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산재 현장 방문…“안전과 생명 희생은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흥 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 근로자 노동 환경 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근로자 사망사고로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경기도 시흥의 SPC삼립 시화공장을 직접 찾았다.

이번 방문은 지난 5월 크림빵 생산라인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에 윤활유를 뿌리다 상반신이 기계에 끼여 숨진 사고가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노동 현장에서 반복되는 산업재해, 그 구조적 원인을 현장에서 면밀히 점검하고자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직접 주재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들을 애도하며 “죽지 않는 사회, 일터가 행복한 사회, 안전한 사회를 꼭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자신 역시 소년공 시절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프레스에 팔이 끼이는 산업재해를 겪은 경험을 거론하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사고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현실을 개탄했다. 이런 중대재해가 불가피하게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똑같은 환경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거의 유사하게 반복된다는 점을 분명한 문제로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예측할 수 있고, 방지할 수도 있는데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 원인 중 하나는 사고 예방에 드는 비용과 사고가 나고 치러야 하는 대가 간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만약 안전과 생명이 돈과 비용 때문에 희생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반드시 고쳐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한국의 산재 사망률 현실을 거론하며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의 단초를 이번 현장 방문에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정부와 기업, 노동 현장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 김지형 SPC 컴플라이언스위원장, 김희성 SPC삼립 안전보건총괄책임자, 김인혁 SPC삼립 노조위원장은 물론, 현장 노동자와 SPC 임직원들이 함께했다.

강희석 CJ푸드빌 공장장, 이정현 크라운제과 공장장 등 타 식품업계 관계자도 자리에 함께하며 식품산업계 전반의 안전 문제를 공유했다. 정부 측에서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 문진영 사회수석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 달 월급 300만 원을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그 목숨값이 300만 원은 아니다”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경제적 논리에 가려지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또 직접 현장을 찾은 이유에 대해 “산재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 구조적 원인을 관계자들과 함께 찾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와 국무회의에서도 산재 문제의 엄정한 대응을 주문하며 “대한민국이 산업재해 사망 1위 국가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고 역설해왔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자살률, 교통사고, 산재 등 여러 이유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며, “행복한 사회가 못 되더라도 불행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예측 가능한 산재에 희생되는 일은 최소화할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반복되는 산재 사고의 구조적 문제와 안전불감증, 그 이면에 도사린 비용-생명 간 불균형에 대한 경각심을 사회 전반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는 “경제 대국, 소득 4만 달러 선진국을 자부하는 시대에 일터에서 죽는 현실은 바뀌어야 한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산재 예방 대책 마련에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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