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성과 점검·지원모델 고도화 필요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오른쪽 첫번째).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오른쪽 첫번째).

여신금융연구소는 “핀테크사와 카드사가 동등하게 경쟁하려면 규제 손질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핀테크 vs 카드..동등 경쟁하려면 규제 손질 선행돼야”


21일 한국신용카드학회는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KOCAS 컨퍼런스 2025’를 열었다.

이날 스트레이트뉴스는 “대형 핀테크사의 결제 단말기가 빠르게 시장에 보급되는 가운데, 국내 결제 생태계의 주도권과 규칙은 어떤 식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보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윤종문 여신금융협회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은 “동일한 경쟁이 되려면 가장 중요한 건 이제 여러 가지 규제들, 특히 카드사에게 부여된 다양한 규제들이 있는데 이 규제들을 사실은 철폐하거나 아니면 핀테크들이 들어와서 같이 규제 하에서 경쟁을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만 규제 부담을 떠안은 채 시장이 재편되면 경쟁이 성립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토스 페이스페이 단말기.
토스 페이스페이 단말기.

가맹점 수수료 체계도 핵심 쟁점으로 꼽았다. 윤 팀장은 “2012년도에 적격비용 체계가 도입된 이후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낮아져 현재는 원가 이하의 수준이 됐다”며 “이런 부분이 철폐되지 않으면 동일한 경쟁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규제가 카드사의 수익 기반을 제약하는 구조가 이어지는 한, 핀테크와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주장이다.

윤 팀장은 “과연 우대 수수료라는 제도 자체가 철폐될 수 있을까라는 측면에서 보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면 카드사의 경쟁력이 더 높아지고 전반적인 시스템 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이런 규제들을 어떻게 철폐하고 동일한 시장으로 플레이어들을 묶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스럽다”고 덧붙였다.


◇ 상생금융 성과 점검·지원모델 고도화 제안 


이날 조일형 상명대 교수는 “영세 가맹점 지원은 매출 회복과 고용 유지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 소비를 돌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며 “카드사는 이 연결고리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드업계가 그동안 진행해온 상생금융의 성과를 짚으면서도, 지원 방식이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했다. 조 교수는 “지원 프로그램이 늘었지만 업종·지역·매출 구조에 맞춘 ‘맞춤형 설계’는 아직 부족하다”며 “같은 지원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가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맞춤형 금융서비스의 방향을 ‘데이터 기반 지원’으로 요약했다. 그는 “카드사는 결제 데이터를 가장 넓게 쌓는 산업”이라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소상공인의 매출 흐름, 계절성, 고객 특성을 분석해주면 단순 자금지원보다 훨씬 큰 체감 효과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지원 모델의 고도화도 요구했다. 조 교수는 “결제 실적과 연계한 상환 구조, 매출 패턴을 반영한 금리·한도 조정 같은 방식이 가능하다”며 “소상공인이 ‘빚이 늘었다’는 부담 없이 성장 단계에 맞춘 금융을 쓰게 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카드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민간소비 회복은 현금성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카드 포인트·할인·지역 연계 혜택처럼 소비를 직접 움직이는 장치를 카드사가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형 상명대 교수.
조일형 상명대 교수.

디지털 전환은 소상공인 지원의 성격을 바꿀 수 있다고 봤다. 조 교수는 “AI·자동화 기반의 신용평가와 위험관리, 경영지원 서비스가 확산되면 소상공인 금융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며 “결제 인프라와 디지털 금융서비스를 묶은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민간 협업 확대를 주문했다. 그는 “VAN사, 플랫폼, 지역 상권 주체와의 협업이 커질수록 지원이 현장에 더 촘촘히 닿는다”며 “카드사는 네트워크를 묶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소상공인 지원과 소비 진작은 카드사의 사회적 역할이자 산업의 새 성장 축”이라며 “데이터와 가맹망, 디지털 역량을 결합해 ‘지원-성장-소비’ 선순환을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스테이블코인, 결제시장 지형 변화 야기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서 결제시장의 경쟁 지형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가치를 고정한 디지털 자산으로, 국경을 넘는 결제와 정산 비용을 낮추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결제 인프라 경쟁이 카드 대 비카드의 구도를 넘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규모는 이미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이 빠르게 커졌고, 미국 달러 기반 코인이 시장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며 “상위 몇 개 코인에 유동성이 쏠린 만큼 제도화 속도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확산 배경으로 ‘결제 효율’과 ‘디지털 자산 거래의 가교 역할’을 꼽았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자산 거래의 핵심 결제 수단이자 실물 결제가 시도되는 통로”라며 “송금·정산이 즉시 이뤄지고 수수료 부담이 낮은 구조가 시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제도화 흐름도 구체적으로 짚었다. 김 교수는 “미국이 은행·비은행 발행 주체를 나눠 관리하는 방식으로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정비하고 있고, 유럽도 미카(MiCA) 체계 아래 발행·준비자산·공시 의무를 촘촘히 두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밖 실험’에서 ‘규제 안 금융’으로 이동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과 경쟁하면 예금 이탈이 현실화될 수 있고, 준비자산 운용 방식에 따라 그림자금융 위험이 커질 여지가 있다”며 “제도권 편입은 혁신을 살리되 시스템 리스크를 통제하는 균형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김상봉 교수는 “카드사가 이미 전국적인 가맹점망, 신용평가·부정거래 탐지, 정산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며 “이 인프라를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접목하면 소비자 보호와 결제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카드사가 스테이블코인 결제의 프런트엔드와 리스크 관리의 허브를 맡는다면, 결제시장 경쟁력은 오히려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도 디지털 자산 제도 정비가 진행 중이지만, 결제형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율과 발행·유통 질서가 더 필요하다”며 “발행 주체 요건, 준비자산의 안전성, 이용자 보호 장치, 부정거래 대응 기준을 선제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은 ‘새 결제 레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교수의 결론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결제는 속도·비용·국경 장벽을 동시에 바꾼다”며 “카드산업이 이 흐름을 기회로 만들려면 규제 정비와 산업의 실험이 같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저작권자 © 스트레이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