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취지 공감 하지만, 대안책 마련 시급”
정부가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공식 분류하면서, 카드사 대출도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연 소득 100% 이내’로 총량 규제를 받게 됐다.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차단하고 ‘영끌’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지만, 그동안 카드론을 긴급 생활자금으로 활용해온 중저신용자와 자영업자들의 유동성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 정부, 카드론 ‘가계부채 관리 대상’ 포함
2일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스트레이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간주하는 정책을 공식 발표함에 따라, 앞으로는 카드사에서 받는 카드론도 은행 신용대출과 동일하게 연 소득 100% 이내 한도 규제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여신금융협회 및 카드사들에 “카드론도 신용대출로 본다”는 유권해석을 전달했다. 카드론은 현재 법률상 ‘기타대출’로 분류되지만, 금융위는 “무담보로 단기에 수천만 원을 빌릴 수 있어 사실상 신용대출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지난달 발표된 ‘2025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연장선이다. 정부는 당시 수도권 및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역시 연 소득을 초과할 수 없도록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했다. 여기에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간주함으로써 기존 총량규제의 빈틈을 메우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론을 통한 주택 자금 유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용대출로 분류하는 것이 전체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드론 규모는 갈수록 증가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주요 카드사의 올해 5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총 42조6571억원으로 전월보다 1566억원 늘었다. 현금서비스 잔액(6조4410억원)을 포함하면 49조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학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연 소득만큼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이제 카드론까지 막히는 셈이어서, 당장 돈이 급한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선택지가 거의 없어진다는 것이다
서지용 교수는 “이번 조치가 ‘영끌 투자’ 억제를 목표로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실제로는 급전이 필요한 실수요자의 유동성을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중소 자영업자, 소상공인, 일용직 노동자 등은 카드론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금 창구였다”며 “이번 규제로 인해 이들 계층의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취약 차주는 카드론을 기존 대출의 대환 수단으로 활용해온 만큼, 이번 조치가 오히려 연체율을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카드업계 “정책 취지 공감 하지만 부작용 현실화 우려”
카드론은 일반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나 보증 없이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소득이 불안정한 계층에게 ‘긴급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카드론은 경기 침체기마다 수요가 늘어나는 ‘불황형 대출’로 불리기도 한다.
실제로 카드론을 상환하지 못해 다시 카드사에서 돈을 빌리는 대환대출 잔액은 지난 5월 기준 1조4762억원에 달해, 4월(1조4535억원)보다 227억원 늘었다. 최근 경기 침체는 자영업자의 폐업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3년과 지난해, 폐업한 소상공인은 각각 98만명과 100만명을 기록했다.
카드업계는 정부의 정책 의도에 공감하면서도, 제도 시행의 충격이 서민금융에 집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에 카드론이 신용대출로 분류되면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 대상에 편입됐다”며 “카드론 이용자의 다수가 저신용 취약차주로 구성돼 있는데, 공급을 급격히 줄이면 자금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은 자칫 제도권 밖의 고금리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카드론 이용 대상 자체가 축소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내부적으로는 여신 심사 기준 재정비와 리스크 모델링 강화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현재 업계 전반이 모니터링 체계와 여신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고, 정부의 후속조치에 발맞춰 대응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책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학계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연 소득 100% 이내 신용대출 총량을 적용하되, 긴급생계 등을 목적으로 카드론을 활용하는 차주에게는 예외 조항이나 완충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취약차주에게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지역 신협 등에서의 중금리 대출 공급을 확대해 ‘정책 대체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 역시 “정부 정책의 보완점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스트레이트뉴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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