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과정에서 고려되는 재계약 리스크나 스트레스 요인 감소 기대”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단기 수익으로 상환 불가...금융 안정 중요성 커져

28일(현지시간 기준)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는 ‘APAC 지역에서의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28일(현지시간 기준)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는 ‘APAC 지역에서의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Fitch Ratings)는 아시아·태평양(APAC) 데이터센터 시장이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한국은 외국계 회사의 진입 장벽이 있어 신규 공급을 억제하는 대신, 기존 시설의 재계약 가능성을 높여 투자 안정성이 부각된다는 평가다. 


◇ 韓, 규제 속에서도 데이터센터 투자 안정성 부각 


28일(현지시간 기준) 글로벌신용평가사 피치는 ‘APAC 지역에서의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웨비나를 개최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한국 금융시장에서 데이터센터를 담보로 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스(PF)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사잘 키쇼어 피치 레이팅스 APAC 인프라·프로젝트 파이낸스 등급 총괄 전무이사는 “최근 글로벌 은행들과의 논의에서 뭄바이, 자카르타, 서울, 도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새로운 입지가 계속 거론되고 있다”며 “문제는 특정 지역 거래를 직접 다뤄보지 않았다면 그 지역의 수급 상황을 처음부터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시장은 외국계 업체가 직접 데이터센터 시장에 진입하는 데 일부 장벽이 있어 신규 시설 건립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며 “이 같은 환경은 자연스럽게 시장 전체의 공급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클라우드와 AI를 비롯한 데이터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며 “수요는 강한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기존 데이터센터의 가치가 오히려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사잘 전무이사는 “이런 구조에서는 임대 계약이 만료되더라도 고객이 다른 시설로 옮기기 어렵기 때문에 재계약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결과적으로 한국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 안정성이 높아지고, 신용평가 과정에서 고려되는 재계약 리스크나 스트레스 요인도 줄어드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한국계 기업과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한 개별 거래를 직접 검토한 적은 없지만, 이미 APAC 전역 모든 지역에서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덧붙였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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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법령상 외국계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매입·건설·운영하는 데 직접적인 외국인 지분 제한은 없다. 외국계 사모·인프라 펀드의 투자도 가능하다. 

다만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공중 통신망을 직접 설치·운영하는 ‘기간통신사업자’로 분류될 경우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외국인 지분 49% 제한이 적용된다. 일반적인 데이터센터 운영은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해 외국인 지분 제한이 없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법인을 두고 현지 통신망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한다.

벤 맥카시 피치 레이팅스 아시아-태평양 구조화금융 및 커버드본드 담당 전무이사 겸 대표는 “호주와 일본, 한국은 비교적 규모가 큰 구조화금융 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런 자산을 다루는 데 익숙하다”며 “이들 시장에선 데이터센터 같은 구조화 자산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일부 동남아 시장은 구조화금융 시장이 아직 덜 발달했다”며 “이들 국가는 프로젝트성 채권에 익숙하기 때문에 그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 美 장기계약·ABS 확산 vs. APAC 제도리스크·단기계약


