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감면은 6곳뿐

서울 경리단길에 놓인 주요은행 ATM기. 장석진 기자.
서울 경리단길에 놓인 주요은행 ATM기. 장석진 기자.

지난해 10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은행권의 채무조정 승인률이 50%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은행 중 원리금 감면을 실제로 집행한 곳은 6곳에 그쳐 제도 취지가 현장에서 충분히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올해 8월 말까지 은행권 채무조정 신청은 1만9596건, 이 중 승인은 8797건으로 승인률이 44.9%에 그쳤다. 같은 기간 업권별 승인률은 보험 99.1%, 상호금융 76.6%, 저축은행 60.2%, 여신전문금융 95.2%, 대부 85.5%로, 은행권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과도한 연체이자와 추심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련됐다. 대출금 3000만원 미만의 연체채무자는 금융회사에 직접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고, 연체이자 경감 등 조치가 가능하다. 유형별로는 원리금 감면이 5만717건으로 가장 많았고, 변제기간 연장(4만4297건), 대환대출(3만6642건), 분할변제(1만9745건), 이자율 조정(1만6665건)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은행권의 원리금 감면 실적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은행권 원리금 감면은 중복 포함 2,051건(약 99억원)으로, 은행권 전체 채무조정의 14.2%에 불과했다. 같은 유형 비중을 여전(32.2%), 대부(88.5%)와 비교하면 격차가 뚜렷하다. 은행 18곳 중 원리금 감면이 이뤄진 곳은 국민·신한·하나·SC·카카오·토스 등 6곳이었다. 이자만 감면한 씨티은행까지 포함하면 총 7곳이다.

은행들은 단기 연체자 비중이 높아 원리금 감면보다 분할변제·대환대출을 우선 적용해왔다고 설명한다. 반면 여전사는 무담보·소액채권 비중이 높고 회수 가능성이 낮은 사례가 많아 원리금 감면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된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도 내부 기준에 따라 원리금 감면을 진행하고 있지만 기준에 해당하는 연체채무자가 없었던 사례도 있다”며 “다만 더 많은 은행이 법 시행 취지에 맞게 원리금 감면 실적을 활성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기준 손질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그간 대환대출·변제기간 연장 중심으로 채무조정을 운영했으나, 11월부터 연체이자 감면을 도입하고 내년에는 이자 및 원금 감면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인영 의원은 “채무조정요청권은 국민이 부실로 무너지기 전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금융소비자의 권리이자 금융의 공적 책무를 제도화한 장치”라며 “금융당국은 심사 절차의 투명성과 일관성을 확보하고 금융권은 형식적 운영을 넘어 사회적 금융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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