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분기 실적 '어닝쇼크'…반도체 부진 심화로 위기 지속
HBM 경쟁력·파운드리 수주 확보 절실하나 단기간 회복 어려울 전망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부진이 큰 반도체 사업에서 실적 및 신뢰도 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게에서는 예상보다 장기화되는 엔비디아향 HBM3E 납품 지연, 파운드리 점유율 축소 등에 따라 이른 시일 내로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4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9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인 영업이익 6조1833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반도체 사업이 꼽힌다. 가전, 전장(자동차전자장치),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업분야도 불확실한 경영환경과 미국발 관세 영향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이자 기둥이었던 반도체 사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냈다. 삼성전자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직전 분기보다 이익이 감소했다"며 "메모리사업의 경우 재고자산 평가 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이 맞물리면서 실적을 끌어내렸다"고 설명했다.

또 "비메모리 사업은 첨단 AI(인공지능)칩에 대한 대중 제재로 판매 제약뿐 아니라 관련 재고 충당이 발생했다"며 "라인 가동률도 지속 저하돼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대신에 메모리의 경우 HBM(고대역폭메모리) 개선 제품이 고객별로 평가·출하되고 있으며 비메모리의 경우 올해 하반기에는 점진적 수요 회복으로 가동률이 개선돼 적자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회복을 예상하는 전망들이 나오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은 HBM 일회성 비용 반영, 파운드리 적자, 원·달러 환율 하락 등으로 컨센서스를 하회했으나 3분기와 4분기 실적 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D램은 HBM3E 12단 출하 증가에 따른 ASP(평균판매가격) 상승과 온디바이스 AI폰 출시에 따른 탑재량 증가로 하반기 평균 영업이익률이 3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제품 납품 성공과 HBM4 경쟁력 확보, 그리고 시스템LSI의 기술력이 담긴 모바일 AP 엑시노스2500의 성공을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 회복을 위한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 언팩 행사를 열고 엑시노스2500을 탑재한 '갤럭시 Z 플립7' 신제품을 출시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엑시노스2200 당시 발열 문제를 겪고 이후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퀄컴의 AP 제품을 탑재해왔다.

최근 삼성전자의 DS부문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에 직접 방문해 HBM 제품 공급을 직접 타진하기도 했다. 해당 자리에서 HBM3E 12단 제품의 퀄 테스트와 내년 공급 가능성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파운드리 점유율에 붙는 의문부호


하지만 삼성전자의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 모두 연내 극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엔비디아향 HBM3E 12단 제품의 인증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HBM3E 12단을 인증하는 시점에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차세대 제품인 HBM4 12단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세 번째 공급자로 진입하는 것은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적자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 1분기에 양 사업부가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번 2분기에도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하고 있다. 메리츠층권은 2조3000억원, DS투자증권은 2조1000억원으로 예상했다. 

또 잠정실적 발표인데 따라 세부적인 사업부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HBM 판매 부진과 파운드리 점유율 하락 등의 이유로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의 2분기 영업이익을 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의 DS부문 영업이익이 6조4000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추락한 규모다.

특히 파운드리의 경우 시장 점유율 격차가 압도적인 점이 부담이 되고 있다. 오히려 3위인 중국 SMIC와 대결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에서 대만 TSMC가 67.6%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7.7%에 그쳤고 SMIC가 6%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작성자가 "삼성전자 HBM4 경쟁력 관련 우호적인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며 "HBM4 샘플 납품이 임박했고 내부적으로는 괜찮은 평가가 나왔다는 건데, 이 또한 언론플레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여전히 갈 길은 엄청 멀어 보인다. 국내 기사들은 그냥 거르면 된다"고 날서게 비판했다.

이어 "AMD향 HBM3E 납품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엔비디아와 AMD의 기술 요구도는 다르다"며 "발열 문제가 AMD에서는 별로 불거지지 않는게 풀(full)로 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작성자는 "삼성전자는 AMD에 납품했지만 AMD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점유율 자체가 낮다. 엔비디아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혁신이 없으면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2분기로 예상됐던 엔비디아의 HBM3E 12단 제품 인증이 이미 3분기 말로 미뤄졌는데, 가장 중요한 엔비디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이미 지난해 인증을 통과해 납품하고 있는 경쟁사들과 1년 넘게 격차가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당장 추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HBM3E 인증 지연으로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공정) 기반의 HBM4을 개발하겠다며 역전을 노리고 있지만 이 역시도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많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c 기반의 HBM4의 경쟁력은 아직 확인하기 이르다"고 진단했다. 손인준 흥국증권 연구원은 "10나노 6세대 D램 개발 완료 자체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공정 개발 완료 자체만으로는 이후 대량 양산 과정에서의 수율 및 품질 확보 여부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기술 경쟁력 회복에 대한 확인은 3분기를 지나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파운드리 부문도 이미 현 최첨단 공정인 3나노 물량이 모두 대만 TSMC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2나노 공정 수율도 TSMC가 앞서고 있어 빠른 역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TSMC의 2나노 수율은 60%, 삼성전자는 30~40%대다. 

최근 해외에서는 삼성전자가 퀄컴의 '스냅드래곤 8 Elite Gen 2' 제품 공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 6일 IT매체 안드로이드헤드라인은 퀄컴이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으로 제조할 예정이었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젠 2 칩 생산 계획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취소 사유는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삼성전자는 전날 잠정실적 발표 이후 주주가치 제고와 임직원 주식 보상 등을 위해 3조9000억원 규모 자사주(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10조원 규모 자사주 분할 매입 계획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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