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러닝크루 문화, 이슈로 부각
존중받는 러닝 문화 확산 필요

                                            유지상 파프짐 대표.
                                            유지상 파프짐 대표.

러닝은 가장 단순한 운동이다. 신발 한 켤레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고, 특별한 공간이나 장비도 필요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러닝을 “혼자 하는 운동”이라 말한다. 하지만 지금, 거리 위에는 혼자가 아닌 사람들이 함께 달린다.

러닝이 혼자의 시간이 될 수도 있지만, 함께 달릴 때 주는 힘은 다르다. 즐거움은 배가되고, 스스로 더 나아지고 싶어진다. 심지어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도 “함께 달리는 것이 러닝의 진정한 힘을 일깨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러닝크루의 확산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각에서 도로 점거, 소음 유발 등의 문제로 비판도 이어졌다. 몇몇 사례가 논란이 되자, 러닝크루 전체가 ‘민폐 집단’처럼 취급받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크루가 그런 건 아니다. 원칙을 지키고 배려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팀은 오히려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있다. 모범적인 사례는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호주 시드니에서 시작한 ‘어노피셜 런 클럽(Unofficial Run Club)’은 작은 모임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1000명이 넘는 러너가 함께하는 축제가 되었다. 이들은 매주 금요일 새벽 5시 45분, 도심의 상징적인 장소에 모인다.

이른 시간에 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도심이 깨어나기 전,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러너들은 하루를 누구보다 먼저, 활기차게 연다.

이 모임은 “속도가 다른 러너도 존중받는다”는 철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빨리 달리는 사람, 천천히 걷는 사람 모두 같은 출발선에 서고, 각자의 속도로 완주한다. 누구도 무시당하지 않고, 누구도 혼자 남지 않는다. 러닝이 끝나면 커피 한 잔을 함께 나누며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든다.

외신들은 이 문화를 “도시 속 건강한 사회적 네트워크”라 평가한다. 건강과 연결,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인 셈이다.

선데이 런데이 활동 모습. 파프짐 제공.
선데이 런데이 활동 모습. 파프짐 제공.

국내 퍼스널트레이닝 브랜드 파프짐(PAFGYM)이 운영하는 ‘선데이 런데이(Sunday Runday)’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오전 8시에 열린다. 참가자들은 3km, 4km, 5km 그룹으로 나뉘어 달리며, 도로와 시민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한 줄로 러닝을 이어간다. 특히 양재천 일대에서 많은 시민들과 함께 주로를 공유하는 만큼, 우리의 경험만큼이나 다른 이용객들의 편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용하고 질서 있는 한 줄 달리기를 원칙으로 실천하고 있다.

또한 함께하는 참여자의 좋은 경험을 위해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케어한다’는 철학으로 운영되며 초보자, 아이, 시니어 누구나 존중받고, 완주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달리면서 소음을 줄이고, 끝난 후에는 빠르게 해산한다. 부담 없이 시작하고, 산뜻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특히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모임은 제격이다. 굳이 깊은 유대가 아니어도 괜찮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을 함께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정부도 러닝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생활체육 확산을 위해 ‘국민체력 100’, ‘스포츠 7330(주 3회, 30분 운동)’ 같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러닝은 심혈관 건강 개선, 비만 예방, 정신 건강 증진에 효과적이며, 가족 단위 참여를 통해 세대 간 소통도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보면, 국민 건강 증진과 함께 사회적 의료비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

러닝크루는 ‘민폐’가 될 수도 있고, ‘문화’가 될 수도 있다. 차이는 명확하다. 원칙을 지키고, 배려를 잊지 않으며, 도시를 존중하는가. 달리는 것은 단순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함께 달릴 때, 러닝은 운동을 넘어선다. 그것은 하루를 여는 의식이자, 도시를 바꾸는 움직임, 관계의 시작점, 그리고 삶을 리프레시하는 시간이 된다. 혼자 달리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달릴 수 있다면 러닝은 축제가 된다.

유지상 파프짐 대표


◇ 유지상 대표는…


△남서울대학교 운동건강학 △인하대학교 교육대학원 체육교육학 △안산대학교 물리치료학 △상명대 경영대학원 피트니스 MBA를 졸업한 피트니스·헬스케어 전문 인력이다. 현재 상명대 일반대학원 헬스케어융합비즈니스학과 박사과정을 재학 중이다. 유 대표는 ‘올바른 피트니스 문화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2010년 프리미엄 퍼스널 트레이닝 전문 기업 ‘파프짐’을 공동 창업했다. 지난해 6월부턴 대한건강운동관리사협회 피트니스 분과장을 맡고 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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