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SK온 사장 "전고체 배터리로 전동화 시대 앞당기겠다"
SK온, 전고체 가격경쟁력·제품안정성 확보 위한 기술개발 속도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을 위한 국내 배터리 3사(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의 각양각색 전략을 살펴본다.[편집자주]
국내 배터리 기업 중 후발주자인 SK온이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기존 목표였던 2030년보다 1년 더 앞당긴 2029년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시기로 변경한 가운데 신규 파일럿 라인을 준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대전광역시 유성구 미래기술원 내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했다. 준공한 플랜트는 약 4628㎡(약 1400평) 규모로, SK온은 이곳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먼저 에너지 밀도 800Wh/L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1000Wh/L까지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전고체 배터리를 누구보다 앞서 상용화해 전동화 시대를 앞당기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특히 SK온은 이번 파일럿 플랜트에 다년간 연구·개발한 '온간등압프레스(WIP) 프리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적용했다. WIP 기술은 상온보다 높은 온도(25~100℃)에서 전극에 균일한 압력을 가해 밀도와 성능을 높이는 차세대 압착 공정으로, SK온의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전해액이 액체가 아닌 고체인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가 기존 액체기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높고 화재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이에 따라 전기차 단점을 보호하고 주행거리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업계 '게임 체인저'로 불리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고체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2년 2750만달러(약 383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0억달러(약 56조원)로 약 145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국내 배터리사 중 후발주자이나 전고체 배터리를 통해 시장 우위를 '역전'하겠다는 목표다.
지난해 미국 솔리드파워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이후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도 공고히 해오고 있다. 솔리드파워의 경우 포드, BMW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투자를 받고 있는 곳으로, 향후 프리미엄 전기차 수요에도 대응력이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온은 전고체 배터리가 전기차뿐 아니라 로봇,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분야에서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점에 주목해 선제적으로 시장 선점과 기술 개발에 나서는 모습이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전기차 트렌드가 가성비 중심이 되면서 저렴한 배터리 수요가 높긴 하나 글로벌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프리미엄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뿐 아니라 UAM, 휴머노이드 등 다른 애플리케이션에도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빠른 역전을 위해 SK온이 집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술력 개발이다. 앞서 올해 6월에는 한양대학교 김동원 교수팀과 함께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을 높이는 연구에 성공했다. 국내외 특허 출원도 완료했다.
해당 기술은 리튬 메탈 음극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해 배터리의 안전성과 수명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리튬 메탈은 전고체 배터리의 차세대 음극 소재로 주목받고 있긴 하나 공기 중에서 반응하기 쉬워 표면에 무기물이 불균일하게 형성돼 전고체 배터리의 수명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이에 SK온은 리튬 메탈 음극을 특수 용액에 담가 무기물을 제거하고 전도성이 높은 리튬나이트라이드(Li3N)와 기계적 강도가 높은 리튬옥사이드(Li2O) 기반의 보호막을 형성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SK온은 지난달 'SK온 배터리연구원'을 'SK온 미래기술원'으로 개편하면서 미래 기술 개발에 힘을 더욱 싣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SK온 미래기술원'에서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과제들을 수행한다는 계획으로, 특히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과 '제품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이다.
초대 SK온 미래기술원장으로는 박기수 전 R&D본부장이 선임됐다. 박 원장은 "우리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를 갖고 있다"며 "(전고체 배터리가)중국을 앞설 전략적 무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