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와 미주 지역을 양대 성장축
현지 규제 환경과 고객 수요에 맞춘 차별화
한국 금융권의 해외 진출은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제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렸듯, 금융도 점차 수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만 현지화 전략과 정교한 정책 지원 없이는 단기간 성과에 그칠 위험도 크다. 궁극적으로 K-금융의 글로벌 안착 여부는 ‘얼마나 깊게 현지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스트레이트뉴스는 「K-금융 수출」시리즈를 통해 국내 금융업계의 현실을 진단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기관들이 손쉬운 이자수익에 매달릴 게 아니라 투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밝힌 이후, 시중은행들의 해외사업 전략이 재조명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자놀이 의존도 점검”에 착수하며 해외 비즈니스 다변화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와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 KB, 인도네시아 정상화 ‘턴어라운드’…신한, 미주 제재 해제 이후 우상향
1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해외현지법인 순이익 72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적자에서 반전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 순이익은 3조4357억원이다.
인도네시아 법인(KB Bank Indonesia)은 2021년 인수 이후 구조조정과 부실자산 축소를 거치며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21년 65%에 달했던 부실여신 비율은 2024년 말 23%로 개선됐고, 차세대 전산 시스템 오픈과 판관비 절감이 전환 기반이 됐다 .
캄보디아의 KB프라삭은행은 저금리 예수금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순익 111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66억원 증가한 수치로, 예대마진 개선에 따른 결과다. 해당 은행은 현재 캄보디아 전체 금융기관 중 이익 기준 2위, 자산 기준 4위다 .
KB국민은행은 올해 하반기에도 인도네시아의 추가 정상화와 프라삭의 수익성 유지를 중점과제로 삼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글로벌 손익 7336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체 은행 손익의 약 20%를 차지한다 . 2025년 상반기에도 글로벌 손익은 4088억원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다 .
국가별로는 베트남(2024년 누적 2640억원), 일본 SBJ은행(1486억원)이 이익 대부분을 책임졌다 . 베트남은 우량대출 중심 자산 증대와 디지털 뱅킹 확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일본은 변동금리 대출과 조달 다변화를 통해 마진을 개선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
2025년 8월 기준 신한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20개국 167개에 달한다 .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인프라 프로젝트 금융과 리테일 확대를 병행하며 기업·소매 양측 수익을 동시에 늘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2025년 3월, 예금보험공사(FDIC)가 신한뱅크 아메리카에 내렸던 개선명령(Consent Order)을 공식 해제하면서 제재 리스크가 사라졌다. 이후 5월에는 5000만 달러 증자를 단행해 자본 안정성을 높였다 .
신한은행은 올해 ALM(자산·부채 관리) 체계를 점검하고 자본효율 중심의 영업전략을 통해 글로벌 손익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 하나, 기업·외환·리테일 동시확장…우리, 베트남·미주 리테일 기반 확대
하나은행은 2025년 8월 기준 26개국 111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 북미·유럽에선 기업금융과 외환 중심, 동남아에선 리테일·중소기업 대출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분화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인은 2024년 기준 순익이 두 자릿수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7% 이상 실적 성장을 이어갔다 . 미국에서는 뉴욕 에이전시 외에 현지법인(Hana Bank USA, N.A.)을 통해 다수의 지역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전체로는 글로벌 204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디지털 전환을 강화해 외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2025년 기준 24개국에 총 470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 이 가운데 우리은행은 동남아시아, 미주, 유럽, 중앙아시아 등에서 기업·소매금융을 병행하며 영업 반경을 넓히고 있다.
미국에서는 우리아메리카은행을 통해 10개 주에서 21개 지점과 4개 대출사무소(LPO)를 운영 중이다. 현지 고객뿐 아니라 한인 상권, 외국계 기업 고객을 함께 타깃으로 삼아 수익 기반을 다변화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2025년 상반기 순이익은 1조5943억원이다. 외화조달 안정성과 디지털뱅킹 전환 속도도 주요 경쟁력으로 꼽힌다.
한편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은행들은 국내 예대마진 중심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글로벌 사업 다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금리 정상화로 순이자마진(NIM)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남아 리테일과 미주 기업금융의 쌍두마차 전략이 실적 방어와 성장을 동시에 노리는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는 “하반기에는 각 은행이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해외 부문 설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의 리테일·SME 균형 성장 등 각국 포트폴리오와 자본효율 전략 고도화가 실적 차별화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