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여파 외국인·기관 매도세...대형 제조업종 하방 압력
삼성전자·현대차·HD현대중공업 등 시장 대비 하락 폭 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이 마무리된 가운데 미국 증시의 되돌림 현상 여파로 코스피가 약세 마감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0.95%(30.50포인트(p)) 내린 3179.36에 마감했다. 지수는 전장보다 0.31%(9.94p) 내린 3199.92로 시작해 낙폭을 키웠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와 현대차,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제조업 종목이 일제히 하락하며 지수에 부담을 줬다. 삼성전자는 1.68%(1200원) 빠진 7만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은 1445만 주를 웃돌며 활발했지만, 주가는 조정을 받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07%(1만1000원) 내렸고, 삼성전자 우선주도 1.71%(1000원) 떨어졌다. 현대차 역시 1.58%(3500원) 하락했다.
조선업 대표주인 HD현대중공업은 3.80%(1만8500원) 급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거래량도 32만 주를 넘겼다. 금융주에서는 KB금융이 1.81%(2000원) 빠진 10만8300원에 마감했고, 기아는 1.62%(1700원) 내린 10만3000원을 기록했다.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 6821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2639억원 팔았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847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0.77%(2000원) 오른 26만1500원에 마감해 반도체 업종 내 온도 차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0.26%(1000원) 올라 38만1000원에 거래를 끝내며 소폭 반등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만나 북핵 문제와 안보 협력, 조선업 분야 협력 등을 주요 의제로 논의했다. 회담은 긴장과 기대가 교차했지만, 전반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추가 논의가 가능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한국이 더 많은 것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30일 대규모 투자와 에너지 구매를 조건으로 관세 문제에 합의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고, 동시에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계획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부과하던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합의 효력을 재확인한 셈으로, 양국 간 불확실성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협상 과정에서 불거진 ‘재논의 가능성’ 발언은 시장에 여전히 변동성을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에선 이날 ‘대형 IT주와 조선·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종이 동반 약세를 보이면서 지수 상승 동력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나 반도체 등 개별 품목을 둘러싼 관세 협상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았다”며 “증시 방향성을 뚜렷하게 제시하기는 어려운 회담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전체 증시의 뚜렷한 상승 동력을 제공하기보다는 조선업, 남북경협주 등 특정 업종과 테마주에 투자 수요가 몰리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선반영된 통화정책과 한미 정상회담 기대감을 반납했다”이라며 “기대감을 선반영했던 관련 업종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이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시장이 기대했던 합의문을 담은 문서화 형태 선언은 부재했다”며 "구체적 수치나 반도체·의약품 품목 관세율, 원자력·조선 협력 구체안 등도 기대 대비 부족하다는 인식에 상승 재료로 작용하지 못하는 흐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페이스북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추어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는데 뜻을 함께 모았다”며 “안보 동맹과 경제 동맹에 더해,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익 중심의 실용 동맹’의 새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