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소극적 태도 전환에도 삼성SDI, 전고체 배터리 개발 속도
韓3사 중 가장 빠른 양산 목표…시장 초기 우위 확보 기대감 상승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의 각양각색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삼성SDI가 전고체 배터리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어 주목된다. 다른 글로벌 배터리사들이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를 2029년, 2030년 등으로 비교적 길게 잡거나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하는 것과 달리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막바지 준비에 접어들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오는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에 돌입한다는 목표를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최근 전고체 배터리 샘플 제공 단계에 돌입해 고객사와 성능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은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 확보 난항과 가격 경쟁력 한계 등에 부딪히면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힘을 빼고 있는 상황인데, 삼성SDI는 뚝심있게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추진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전해액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기존 액체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고 화재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이에 따라 전기차 단점을 보호하고 주행거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2750만달러(약 383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0억달러(약 56조원)로 약 14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에게 기대되는 부분은 '세계 최초' 전고체 배터리 양산 타이틀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이 일반 배터리보다 비쌀 수밖에 없어 이른 상용화는 어려울 수 있지만 최초 양산으로 초기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전고체 배터리의 앞선 양산 성공은 기술 주도권 확보 및 산업 표준 선점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가격 경쟁력 확보와 상용화를 위해 삼성SDI가 초반에는 프리미엄 수요를 공략해 시장에 진입하고 양산을 지속하며 점진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2022년 국내에 업계 처음으로 수원 R&D 센터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착공한 후 시제품을 제작·검증하며 양산성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SDI의 S라인은 6500㎡ 규모로, 전고체 배터리 전용 극 판부터 고체 전해질 공정설비, 배터리 내부 이온이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배터리 셀 조립 설비 등 신규 공법과 인프라가 적용된 시설이다.
전고체 배터리 중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여겨지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도 곧바로 착수한 상태로, 이른 양산 목표에 따라 성과가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독자 조성한 고체 전해질 소재 개선과 자체 개발한 무(無)음극 기술을 적용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고 있어 주목된다.
무음극 기술은 음극 부피를 줄이고 양극재를 늘려 기존 각형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40% 이상 끌어올린 방식으로, 동일 차량에 탑재할 경우 공간 절약과 경량화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SDI는 이 같은 무음극 기술을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를 지난해 말부터 5개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한 상태다.
최근에는 업계 최고 밀도인 900Wh/L 전고체 배터리의 세부 양산 준비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주요 고객사들과 샘플 테스트 및 성능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특히 현재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900Wh/L로, 현재 (삼성SDI가) 양산 중인 각형 배터리 대비 40%가량 에너지 밀도가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응용처 다변화와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고객사 협의를 통해 로봇, UAM(도심항공교통) 등 신규 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국내에 전고체 배터리 '마더라인' 구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약 3년에 걸친 심사 끝에 '전고체 전지용 음극 및 이를 포함하는 전고체 전지' 특허를 최종 등록했다. 존속기간은 2042년 10월 24일까지로, 20년 동안 독점권을 가질 수 있다.
해당 특허는 '덴드라이트 억제'라는 전고체 전지의 최대 난제를 다룬 원천기술이다. 전고체 전지의 최대 난제인 덴드라이트 억제와 안전성 확보를 해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덴드라이트는 배터리 충전 과정에서 리튬이 음극 표면에 쌓이며 형성되는 나뭇가지 모양의 결정체로, 배터리 분리막을 훼손해 수명과 안전성을 떨어뜨린다. 삼성SDI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특허에 단순 소재 적용을 넘어 Ag-C 기반 복합소재와 셀 구조까지 포괄하는 실용적 기술을 특허권 범위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이 같은 특허 취득을 기반으로 2027년 하반기 목표한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고객들이 전고체 배터리의 특성과 성능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고 있다"며 "제품 성능 개선과 양산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