 변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우리금융은 전임 회장과 관련한 부당대출의 태풍 속에서도 임종룡 회장이 직접 머리를 숙이며 그룹 문화 혁신에 기반한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3월 말부터 AI를 접목한 MTS를 새롭게 선보이며 고객 자산 확보에 나서 강점인 그룹의 투자은행 비즈니스와 접목을 노리고 있다.

더불어 중국 다자보험으로부터 지난해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 경영권을 인수, 오는 7월께 당국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로부터 내부통제, 자본관리 등에 있어 지적을 받았음에도 임종룡 회장이 뚝심을 발휘, 조건부 승인 방식으로라도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입장이다.

향후 위기상황에 대응해 ‘수익성 강화’를 들고 나온 NH농협금융지주는 지난달 29일 ‘중장기 전략 컨설팅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지누 이재호 전략기획부문 부사장 주재의 이날 회의에는 9개 자회사 전략기획 부서장들이 총집합했다.

오는 3분기까지 이어질 이번 컨설팅에는 PwC, EY, 삼일회계법인 등이 공동 참여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 도출에 나선다. 핵심 금융사업 경쟁력 강화, 비은행 부문 수익성 제고, 미래 신사업 발굴이 골자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면 누가 됐든 어려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그간 상대적 고금리 기조 하에서 안정적 예대마진을 확보했던 시간이 흘러가고 있고 기업과 개인들의 부실 가능성은 커지는 등 은행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계열 포트폴리오 강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때”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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