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의료심사 도입…보험금 보상 심사 체계 고도화
OCR→PRA→AI...자동화된 시스템 사람이 보완

                      챗GPT 이미지 생성.
                      챗GPT 이미지 생성.

보험업계가 장기보험 보상청구 시스템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랫동안 디지털화 속도가 느리다고 평가받아온 산업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 메리츠화재·DB손보 등 잇따른 보상 시스템 개편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 21일 장기보험 보상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고 밝혔다. 불과 2주 전 DB손해보험도 자동화 계획을 내놨으며, 삼성화재는 인공지능(AI)과 광학문자인식(OCR)을 결합한 ‘AI 의료심사’를 도입했다.

보험업계 전반이 마이데이터와 스테이블 코인 등 신사업 검토에서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는 현상을 놓고 봤을 때, AI 활용에 대한 적극성은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최근 업계의 보상 시스템 개편 행보는 금융위원회가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문제를 이유로 장기보험 판매 제한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과 맞물린다. 보험업계는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판매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보험을 유지하려면 지급 시스템을 혁신해 신뢰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보상 시스템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2021년 한화생명이 업계 최초로 실손보험 청구에 AI OCR을 적용했을 때 인식률은 낮았지만 이후 70%대까지 끌어올리며 전산화의 기초를 닦았다.

이후 업계는 OCR과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결합해 입력·분류·파일 관리까지 기계가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삼성생명은 업스테이지 OCR을 도입해 인식률을 90%대 중반까지 높였고, 수정 비율을 한 자릿수로 낮췄다. 일부 회사에서는 청구 처리 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오류율도 크게 낮아졌다.


◇ OCR 수준에서 전체 프로세스 자동화로


최근에는 AI가 문맥을 해석하고 지급 심사까지 보조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삼성화재의 ‘AI 의료심사’가 대표적이다. 메리츠화재와 DB손보의 전면 개편 역시 단순 보완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 재설계라는 의미를 갖는다.

예전엔 사람이 AI를 보조했다면, 이제는 AI가 심사 기능 일부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상 청구는 보험사의 핵심 업무이자 고객 신뢰의 출발점이다. 지급 지연이나 오류는 곧바로 민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속도와 정확성이 곧 경쟁력이 된다. 자동화 시스템은 인력 소모를 줄이고 오류를 최소화하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며칠 걸리던 지급이 하루 이틀로 단축되기도 했다.

규제 대응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금융당국이 ALM 관리 차원에서 듀레이션 갭(보험자산과 부채 실질만기 차이)을 이유로 장기보험 판매를 제한할 경우 보험사들은 비용 구조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효율적인 지급 시스템은 이런 압박을 완화하는 수단이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급 시스템 안정성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건전성 관리와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AI 심사가 정착되면 지급 지연과 분쟁을 줄이고 고객 경험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 알고리즘 편향, 책임 소재 불분명 같은 과제도 남아 있다. 인공지능의 잘못된 해석이 지급 거부나 과지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OCR에서 RPA를 거쳐 이제는 AI 의료심사와 전면 개편 단계로 들어섰다”며 “자동화가 중심이 되고 사람이 보완하는 구조로 바뀌는 만큼, 보상 시스템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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