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현지 공장에서 불법체류자 고용 문제로 대규모 단속에 휘말리며 글로벌 투자 전략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불법 고용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외교부와 재외공관이 수차례 비자·취업 규정 준수를 강조했음에도 기업에서 이를 간과한 채 관리 부실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은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근로자들을 대거 적발했다. 이 과정에서 LG 소속 직원과 협력사 인력을 포함해 300여명이 구금됐으며, 현대차에서는 단속 대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고인사책임자(CHO)를 급파하고 의약품 전달과 면회를 추진하는 등 사후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하청업체 고용이라는 책임 전가 논리만 내세우며 구조적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을 자초했다.

외교부와 재외공관은 그간 비자·취업 관련 규정 준수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실제로 올해 5월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은 “미국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고용주는 직원의 I-9 양식을 반드시 작성·보관하라”고 경고했고, 주 뉴욕·보스턴 총영사관 역시 체류 자격 관리와 불법 고용에 따른 강력한 불이익을 안내했다. 그럼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이러한 경고를 현장 관리 체계에 반영하지 못해 결국 된서리를 맞았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대응에도 문제는 남는다. 기업에 반복적으로 유의사항을 안내했지만 실질적 점검이나 후속 조치는 미흡했다는 평가다. 외교부가 기업과 협력해 비자·취업 관리 가이드라인을 점검했더라면 이번과 같은 대규모 구금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의 파장은 단일 현장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이 운영 중인 다른 북미 현장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합법적 고용을 원칙’으로 삼은 현대차와 달리, LG가 단기적 효율성에 치중하며 법적 리스크를 경시한 결과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의 발언은 한국 기업에 더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놈 장관은 구금자 다수를 “추방(deported)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자진출국 방식과 엇갈리는 메시지를 내놨다. 추방은 재입국 제한 등 중대한 불이익을 동반하기 때문에, 사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놈 장관은 또 “모든 기업이 미국에 올 때 게임의 규칙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불법 고용을 방치한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미국에 투자하는 모든 외국 기업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글로벌 기준 확립의 기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한국 기업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이 아닌 경영 리스크 관리 실패 사례로 본다. 외교부가 반복적으로 경고했고, 미국 정부의 단속 강화 기조 역시 공개적으로 예고됐지만, 기업이 선제적 대응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얘기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외교부가 유의사항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며 “글로벌 기업이라면 합법적 고용 시스템을 확립하고 현지 법규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구금자 처리와 법적 대응,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남겼다. 외교부 역시 기업 대상 공지를 넘어서 실질적 점검과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이 한국 기업 전반에 준법 경영 체질 개선의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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