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상용화 목표 2030년…3사 중 가장 늦지만 '완성도'에 초점
다양한 폼팩터 보유 강점에 R&D 역량 확대까지…기술력 확보 기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의 각양각색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연구개발(R&D), 생산, 전장 등 다양한 직무에서 신입과 경력 수시채용을 진행했다. 특히 미래를 위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필요한 R&D와 설계 직무 인재 확보에 집중해 눈길을 끌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하는 차세대 배터리의 대표주자는 전고체 배터리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양산화 시기는 가장 늦은 2030년으로 잡긴 했으나 '완성도'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는 목표에 따라 신중한 태도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접근하는 중이다. 조금 느리더라도 확실한 품질의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연내 충북 오창플랜트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세우고 시제품 생산을 진행할 예정으로, 무음극 전지와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과천 R&D캠퍼스 증축 작업도 시작했다.
이밖에도 관련 기술 개발은 물론 시카고대학교, UC 샌디에고(UCSD) 등 글로벌 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양산성 검증에도 힘을 쏟는 중이다. 올해 2월에는 시카고대의 셜리 멍 교수와 공동 연구한 전고체 배터리 충전 속도 10배 증가와 관련한 논문이 학술지 'Joule(줄)'에 게재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와 ESS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을 위한 제조 전문성과 대학의 혁신적인 연구 협력이 중요하다"며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협력을 통해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전해액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기존 액체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고 화재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이에 따라 전기차 단점을 보호하고 주행거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2750만달러(약 383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0억달러(약 56조원)로 약 14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고체 배터리의 가장 큰 걸림돌은 '빠른 상용화'다. 전고체 배터리의 기술적 장벽이 높은 탓에 개발 자체도 쉽지 않지만 생산단가가 높아 고가로 형성되는데,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과 맞물리면서 조기 상업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파나소닉은 전고체 배터리를 몇 년 안에 상업화 가능한 수준으로 가격을 떨어뜨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 대표 배터리 기업인 CATL도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성에 대해 의문을 품으며 전고체 대신 '반고체'를 목표로 하는 등 개발에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했고, 양산 여부와 관련해 "도전적 과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가 업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지속적으로 개발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에서 원통형, 각형, 파우치형 등 모든 배터리 폼팩터를 아우르며 배터리 업계 선두주자인 만큼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도 강자임을 입증하려는 움직임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도 최근 양극재 외에도 전고체 전해질 등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은 R&D 부문에 6204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동기(5199억원) 대비 19.3% 늘어난 규모로, 2020년 말 회사 출범 이후 반기 기준으로는 가장 큰 규모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집중하고 있는 것은 건식전극 공정 상용화다. 이를 통해 제조 효율성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의 약점인 고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으로 건식 전극 공정을 택한 것이다. 건식 전극 공정은 기존 습식 코팅 방식보다 전극 제조 비용을 17%에서 최대 30%까지 낮출 수 있다.
건식 전극 공정도 '꿈의 공정'이라고 불릴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즉, LG에너지솔루션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별화'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건식 전극 공정을 활용한 개발 단에서는 가장 앞선 단계일 것으로 보고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제영 LG에너지솔루션 최고기술책임자(CTO) 전무는 "독자적인 소재기술을 확보해 2030년 이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