사잘 전무이사는 “데이터센터는 본질적으로 필수 서비스 성격을 갖고 있다”며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가장 크게 보는 것은 계약이 끝난 뒤 다시 계약할 수 있는지, 또 빚을 갚기 위해 새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보통 계약은 10년 단위에 5년씩 연장되지만, 그 안에 벌어들이는 돈만으로는 빚을 다 갚기 어렵다”며 “그래서 재융자와 재계약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의 수요는 매우 강력하다”며 “클라우드 사용만 놓고 보더라도 성장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조건이 맞는 시설이라면 25년짜리 장기 평가도 가능하다”며 “이를 위해선 지연시간이 짧은 좋은 입지, 전력과 물, 네트워크 접근성이 확보된 최신 시설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공랭식 냉각에서 액체 냉각으로 바뀌는 등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은행 대출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자본시장을 통한 장기 조달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대형 데이터센터는 이제 어느 정도 안정 단계에 들어섰다”며 “앞으로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이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잘 키쇼어 전무이사는 “미국 시장은 대표적인 프리미엄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초기 거래는 버지니아와 워싱턴 D.C. 지역에서 정부 수요를 중심으로 나타났다”며 “최근에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애리조나 피닉스, 텍사스 같은 2차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클라우드 수요를 중심으로 시작해 AI 추론, 나아가 AI 학습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반면 APAC 지역은 아직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가 주력이고, 생성형 AI 수요는 ‘추가 요소’ 정도로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라우드는 접속지연 시간이 거의 없어야 하는 게 필수적이어서 입지 요건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조건을 충족할 때만 25년 경제적 수명을 적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재융자와 재계약 리스크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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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미는 단일 시장 구조로 비교적 균질하지만, APAC은 각국 제도와 법률 체계가 달라 실행 리스크가 훨씬 높다”며 “이에 따라 일부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초대형 확장형 데이터센터 대신 제3자 데이터센터를 활용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임대료와 관리비를 모두 임차인이 부담하는 ‘트리플넷(Triple Net) 계약’이 일반적이지만, APAC은 전력비만 전가되는 ‘그로스+전기료’ 방식이 많다”며 “전력이 주요 비용이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리스크는 줄지만, 미국보다 운영 리스크는 여전히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계약기간도 큰 차이가 있다”며 “미국은 보통 초기 15년 계약이 가능하지만, 호주 같은 성숙 시장조차 1012년, 다른 시장은 510년 수준에 그쳐 평균적으로 APAC은 8~10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차이는 거래 구조와 신용 프로파일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2년가량 앞서 발전해 이미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자본시장 조달이 활발하고, 최근에는 프로젝트 파이낸스 구조도 늘고 있다”며 “APAC에서는 호주 같은 일부 선진 시장은 구조화금융이 가능하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스나 기업금융 접근이 더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 “데이터센터 수요 폭발적…자금 규모도 천문학적” 


킷 챈 피치 레이팅스 APAC 구조화금융 사업·관계관리 총괄 상무는 “싱가포르와 대만을 다녀왔는데, 만난 거의 모든 은행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거나 관련 노출이 있었다”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던 전문 용어들이 이제는 누구나 쓰는 일반 언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성장은 데이터 저장·처리 수요 폭증, AI와 클라우드 확산, 삶의 디지털화 때문”이라며 “이 성장을 뒷받침하려면 자금 규모도 엄청난데, 데이터센터 하나 짓는 데 수조 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2023년 이후 막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고, 10년 안에 전체 투자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북미에서는 이미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왔고, 이제 같은 현상이 APAC으로 번지고 있다”며 “최근 은행과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데이터센터 투자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와 구조화금융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벤 맥카시 대표는 “많은 투자자들이 우리와 똑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인프라 팀, 프로젝트 파이낸스 팀, 구조화금융 팀이 각각 따로 움직였는데 데이터센터라는 자산은 이 세 영역을 모두 아우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피치 내부도 구조화금융 분야에 있어, 부동산 평가에 사용하는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는 면적 대신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임대를 하지만 기본 원리는 부동산 임대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이어 “정화된 현금흐름이 어떻게 될지, 해당 시설의 위치와 특성은 어떤지, 진입장벽과 경쟁 상황은 어떠한지, 임대료가 시장 수준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그리고 향후 변동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중심으로 신용등급을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대규모 확장형 데이터센터는 임차인이 3곳뿐이지만 모두 우량 기업이고 계약 기간도 10년 이상이어서 현금흐름이 매우 안정적이다”며 “다만 계약 만료 시 재계약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또한 “반대로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는 수백 명의 임차인이 들어와 있지만 개별 임차인의 신용도는 낮을 수 있다”며 “임차인이 수시로 바뀌면서 현금흐름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대신 수익성은 더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 대표는 “이는 부동산 임대와도 비슷하다”며 “하나의 건물을 정부 기관이 통으로 빌렸을 때와, 여러 임차인이 나눠 쓰는 경우 중 어느 쪽을 선호하느냐 하는 문제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은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클라우드에 맡기거나, 아니면 공간을 임대해 직접 서버를 두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가 주는 가장 큰 가치는 확실성”이라며 “전력과 보안, 가동성을 24시간 보장해야 하며, 특히 금융기관 같은 곳에서는 이 안정성이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초 포르투갈에서 정전이 36시간 이어졌지만 데이터센터는 멈추지 않았다”며 “이는 중복 설계와 전력 확보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은 결국 임차인에게 전가된다”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싱가포르 텔레콤, 바이트댄스 등은 대규모 운영을 통해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사업자”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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