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EV)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닛산자동차(이하 닛산)가 신형 전기차 생산 개시를 연기하기로 하면서 닛산에 배터리를 납품할 예정이었던 SK온에 이목이 집중된다.
9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닛산 미국 법인이 "EV 생산 계획을 조정하기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닛산이 SK온 배터리를 공급받아 미국 미시시피주 캔톤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던 전기차 생산을 연기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대상 세제 지원 변경으로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결정된 내용이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도요타자동차도 미국에서 내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던 신형 전기차 2개 차종 중 1개 차종 생산 개시를 2028년으로 1년 이상 미룰 방침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오토모티브뉴스는 닛산 자동차의 캔톤 공장이 전기차 생산 개시를 2028년 11월 이후로 1년 가까이 늦춘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닛산은 지난 2010년 세계 최초 양산형 전기차 '리프'를 출시하는 등 일본 완성차 업계에서는 전기차 선도 업체로 통한다. 다만 현재는 판매 부진으로 대규모 적자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닛산이 이렇게 결정함에 따라 국내에서는 SK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SK온이 지난 3월 닛산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해당 계약에 따른 공급물량은 2028년부터 2033년까지 6년간 총 99.4GWh 규모의 고성능 하이니켈 파우치셀로, 당시 업계에서는 15조원이 넘는 수준으로 추정했다. 해당 물량은 닛산이 캔톤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북미 시장용 차세대 전기차 4종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닛산의 계획 수정으로 SK온 배터리 공급 일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닛산이 생산일정을 뒤로 미루면서 자연스럽게 SK온 배터리 납품 시점도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당장 실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SK온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현대차그룹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2분기부터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가 본격 가동되면서 SK온의 가동률도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윤주 KB증권 연구원은 "3, 4월 SK온의 공장 가동률은 100%로 추정된다"며 "3분기(7∼9월)까지도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할 시 적자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같은 배터리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결과, 크게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예상 외 반등을 이뤄낸 가운데 SK온의 올해 2분기 실적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직 시장이 덜 회복된 데 따라 2분기에도 영업손실이 예상되나 적자폭이 전 분기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현대차그룹이 미국 생산량을 확대하면 연내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우재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와 3분기 SK온이 미국 설비를 90% 이상 가동시 적자가 대폭 축소되고 흑자 전환도 가능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