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로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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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취득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2조8000억원을 인텔에 출자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소프트뱅크의 지원이 당장 인텔을 국내 업체의 경쟁자로 되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트럼프 행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기조가 구체화되는 만큼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장기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은 20억달러를 출자해 인텔 주식을 취득하기로 계약했다. 이로써 소프트뱅크그룹은 인텔 지분 약 2%를 보유한 6대 주주가 될 예정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이번 투자에 대해 "인텔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선진 반도체 제조와 공급이 미국 내에서 더 발전해 갈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닛케이는 "인텔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출자를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소프트뱅크그룹은 미국 행정부와 보조를 맞춰 미국 첨단 반도체 생산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번 계약이 미국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미국은 국방부가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트리얼스의 최대 주주가 되는 등 전략 산업에 대한 행정부의 직접 지원과 통제 기조를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이 가운데 소프트뱅크그룹의 투자는 미 행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다음 날 결정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라 인텔에 제공된 보조금의 일부나 전부를 출자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조치가 실행된다면 미국 행정부가 인텔의 최대 주주가 될 수 있다.

사실 미 행정부에 이어 일본 기업까지 나설 정도로 인텔의 경영난은 심각한 상황이다.

인텔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부문은 44억달러 매출에 31억7000만달러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일시 중단 또는 완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인텔은 독일과 폴란드에 대한 투자 계획을 중단하고 미 오하이오주에서 진행 중인 공장 건설도 속도 조절에 나선 상황이며 앞서 지난 6월 말애는 9만6000명 인력을 연말까지 7만5000명까지 감축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런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지원이 인텔을 당장 국내 업계를 위협할 정도로 되살릴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이르다. 아직 인텔이 시장에 최선단 파운드리 공정 기술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미 행정부의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가 장기적으로 확고해진 만큼 국내 업체들에게는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오는 24~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직접 투자 요구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에 대한 100% 품목 관세를 예고하면서 자신의 임기 내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면 관세를 면제한다고 밝힌 상태다.

미 행정부가 고율 관세로 압박하며 외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현지 투자를 종용하고 있는데 따라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추가로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 행정부의 '인텔 살리기'와 함께 관세를 무기 삼은 대미 투자 압박이 국내 반도체 기업에게 비용 부담, 국내 투자 여력 약화, 인력 수급난 등의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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