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4개 계열사, 오픈AI와의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 협력 나서
삼성도 SK에 이은 '패키지' 전략 선봬…향후 그룹 시너지 기대
삼성이 챗GPT를 만든 오픈AI와 전략적인 협력을 맺으면서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삼성전자의 반도체 납품 뿐이 아니라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SDS까지 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동시에 협력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의 복귀에 따라 본격적으로 삼성그룹의 시너지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전날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회동하고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상호 협력하는 LOI(의향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오픈AI의 전략적 파트너사로서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서, 해양 기술 등 주요 분야에 협력한다.
삼성 관계자는 "각 사의 핵심 역량을 결집시켜 전방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공급을 맡을 삼성전자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건설을 맡을 삼성물산, 플로팅 데이터센터 개발을 지원할 삼성중공업, 클라우드 기술력을 지원할 삼성SDS까지 각기 다른 분야의 계열사가 협력에 나섰다. 삼성이 '패키지' 전략으로 AI 인프라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이는 앞서 SK그룹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을 AI 글로벌 허브를 만들기 위한 협력을 체결할 때 전 계열사 역량을 집중하는 패키지 전략을 취했던 것과 유사하다.
당시 SK는 반도체 공급을 담당할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배터리를 공급할 SK온, 데이터센터 건설을 맡을 SK에코플랜트, 데이터센터 운영을 담당할 SK텔레콤까지 전 계열사가 협력에 나섰다. 이번 오픈AI와의 협력에서는 SK하이닉스(반도체 공급)와 SK텔레콤(데이터센터 구축)만 나설 예정이다.
이같은 SK의 패키지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룹이 가진 역량을 묶어 종합 패키지 형태의 '토털 설루션'을 제안한 것이 AWS의 사업을 따내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삼성의 오픈AI와의 전방위적인 협력이 발표되자 향후 삼성의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이 가진 그룹의 역량을 집결해 미래 사업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 2017년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각 계열사가 독립적인 의사결정 체제로 돌아가 삼성그룹 내에서는 계열사간 연결고리가 다소 미약해진 상태다.
그러나 이번 협력으로 다시 계열사간 역량이 결집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전실과 같은 통합 컨트롤타워 재구축이 이뤄질지도 주목하고 있다.
물론 삼성그룹 내에서 스마트폰(전자 계열사 협업), 플랜트·건설(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금융투자(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페이(전자, IT, 금융) 등 주요 사업분야에서 연결되는 계열사끼리는 미전실 해체 이후에도 종종 협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오픈AI와의 협력 사례처럼 타 기업과의 계약에서 반도체와 건설, 중공업 등 업종을 넘나들며 시너지를 내는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이 복귀 이후 반도체 사업 수주를 연이어 따내며 경영에 시동을 걸었는데, 이제 계열사간 역량을 결집하며 미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삼성물산 합병 관련 소송 3심에서도 전부 무죄를 받으면서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했다. 본격적으로 그룹을 진두지휘하며 적재적소에 계열사들의 사업 참여를 이끌 전망이다.
[스트레이트뉴스 함영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