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장 기대감 상승…‘슈퍼앱’ 전략 본격화
2900만 가입자 확보...실질적 수익 기반 갖춘 핀테크
최근 공모주 시장이 다시 분주해지고 있다. 핀테크부터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건설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 준비에 나선 상황이다. 스트레이트뉴스는 <파죽지세, IPO 도전> 시리즈를 통해 예비심사, 증권신고서 정정, 주관사 선정 등 자본시장 회복세 속에서 상장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인 주요 기업들의 전략과 과제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핀테크 유니콘 토스의 글로벌 기업공개(IPO) 도전이 기대된다. 최근에는 실적 개선과 ESG 체계 정비를 기반으로 ‘금융 수퍼앱’을 넘어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 중이다. IPO는 단순한 상장이 아닌, 글로벌 슈퍼앱 도약을 위한 ‘유난한 도전’ 2막이 될 전망이다.
◆ ESG부터 수익구조까지 정비…글로벌 무대 겨냥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승건 대표가 이끌고 있는 토스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초 사이 미국 상장을 목표로 미국계 투자은행들(IB)과의 협의를 시작했다. NDR과 상장 주관사 선정 등 사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NDR(Non-Deal Roadshow)은 즉각적인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홍보를 위한 미팅을 말한다.
토스 관계자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장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는 “IPO는 자본시장과의 신뢰를 확보하고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스닥 또는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염두한 전략은 토스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탈피해, 보다 유리한 밸류에이션 환경과 성장성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글로벌 무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당초 토스는 국내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실적과 조직을 다듬어왔지만, 2024년 들어 상장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핀테크 기업에 대한 평가 기준은 여전히 보수적인 데다,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확장성과 수익 모델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이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다수의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토스의 성장성과 수익 기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핀테크 플랫폼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훨씬 우호적”이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들어 토스의 상장 기대감이 커진 핵심 요인은 단연 ‘실적 개선’이다. 2015년 간편 송금 서비스로 출범한 토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 1조9600억원, 영업이익 900억원을 달성하며, 국내 핀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실질적인 수익 기반을 갖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토스뱅크와 토스증권이 빠르게 흑자 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등 일부 자회사들은 여전히 적자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수익성 비대칭 구조는 향후 상장 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토스는 미국 IPO를 준비하며, 미국 증시의 공시 기준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부합하는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ESG 전담 조직 신설,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글로벌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등은 단순한 상장을 넘어 지속가능한 글로벌 운영 체계를 위한 기반 작업이다.
실제로 토스는 ‘금융 수퍼앱’을 넘어 ‘일상의 수퍼앱’으로 진화하고 있다. 토스는 현재 약 29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은행, 증권, 보험, 결제 등 다양한 금융 기능을 앱 하나에 통합한 국내 유일의 핀테크 플랫폼이다.
토스 관계자는 “당사 서비스의 경우, 모바일 앱 하나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곧바로 증권 계좌를 연동하거나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 경험 밀도가 높다”며 “이 구조는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고, 동시에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핵심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 앱 하나로 금융 넘어 생활까지…슈퍼앱 생태계 본격 가동
이와 함께, 토스는 비금융 영역으로의 확장을 위해 ‘앱인토스(App in Toss)’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외부 파트너사의 서비스를 토스 앱 내 미니앱 형태로 구현해, 사용자가 금융을 넘어 생활, 쇼핑, 콘텐츠,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앱 하나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앱인앱(App-in-App) 생태계다.
스타트업 파트너들은 토스의 사용자 기반과 기술 인프라를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으며, 유료 서비스 및 인앱 광고를 통해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현재 미니앱 메뉴에서는 ‘놓친 보험금 조회(라이프캐치)’, ‘가전 추천(노써치)’, ‘가성비 좋은 집 찾기(안전집사)’ 등 다양한 서비스가 베타 운영 중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실질적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토스페이의 해외 오프라인 결제 거래액은 2024년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 성장했으며, 현재 55개국에서 QR 및 바코드를 통한 간편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는 토스페이와 연결된 계좌에서 실시간 환전되어 진행되며, 토스포인트 사용과 적립 혜택도 동일하게 제공된다. 해외여행 홈 기능도 개선되어 환전, 여행자 보험, 공항 출국 준비까지 앱 내에서 일괄 처리할 수 있도록 통합됐다.
특히 인천공항 전용 탭에서는 출국장 혼잡도, 주차장 위치, 탑승 시간, 게이트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스마트패스’ 기능을 통해 얼굴 인식만으로 여권 없이 출국장과 탑승구를 통과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는 토스가 사용자 경험의 외연을 금융에서 여가, 교통, 여행까지 확장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토스는 현재 첫 해외 진출지로 호주를 낙점하고 현지 법인 설립 및 서비스 현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향후 동남아시아 및 유럽 진출도 단계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기술 스타트업이 아닌, 일상과 금융을 통합하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토스의 IPO 추진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재무 이벤트”라며 “이뿐만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전략적 도약을 가능케 할 분기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스가 국내에서 시작된 디지털 금융 혁신이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그리고 ‘일상의 수퍼앱’이라는 토스의 비전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 있다”며 “앞으로 회사가 선보일 상장 이벤트는 그저 또 하나의 상장 이벤트가 아닌, ‘2막 대서사시’의 의미”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