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포럼·유튜브 채널 등에서 일본과 협력 필요성 적극 제기

대한상의 하계포럼 AI 토크쇼에서 발언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하계포럼 AI 토크쇼에서 발언하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정신아 카카오 대표. 대한상의 제공

미국의 관세 위협과 중국의 저가 공세 등 글로벌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과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이목이 집중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상의 하계포럼 'AI 토크쇼'에서 "제조업 AI 최대 위협은 중국이다. 상당히 많은 데이터를 가진 일본과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도 제조 AI 데이터가 풍부하지만 최근 중국은 우리보다 데이터가 많고 학습 능력도 빨라지고 있다. 중국보다 우수해야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처럼 제안했다.

또 "일본은 한국과 다른 제조 데이터를 갖고 있어 상호 보완이 가능하다"며 "배타적 경쟁이 아닌 전략적 연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일본과 협력을 강조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김지윤의 지식 PLAY'에 출연해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제는 잠재 성장률이 0%대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여태까지 하던 똑같은 방법으로 우리가 생존할 수 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 성장이 거의 멈추는 단계까지 왔다. 일본과 경제 협력을 하자는 정도가 아니라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처럼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이야기를 일본에서도 많은 분들과 나누는데 일본도 비슷한 생각"이라며 "일본도 별 선택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은 양국의 내부적 한계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정세로 인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또 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관세정책 등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바뀐 게 거의 없다.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어차피 보호무역 시대"라고 규정했다.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상황에서 가장 처지가 비슷하고 협력에 따른 효과를 공유할 수 있는 나라도 사실상 일본이 유일하다고 짚은 셈이다.

최 회장은 양국이 경제 공동체를 형성할 경우 효과로는 "자연스럽게 시장이 더 커지고 저비용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며 "대한민국 안에 모든 옵션을 다 만들 이유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지난 5월에는 일본을 직접 찾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면담하며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으며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양국 간 협력을 강조하는 인터뷰도 진행했다.

닛케이에 실린 인터뷰를 살펴보면 최 회장은 양국 간 주요 협력 대상 분야로 에너지, 반도체 소재 등을 꼽는 동시에 미국산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 구매하면 규모도 커지고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 회장은 에너지 협력 분야 중 수소 기술 공동개발, 에너지 저장시설 공동이용 등을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했으며 "한일 양국이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면 여러 비용을 낮춰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SK하이닉스가 세계 1위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HBM(고대역폭메모리)에 대해서는 "제조 난도가 높아 장비나 소재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 기업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일 반도체 기업 간 생태계도 통합하고 싶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간접 출자한 일본 메모리 반도체 낸드플래시 생산업체 키옥시아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와 관련해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전략적 형태로 접근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일본과 협력을 강조하는데 따라 향후 어떤 구체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한편 최 회장은 이번 경주에서 열린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AI 산업 발전 방안을 제안하고 전기요금 체계의 개편을 주요 산업 과제로 꼽았다.

최 회장은 "인재 육성은 필요하지만 시간이 걸리고 퀄리티도 약간 의심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해법은 수입"이라며 "해외에서 고급 인력을 유입해야 한다. 중요한 타깃 분야가 AI"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지금 성장을 못 하는 이유 중 제일 큰 게 두뇌 유출"이라며 "우리나라에 두뇌를 계속 유입시켜서 경제 활성화를 하고 내수 시장도 만들어야 선순환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이 정착할 수 있도록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거점 지역이나 도시 조성 방안을 제시했다.

또 최 회장은 "데이터센터 운영비 85%가 전기요금이다. 데이터 산업은 전기 잡아먹는 하마"라며 "전기요금을 싸게 만들어야 한다. 대한상의도 수도 없이 건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을 책정하는 지도가 달라져야 한다. 발전소에서 가까운 곳은 싸져야 하고 멀수록 비싸져야 한다"며 "유가 자유화 이전 옛날에는 전국 기름값이 똑같았지만 지금 그렇다면 이상하지 않나. 동일한 전기요금을 똑같이 계속 받겠다는 건 잘못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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