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 수익 90% 몰수 강요 정황
협상 버티면 관세 타격은 차부품, 철강에 집중
업계, 우회 수출 경로 모색 중
미연방대법원 판결, 내년 중간선거 변수

미국과 관세 협상 서명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수출선적항에 들어선 자동차. 연합뉴스
미국과 관세 협상 서명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수출선적항에 들어선 자동차. 연합뉴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대미 관세 협상에 대한 서명을 강요하고 있다. 여기엔 미국 투자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등 불합리한 조건이 포함돼 있어, 우리 정부가 서명하기 어려운 정황이 포착된다. 관세 협상이 길어지면 수출 비중이 높고 현지 생산 시설이 없는 차부품, 철강 등의 타격이 예상된다. 이에 기업들은 우회 수출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관세 협상 서명이 늦어지는 데 대해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며 “국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미국 상무부 장관 하워드 러트닉은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 관세를 내거나 협정을 수용하는 것”이라며 “일본은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압박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서명 조건엔 한국 정부가 밝힌 대미 투자 펀드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서명이 지연될 경우 관세 부담이 큰 산업 분야는 차부품과 철강 등이다. 현재 대미 주요 수출품목 중 자동차는 25%, 반도체는 보편관세 10%와 상호관세 5%가 더해진 15%, 차부품은 완성차와 동일하게 25%가 적용되고 있다. 이어 배터리는 상호관세 15%, 기계류는 15%인데 철강과 알루미늄 함량분에 한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최대 50%까지 적용 중이다.

엄밀히 관세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현지 수입사가 낸다. 반도체 칩을 수입하면 미국 애플과 엔비디아 등이 관세를 내는 식이다. 반면, 현대차의 경우 차부품을 관세를 내고 수입해 미국 현지에서 완성차를 만든다. 따라서 직접적인 관세 부담은 현대차와 기아에게 집중된다.

현대차의 현지 완성차 제조 자회사가 포함된 연결 재고자산이 올 상반기말 기준 연초와 전년 대비 급증해 있는 것은 관세 부담을 고려해 차부품 재고를 미리 쌓아둔 까닭으로 분석된다. 재고가 소진될수록 실적에 대한 관세 부담이 더 짙어질 전망이다.

대안은 우회 수출이다. 수출 기업들은 이미 미국으로의 관세가 낮은 제3국을 경유하는 우회로를 모색 중이다. 전문가들도 멕시코, 베트남, 동남아 등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활용한 멕시코 경유 방식이 주목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세관(CBP)이 최근 우회 수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단순 포장 변경 등은 불법 원산지 세탁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관세 협상 지연 시 타격 품목은 명확하며, 우회 수출 전략은 유효하지만 정교한 원산지 관리와 제조 공정 증빙이 필수”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법성을 두고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진행 중이다. 내년 11월3일 미국 중간선거도 있어 한국이 버티면 협상 여건이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트레이트뉴스 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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